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역사 - 빵을 통해 본 6천년의 인류문명, 개정판
하인리히 야콥 지음, 곽명단.임지원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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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서양에서 주식으로 먹는 밋밋하고 둥그런 발효빵을 매개로 삼아서,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1943년까지의 시간동안 인간이 이루어낸 정치, 경제, 역사, 화학, 생물학, 농업, 기계공학, 종교, 법, 문학의 분야에 대해 얘기한다.

  로마 제국의 붕괴, 프랑스 혁명,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산업혁명, 세계 1-2차 대전에 빵이 미친 영향은 실로 놀랍다. 세계는 빵 위에 세워져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방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전혀 부담이 안 간다는 점이다. 너무너무 흥미로워서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엘레우시스 신전의 얘기부터 이차 세계대전의 기근협정까지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 역시 중세 농부의 가난함일까. 중세가 잘 못 사는 시기였다는 건 역사책에서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먹는 빵이 흙과 톱밥, 동물의 피를 섞은 엉터리 빵이고 그나마도 없어 굶어죽거나 인육을 먹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농기구가 망가지고 땅은 소출을 내지 않고, 손으로 땅을 파헤치는 농부, 농부가 먹을 것을 숨겨놓고 있다는 도시 노동자들의 오해. 내가 본 적 없는 세계가 있었다.

  오늘날 세계의 풍요는 아메리카에서 발견한 옥수수와 감자, 매코믹이 발명한 수확기, 질소-칼륨-석회-인산이라는 땅의 필수양분을 밝혀낸 토양화학자 리비히, 멘델의 법칙을 활용한 종자개량연구가, 기후조건에 단련된 리센코의 씨앗이 합쳐져 일구어낸 것이다.

  빵은 정말 위대하다. 굶주리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빵을 두둑히 먹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빵이 넘쳐나는 현대는 확실히 풍요롭다.

  별 다섯개까지밖에 없어서 다섯 개를 줬지만, 열 개 스무 개를 주고 싶을 정도로, 하인리히 E. 야콥의 지식과 입담은 굉장하다. 정말 좋은 책이다. 

 

 덧붙임. 

 2011년 현재 절판되었다. 아쉽다. ;ㅅ; 

 

2008.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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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로널드 B.토비아스 지음, 김석만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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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문득 드는 궁금증이 있다. 이 책은 왜 재미있고 저 책은 왜 재미가 없을까? 작가의 능력이라고 하는 건 너무 두루뭉실하다. 그러니까 작가의 '어떤' 능력이 글을 재미있게 하고 재미 없게 하는 걸까?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이하 스무가지 플롯이라 씀)>은, 재미있음과 재미없음의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플롯flot이라고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스무 가지의 기본 플롯을 제시한다. 플롯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듯, 엉뚱한 곳에 가 버린다고. 정석을 알아야 변주도 있다. 플롯을 알아두면 헤매지 않는다. 

  그런데 <유혹하는 글쓰기>의 스티븐 킹 아저씨는 다른 말을 한다. 플롯을 미리 구성하고 글을 쓰면 인위적인 느낌이 나서 재미없다고 했다. 스토리에 따라 흘러가다보면 적절한 '변명'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고개가 갸우뚱갸우뚱. 한참 생각을 해 보니, 스티븐 킹 아저씨는 "매사 너무 꼼꼼하게 정해놓으면 어색해~"라고 말하는 거고 <스무 가지 플롯>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건지는 확실히 파악했어?"라고 묻는 듯 하다. "기본 플롯은 확실히 잡되, 사소한 부분까지 꽉꽉 묶어 숨통 조이지 말아라."라고 말하면 둘 사이에 양다리 걸치는 게 불가능하진 않은 것 같다.


  <스무 가지 플롯>의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

  첫째, 긴장감이 중요하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사람을 '잘' 집어넣는 게 관건이다.

  둘째, 마음의 플롯인가 몸의 플롯인가를 구분하라(심리적인가 활동적인가).

 
  기본이라 분류한 스무 가지 플롯은 흥미진진. 예로 든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고, 내가 아는 소설이나 영화를 대입해 분석하는 재미도 있다. 꼭 글을 쓰기 위한 사람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소설과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야기를 분석하는 즐거움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덧붙임 .  

이론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예시가 많아 재미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책이라 영화가 예시로 나온다.

2008.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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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결정 - 역사를 바꾼 고뇌 속의 선택들
앨런 액설로드 지음, 강봉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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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 이상을 주기가 힘들었다. 위인전에서 한 장면을 ctrl+c -> ctrl+v 해 놓은 것 같다. 

이 책은 A5사이즈에 351페이지이다. 그런데 다루고 있는 사례는 34개나 된다. 서문과 목차에 할당된 페이지를 빼고 나면 한 사례 당 10페이지 정도가 할당된다. 사례를 분석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짧다. 그러니 대충 "A는 a란 결정을 내렸다." "B는 b를 선택했다."는 짤막한 얘기에서 끝나버린다.더구나 사례를 보는 시선도 주류의 것에 충실하다. 보수적이고 교육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따라서 역사적 사건을 보는 색다른 관점을 소개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루비콘 요소'에 대해서 말한다. 그 결정을 내린 데에는, 결정을 내리게끔 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 위대한 결정이 허투루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대한 결정의 에피소드를 나열할 뿐이지, 무엇이 '루비콘 요소'였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사례 수를 줄이더라도, 의사결정의 모듈을 설명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실망했다.  

이 책을 집어든 나를 한 대 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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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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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는 비참하다. 진 사람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어떻게 패배자가 위대할 수 있는가? 영광스러운 패배란 존재하는 것인가?

  <위대한 패배자>에 따르면, 패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도, 다 똑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아니다. 여러 분류로 나뉘는 패배자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정상에 섰고 스러져 갔는지 짚어간다.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대대로 기억되는 것은 승리자다. 우리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정복한 땅을 원래 지배하고 있던 (그러나 대왕에게 패배한) 왕의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다. 승리자는 멋지다. 승리했기 때문에. 

  그러나 인간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더 끌리는 것은 승자가 아니라 패자라고, <위대한 패배자>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희극보다 비극이 오래 사랑받고 인상 깊은 것처럼, 패배했기 때문에 더욱 인상깊고 자랑스러운 이들이 있다고. 세상은 자로 잰 듯 똑바르지는 않아서, 노력했지만 패배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패배자들은 승리한 사람보다 더 멋있다고. 패배자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패배에도 의미가 있다고.

  <위대한 패배자>는 타고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실수가 초래했을 지도 모르고, 수완이 부족했을을 수도 있고, 운이 따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패배'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의 흔적을 더듬어가면서 패배자들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고, 패배한 자신을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고, <위대한 패배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패배했다해도 괜찮다고. 어쩌면 승리한 것보다 자랑스러울 수도 있다고. 패배했다는 것은 그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승리한 사람보다 조금 더 인간적이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승리자를 본다. 승리자가 밟고 일어선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항상 승리하는 사람은 없다. 크든 작든 패배하며 성장한다. 그러니까 넘어져서 진흙 바닥에 코를 박아버린 자신을 "이 멍청이!"라고 질책하지 말고 사랑스럽게 봐 주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는 졌다. 그게 뭐 어때서?
  나는 위대한 패배자다!
 

  어쩌면 이 책은 잔뜩 넘어져 상처투성이인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봐 주라고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00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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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주얼리 - 시간이 만든 빛의 유혹
홍지연 지음 / 수막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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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 초, 티파니 보석전에 갔다. 바위 위의 새라는 옐로 다이아몬드는 훌륭했다. 유리가 아닌 백수정으로 만든 향수병이라던가, 귀엽게 입을 벌리고 있는 용 모양의 브로치라던가, 그런 것도 참 흥미로웠다. 티파니 보석전은 시기 별로 티파니 사의 보석을 진열했는데, 제작 시기가 달라지면 장신구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재밌기도 했다.

  티파니 보석전에 다녀온 여파로 이 책을 읽었다. 전면 컬러로 되어 있고, 사진으로 보는 건데도 보석들이 참 예쁘다.

  책의 맨 첫장을 피면, 제일 먼저 마리 앙뚜아네뜨의 '왕비의 목걸이 사건'이 나온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목걸이와 얽힌 사기 사건, 그 목걸이에 쓰인 수많은 다이아몬드들. 보석의 왕으로 군림하는 다이아몬드는 처음부터 비싼 보석이 아니었다- 라고 얘기가 흘러간다.

  다음 장에서는 나폴레옹 황제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카메오에 대해서 설명한다. 로마 시대를 재현하려는 시대 풍조에 힘입어서 각광받기 시작했단다.

  이렇듯 책 속에서 시대에 따른 보석의 변화가 나열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달리 유행하던 보석들, 보석의 스타일 용어(갈란드 스타일. 혹은 벨 에뽀끄라던가 아르누보, 아르데코 같은), 그리고 보석의 컷팅, 어떤 앤티크 주얼리가 가치있는가 같은 얘기가 한데 섞여서 진행된다.

  쉽고 흥미롭게 풀어쓴 보석 얘기에 적당한 전문 용어와 보석에 관한 지식이 있다. 내용도 좋지만 책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올컬러로 표현된 보석의 사진들이다. 책 속의 글자 하나도 안 읽고 책을 넘기며 보석 사진과 그림만 봐도 배가 부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좁다는 게 단점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부터 동양까지 다 아우르는 책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서의 보석을 보여준다.  

 

200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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