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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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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끝나지 않을 세기의 대결


한 사회의 경제를 국가가 통제를 해야한다는 입장과 인위적인 통제는 필요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케인스와 하이에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았고 그들의 생각이 담긴 책을 저술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후학들의 연구로 그들의 사상은 더욱 탄탄해졌다.


그동안 서양의 금본위제 폐지와 국제통화기금의 탄생, 미국의 경제적 성장, 2008년 금융위기까지의 경제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기업가들의 목적이 정책 입안자들의 입장과 결부되어 경제사의 큰 흐름을 형성하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가 나타나면서 파생상품이 어떻게 미국과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케인스와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의 관점에서 어떤 정책들이 입안되고 행해지게 되었는지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냉전시대 등의 시대 흐름 속에서 분석해 내고 있다는 새로운 관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케인스에게 도전하는 하이에크의 모습이라던지, 본인들 보다 그들의 사상을 따르는 후학들이 나서서 싸우는 것이라든지,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서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 등등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케인스는 세계 경제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하이에크와 살았던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1차 세계대전 전후로 오스트리아에서 낯선 나라인 영국으로 온 하이에크는 자신의 경력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러한 케인스에게 도전하는 것이 가장 빨리 경제학자로서 자리를 잡는 일이었을 것이다. 새파랗게 젊고 연구실적도 별로 없는 하이에크가 경제잡지에 실은 도전적인 글을 보고 케인스가 얼마나 분노에 사로잡혔을지 상상이 되었다. 그 후 그들의 논쟁을 더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자리는 더 이상 마련되지 않았다.


케인스가 <일반 이론>을 출간하면서 논쟁을 하려고 했지만 하이에크는 어떤 이유에선지 그 자리에 나서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던 하이에크는 마지막에 서로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비판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 이유가 충분하게 납득되지는 않았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케인스의 이론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많이 부족하다며 직설적이게 비판했던 그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나이가 들어서 지쳤던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케인스의 이론에 대해서 비판할 수 없다고 느꼈던 것일까?


이러한 논쟁은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1920년대에 있었던 카프문학의 순수참여 논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문예지를 통해 첨예하게 대립했던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의 대립은 그 이후에도 지금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이다. 문학은 순수하게 예술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 당시 사회에서 행동으로 참여해야 하는가는 아직도 답이 없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논쟁보다는 우리나라의 순수참여 논쟁이 더 치열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어쨌든 케인스의 <일반 이론> 이후에 '케인스 혁명'이 이뤄지고 세계 경제는 케인스의 독무대가 되었다. 그 시점에서 하이에크가 받았던 조롱과 놀림, 무시, 평가절하를 당했던 것은 바로 순례자가 악마의 유혹을 받으며 참고 견디는 인고의 세월과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참다가 결국 하이에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른 이들은 결국 하이에크의 사상을 버리고 케인스의 이론을 숭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세상에 혼자 남는 외로움을 견뎌내고 광명을 찾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케인스의 이론을 박살낸 것은 1970년 대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어난 '스태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국가의 총 수요를 늘려 물가가 상승하면 경제 호황으로 인해 실업이 떨어져야 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는데도 실업이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케인스의 이론을 박살내고 하이에크의 사상이 다시 출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는 이러한 하이에크의 사상을 기반으로 국가의 경제 통제를 낮추고 공공기관들을 민간기업으로 바꾸는 개혁에 착수했다. 기업들의 규제를 철폐하고 세금, 특히 부유세를 감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경제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제 개혁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현재도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사상 속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일이 일어나면 국가는 결국 경제위기에 관여하여 막대한 세금을 퍼붓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실업으로 고통당할 것이 예상되므로 그러한 경제위기를 그냥 놔두면 더 오랫동안 지속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해 자신들의 지지율이 떨어지게 될 것이므로 하이에크가 주장하는 대로 그냥 두고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국가 지도자들의 생각으로, 이럴 때는 케인스의 사상을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인천공항을 민영화한다고 하거나 의료법을 개정하여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 개혁이 이뤄지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나로서는 하이에크의 사상은 너무나 이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인격을 너무 믿는 행위로서 비양심적인 행위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이론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개인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경제가 알아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올바른 경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나 또한 케인스의 이론을 따르는 '케인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공산주의나 전체주의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국민의 선거 투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하이에크의 자유경제사상이 개인의 자유 추구보다는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더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케인스의 이론처럼 국가의 통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케인스의 이론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역풍을 맞았지만 그것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후학들에 의해서 보완될 거라고 생각한다. 


케인스와 하이에크는 결국 이론일 뿐이다. 케인스가 자신의 이론을 현실 속에 적용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는 훨씬 유동적이라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 결국 정책 입안자들과 국가 지도자들이 경제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때 그때 마다의 적당한 처방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마다 케인스와 하이에크는 서로 번갈아 가면서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케인스냐, 아니면 하이에크냐에 대해서는, 인간이 경제 생활을 하고 있을 동안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일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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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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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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