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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 비판 -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가 알페로비츠 & 루 데일리 지음, 원용찬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과거의 선물은 과연 누가 가져야 하는 것일까? 

"성공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얻게 되는 산물이다. 이곳에서는 교육과 연구에 보조금이 지급되고, 질서 정연한 시장이 있으며 또 사적 부문이 공공투자 덕택에 엄청난 이득을 거두고 있다. 누군가가 실질적인 공공투자의 혜택을 입지 않고도 미국에서 부유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오만이다...... 이렇게 놀라운 시스템 속에서 운용되는 것을 값어치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152쪽)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아들이 언젠가 유산으로 남길 거대한 재산에 대한 과세를 촉구하며 한 말이다. 상위 계층의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광범위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사회적 성공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뜻하고 있다. 과거부터 쌓여온 지식에 의해 사회적 발달 단계에 맞게 새롭다고 할 만한 것들이 발견되고 발명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지식에 의해 도움을 받아 얻게 된 경제적인 부를 오로지 한 사람이 누려도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정면으로 이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몇 명의 천재들의 힘만으로 사회가 발전되어 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천재들이 창조적 에너지와 지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이긴 하지만 그들이 한 일은 자신들이 딛고 있던 과거의 거대한 유산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대단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사회의 대부분의 경우는 당연한 경로를 거쳐서 짧은 시간 내에 다른 이들도 천재만큼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역사적으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일컬어지는 중요한 발견이 어떤 교류도 없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결국 유산으로 물려받은 '지식'이 모든 혁신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도 "내 안팎의 삶이, 나의 동료들, 돌아가신 분들과 동시에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땀방울 위에서 얼마나 많이 이뤄졌는가를 하루에도 수없이 깨닫는다"(85쪽)고 했던 것이다. 워런 버핏도 "내가 번 것 중에 아주 많은 부분은 사회에서 나온 것입니다."(13쪽)라고 했다. 또 지은이는 "오늘날 모든 부의 압도적 원천인 지식은 우리 자신의 노력을 하나도 거치지 않은 채 우리에게 그냥 다가온 것들이다. 이들은 과거의 너그럽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불로 선물이다. 모커의 말대로 '공짜 점심'이다."(17쪽)라고 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들의 경제적인 부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사회 지도층을 이들과 비교하게 된다. 자신들이 가진 부를 대를 이어 다음 자손에게 넘겨주기 위해서 무수한 편법을 저지르고도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 지도층 들이다. 그들을 따라서 한국 사회는 도덕성보다는 경제를 성장시켜 준다고 하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았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귀결되어 부자이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삼성공화국, 검찰공화국'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다음 세대에 경제적인 부를 넘겨주는 것이 '불로소득'이라며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우리가 현재 누리는 경제적인 부가 과거부터 쌓여온 유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그것을 몇 명의 상위층이 독식하는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자신의 능력과 소질,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생각은 부자인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복지개념을 사회의 공유 재산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능력과 노력은 과거부터 전해온 지식과 그걸 뒷받침 해주는 사회적 구조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과 이익 공유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게 미국의 경제사상을 답습하는 우리나라는 어째선지 이러한 공정 사회나 무상 복지가 아닌 신자유주의 사고방식만을 한국 사회에 끌고 와 적용하고 있는 건지 답답한 일이다. 그것이 모두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인 부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어떠한 공정성이나 도덕성, 철학이 전무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초과 이익 공유제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도 그것이 현실로 이뤄지기에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얼마큼이 과거의 유산이고 얼마큼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큼의 경제적인 부를 사회 전체로 환원해야 할지도 지금으로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점에서 이 책은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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