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억 속에 잠기다 

책을 읽는 내내 귓속에서는 음악이 들려왔다. 책에서 영화 음악을 선별해서 담은 CD가 있었지만 그것을 틀지 않아도 책을 보는 내내 내 주위에는 음악의 막이 가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옛날의 추억 속으로 잠겨들었다.  

고전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값 만큼 많이 들어왔고 알게 모르게 영화 음악과도 친숙해진 모양이었다. 책 속의 내용들과 유명한 음악들이 알만한 것들이라 반갑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는 부분의 음악들이 바로바로 흘러나왔으면 하는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만한 것들이라도 확실하게 듣기 전까지는 어렴풋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OCN에서 다시 반영을 해서 보게 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그 중간에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상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유명한 주디 갈런드가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정말 세계사적인 고전 영화는 현대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되고 패러디 되어 변주된다. 새로운 색깔을 덧입으면서. 

이 책은 고전으로 평가되는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면서 영화 음악을 소개하는데, 그 외에도 감독이나 음악 감독, 캐스팅에 대한 여러 비화들을 얘기하고 있어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주디 갈런드가 더 어린 소녀로 바뀔 뻔한 일,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를 찍을 때는 무명이었다는 거, 게다가 <록키>의 시나리오를 자신이 주인공으로 해서 직접 썼다는 점 등도 재미있는 일화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 기억이었다. 분명 본 것은 맞는데,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 만큼 내용이 기억나지 않거나 음악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그 영화를 누군가와 같이 보기도 하면서 여러 추억들이 있었을 텐데... 좋은 영화들은 역시 두 세번 봐야 기억에 남는 것인데,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서울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지은이가 사는 서울에서는 여러 영화제를 통해서 영화관에서 예전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고형욱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주 영화의 추억 속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자기 집에 작은 영화관을 마련해 놓는다고는 해도,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의 참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장면이 눈에 한 가득 차오르고 영화의 음악이 귀를 가득 차오르고... 그렇게 영화 속에 깊게 잠겨들게 되는 즐거움을 말이다.

고형욱은 서울에 존재하는, 존재했던 영화관의 역사를 두루 겪어왔던 사람이다. 자신 또한 무수한 영화 DVD, 음악 LP판들을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지식을 이용해서 한국 영화관의 산 증인으로서 영화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을 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았다. 솔직히 이 책만으로는 영화의 줄거리와 음악에 대한 단편적인 서술이라서 기대를 한 만큼 아쉬움이 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 음악들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Calling you'이다. 풀 한포기 없는 삭막한 들판에서 바람에 모래가 흩날리면서 들려오는 깊게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그 속에는 깊은 한과 외로움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영화 <원스>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극적이거나 빠르지 않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이었다. 우리나라 영화 중 <외출>에서 나오는 '길'은 쓸쓸한 회색빛 미래를 그리고 있어서 허무한 감정이 들게 만들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낙엽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음악들도... 그러고 보면 뭔가 우울하고 허무한 음악만을 좋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묵혀 있던 기억들이 떠올라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좋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입에 한 가득 물고 있는 기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