모르는 아이 - 제11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36
장성자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픈 관계, 우리는 서로를 몰라요

 

 

우리의 역사는 수많은 슬픈 사건들을 많이 겪어 왔다. 아주 짧은 시간 속에서. 특히, 광복 이후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말이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때보다 더 힘들고 혼란을 겪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왜 우리는 그렇게 힘들고 슬픈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던 것일까? 어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묻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주 4.3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아직도 제대로 분석되지 못하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나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제주 4.3 사건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더 많은 민간인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아무리 이데올로기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결국은 우리 민족끼리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한 마을의 친구나 이웃 사촌을 죽여야 한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이 모든 게 이데올로기를 가장한 인간의 탐욕이 아닐까 싶다.

 

제주 4.3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은 아이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연화는 어느 날, 어머니와 어린 동생인 민구와 함께 덤불숲에 숨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왜? 소위 산사람들과 소통한 사람이 있다는 이유였다. 대체 산사람들이 누구길래? 우리의 사회 체제와는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믿는 사람들이다. 결국은 모든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어려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죽고 어머니까지 죽은 상황의 충격을 겪은 연화는 자신에게 남은 민구를 위해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한다. 게다가 민구는 정신적으로 불안을 겪는 아이여서 연화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연화는 민구를 데리고 아빠의 친구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해녀의 물질을 배우며 지내게 된다. 하루하루 마을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언제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나서 붙잡혀 죽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동생인 민구를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어린 나이의 연화는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수영을 못하는 데도 매일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잠수 훈련을 한다. 나중에는 결국 물속에 잠수해 작은 전복을 따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을 마을에 들이지 않기 위해 마을 외곽에 돌덩이를 쌓으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외부 사람들을 받아 들이려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막으려는 사람들,,, 그러한 갈등 속에서 그들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권력자가 등장한다. 그 권력자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자중지란에 빠지길 원한다.

 

그리고 결국 연화는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난다. 그리고 자신의 오빠일지도 모르는 산사람을 불러내는 데에 이용 당한다. 그때 자신과 만나게 되었던 마을 사람들과 마주 서게 된다. 서로를 알고 있냐는 권력자의 질문! 고민하면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그들은 결국,,,

 

한민족끼리 서로에게 총을 겨눈 슬픈 현실 속에서 어린 아이는 엄청난 슬픔을 겪는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대체 '연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겠냐고 말이다. 어른으로서 이런 슬픈 일을 설명해 주기가 얼마나 난감한지,,, 게다가 그 슬픈 일이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이 동화책을 통해서 그 당시의 슬픈 사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5-2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 민주화운동은 잘못 왜곡돼서 전달되고 있어서 문젠데, 제주 4.3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바람향 2016-05-30 18:5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우리나라의 역사인데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잊혀진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 우리의 현대사는 너무나 슬픈 일들이 많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