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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던 모든 것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박하 / 2015년 5월
평점 :
삶을 뒤흔드는 만남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한 만남들 중에서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강렬한 만남들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삶의 방식을 바꾸게 만드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든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그 만남을 결코 잊지 못하고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곁에 없는 순간에도 항상 그 만남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만다. 이 책을 통해서 내게 소중한 기억들을 남겨준 만남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존경했던 선생님...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선생님의 몸짓과 농담들을 떠올린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많이 소중했던 사람... 세월의 무게에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들... 좋은 말들을 해준 언니... 나를 잘 따라 다녔던 동생... 그리고 잠시 스쳐지나간 짧은 만남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과 나는 어떤 인연으로 묶여 있는 것일까?
여기 오래된 연인이 있다. 연인들은 싸우게 돼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화해를 하고는 했다.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다든지, 두 시간 동안 대화를 하고 이어지는 20분 간의 섹스를 한다든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날따라 화해 코드가 발동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실을 참을 수 없어서 남자 주인공인 다니는 여자 친구와 함께 있었던 공간을 떠나 카프리로 떠난다. 카프리는 다니가 부모님을 잃고 형을 피해서 가출한 곳이어서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조지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린다. 소설의 주요 공간으로 등장하는 '카프리'의 모습을 알고 있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높은 곳에 위치한 조지의 집에서 바라본 카프리 해변가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 카프리에 있는 등대는 바로 열 살 때 만났던 마르틴을 떠올리게 했다.
다니는 열 살 때 편도선을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때 만나 마르틴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마르틴은 등대를 고치는 사람이었는데, 세계 곳곳의 등대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뒷장에는 등대가 느끼는 감정을 형용사형으로 적어 놓는다. 그것은 아마 마르틴이 그 당시 가지고 있던 감정이지 않을까 했다. 마르틴은 한 쪽 폐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다니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수술이 잘못되어 마르틴은 엄라 살지 못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다니에게 많은 감정을 남겨줄 정도로 강렬한 만남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카프리 섬으로 가출하는 배에서 만난 조지는 다니가 샌드백을 치며 마음 속에 쌓아둔 울분과 슬픔 등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만난 진주들,,, 조지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벽에 붙여 놓았다. 조지는 다니에게 만남과 사랑,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다.
다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찾아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다니는 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왜소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하는데,,, 사람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통스러워 한다. 결국 겨우 생긴 아이도 자신과 같은 왜소증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절망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다. 그걸 참지 못하고 사랑하는 연인은 떠나가고 말았다.
다니는 사랑하는 연인과 꿈꿨던 자신들의 아이,,, 이잔이라는 이름과 좋아하는 것이 똑같은 한 소년을 만나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다니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아이를 다시 꿈꾸게 된다. 카프리의 밝아오는 햇살 속에서...
예순 살 나이에 이른 모든 사람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사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게임에서 빠져나오기는 항상 쉬운데 왜 우리는 게임을 계속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217쬭)
오래 사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다... 마음에 다가온 말이다... 오래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무대 위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친근하게 읽히기도 했지만 과거의 기억들이 왔다갔다 해서 조금 끊기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소제목들은 연애편지의 한 구절처럼 읽혔다. 서두르는 바람에 자기 향기를 두고 갔다, 눈에 잘 띄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을 감춘다, 타인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다른 사람의 몸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너 자신이 되든지 아니면 네가 그러리라고 믿는 사람이 되어라,,, 등등
네가 나에게 오라고 하면 다 버리고 갈 거야, 그러니 오라고 말해줘."
* 네이버 책좋사 박하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