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롤러코스터 - 마음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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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몸에서 귓바퀴는 쓸모없는 부분이다. 한 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바로, 귓바퀴는 바로 주변의 소리를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맹장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쓸모없는 '퇴화된 기관'이라 생각했던 맹장도 무슨 역할인가를 하고 있었다(불행히도 맹장의 역할은 잊어버렸다). 그렇게 사람 몸에 쓸모없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 감정은 어떨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기분이 바뀐다. 기뻤다가 슬퍼지고, 무섭다가 역겨워지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희망을 가졌다가 두려워지고...... 어떨 때는 감정이라는 게 썩 귀찮다. 공포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잠이 안 올 때라던가, 시험 전에 심장소리로 귀가 멍멍할 것 같은 때 말이다.

  나는 왜 기쁠까? 왜 화를 내고, 왜 슬퍼지고, 왜 두려워하고, 어째서 역겨워하고 무엇때문에 질투하고, 어째서 사랑하고, 어떻게 죄책감을 느끼고, 어째서 희망을 가질까? 이 감정들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까?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감정이 어떻게 생기는지, 감정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감정은 어떤 효용이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본다. 사례를 곁들이고, 심리학 실험을 언급하고, 최근의 연구결과와 적절한 삽화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딱딱한 것은 아니고, 친구에게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설명하듯 다정다감하게 풀어나간다. 이렇게 본 감정은 내가 알고 있던 감정과는 다른, 상당히 색다른 모습이다. 예술계에서 말하는 '낯설게 하기' 기법처럼 새롭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읽는다고 당장 내 감정을 A에서 Z로 휙휙 바꾸고 통제할 수는 없다. 이 책엔 그런 내용 나와있지도 않고 말이다. 감정은 롤러코스터처럼 제멋대로 날뛰고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은 그냥 꺄악꺄악하면서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눈을 가리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눈을 뜨고 주변을 보고 롤러코스터를 보면서 타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내가 기쁠 때 '왜 기쁜지' 생각하고 두려울 때 '내 몸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떠올리며,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어떤 점에서 이득인지' 되새겨 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이 감정이 순간 갑자기 '덮쳐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며 나에게 이득을 주기 때문에 이 감정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감정이 느껴지든 간에 마음이 다소 차분해진다.

  감정은 눈에 보이고 확연히 짚이는 어떤 것이 아니라서, 실험에도 연구에도 많은 장애가 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나온 내용은 감정이라는 넓고 큰 바다에서 인간이 건져낸 한 조각이다.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풀린만큼 궁금증이 더 늘어난 기분이다. 인간이 건져낸 조각들이 점점 커져서 감정에 대한 많은 것이 밝혀졌으면 한다.
 

2008.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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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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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어지럽게 쌓여있는 책의 모습이 붓으로 그려져 있다. 언젠가 면담을 위해 들어갔던 대학 교수실에서 봤던 책무더기가 떠오른다. <독서>라는 제목이 표지를 한결 그럴듯 해 보이게 한다.

  언제부턴가 독서, 책읽기, 그런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을 보면 심란해졌다. 어렸을 때도 책을 읽었고 다 자라서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당신은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을 못하겠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읽는다고 읽는데 어딘지 부족하다고 느끼는 탓이다. 어떻게 하면 더 책을 잘 읽게 될 수 있을까?

  <독서>에 손이 간 것은 그 때문이다. 책을 읽는 방법을 구구절절 써 놓은 책을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이십 년 간 자리잡은 책 읽는 버릇이 대번에 고쳐지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읽어둔다고 해 될 것은 없다. 일단 마음에 위안이라도 생기지 않겠는가.

  <독서>는 "날 따라 해봐라, 그럼 책 무진장 잘 읽을 수 있다!"라고 뻐기는 책이 아니다. 김열규 교수의 책과 얽힌 인생을 풀어낸 자서전에 가깝다. 김열규 교수는 자신의 책읽기, 자신이 책을 읽는 방법, 온전히 자신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나와는 오십 년 넘게 나이차가 나는 분이다. 하지만 요렇게조렇게 풀어내는 책에 관련된 이야기는 적잖이 '나의 책읽기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 김열규 교수의 책읽기 자서전을 읽으며 동시에 나의 책읽기 자서전을 머릿속으로 써 나가는 느낌이었다. 책과 관련된 오밀조밀한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책장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했다. 그러다 보면 질곡의 근현대를 겪어낸 분이라 흠칫흠칫 놀라게 되는 순간들과 마주쳐 흠칫 하고 어깨가 떨리기도 했다. (일제시대는 너무나 옛날 이야기고 6.25는 아주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 순간을 보면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책읽는 사람'에게는 참 축복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 서점은 수십개고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으리번쩍한 대형서점이 있다. 나갈 시간이 없다면 인터넷으로 책을 구할 수 있고, 책을 살 돈이 없다면야 구석구석에 도서관에 가면 된다.

  빨리 읽는 책, 꼼꼼히 읽는 책, 건너 뛰어가며 읽는 책. <독서>에는 여러가지 책 읽는 법이 나온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내 머리를 당당 두들겨 댄 책읽는 방법은 '외워 읽기'였다. 여기저기 책 읽는 법 주워 들은 적은 많지만, 책을 통째로 외우듯이 샅샅이 훑어내서 읽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책을 외우는 독서법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외워 읽기에 대한 부분이 나에게는 '네가 책을 빠르게 읽어대는 버릇이 있어서 좀처럼 숙독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그 책을 외워라. 글자 하나 하나를 머리에 박아넣듯 새기는 버릇이 들면 니도 모르는 새 숙독에도 익숙해 지겠지.'라는 소리로 들렸다. 어찌보면 무식하지만 달리 보면 완벽한 방법이라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다.  

  즐기면서 읽고, 음미하면서 읽고. <독서>는 책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일단 책을 좋아해야 비로소 독서가 시작된다. 책을 이잡듯 뒤지며 심각하게 보는 것은 책에서 잔뜩 재미를 본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책을 즐기는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책을 샅샅이 파헤치며 더 깊은 곳에 숨어있는 금맥과도 같은 의미들을 캐낼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p.s. 김열규 교수가 사랑하는 '애장서'들의 태반이 읽어보지 못한 것이라서 아쉬웠다.

2008.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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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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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잘 우는 사람과 안 우는 사람으로 나눈다면, 나는 후자다.
  스스로 생각해도 좀 메말라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 운다.
  눈물샘에 강력한 브레이크 장치가 되어있는지, 코끝이 찡하고 눈끝이 매큼할 때도 눈물은 안 난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울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분해서 울었다.

  나는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알면서도 태연하게 살고 있을까?

  뇌의 용량은 한계가 있으니 어쩌면 이 책을 잊어버릴 것이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더라도, 눈을 자극하던 그 감정을 놓아버릴지도 모른다.
  일주일, 보름, 한 달, 일 년, 혹은 십 년이 지나서.
  그것이 가장 분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라서.

 

2008.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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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A. M. 파인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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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지독하게 길다 싶더니 어느 새 가을이 왔다. 감 몇 개 까먹다 보니, 시큼한 귤이 지배하는 겨울이 코끝을 내밀었다. 덕분에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다가 모처럼 집어든 책이 <러브: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할리퀸 소설부터 '그이를 사로잡는 법' 같은 실전실용서, 학술적으로 사랑을 분석해 놓은 인문사회과학 책까지, 사랑에 관한 책은 참 많다. <러브: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는 도서관 책장을 뒤지다가 발견한 책이다. '나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어', 라고 주장하는 듯한 핑크색 표지와 크게 박혀 있는 LOVE라는 단어에 홀려서 집어들었다. 그런데 만약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 홀려 집어들었다면 실망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낭만적인 사랑과 심리학에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낭만적 사랑에 대해 심리학이 알려주는 많은 것들"이라는 쪽이 정확하다. 

  <러브: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크게 세 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가? 

   우리는 왜 사랑에 빠지는가? 

   어떻게 하면 성숙한 관계가 될까?

 
  <러브 :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심리학 이론을 들이대어 사랑의 부분부분을 설명한다. 세상에 있는 학문이 심리학 만은 아니니까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어가고 보면 꽤나 정교하게 사랑을 분해하고 설명해 놓은 느낌이 든다. 특히 의 1장이 그렇다. A동에 사는 B가 네 짝이다 라는 말은 안 적혀 있지만, 1장을 꼼꼼이 훑어보면 '어디서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해 어렴풋이 느낌이 온다. 

  1장을 읽고 꽤 만족스럽게 2장을 읽기 시작하면, 호기심은 들지만 녹록치 않은 주제가 대뇌 주름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의식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질문 때문에 가지각색 심리학 이론이 끌려나온다. 애착이론, 프로이트, 융...... 심리학 이론에 대한 학술적 설명은,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왜 이 책을 읽는가"라는 회의가 살살 들기 시작할 무렵 끝이 난다.

  연애 얘기는 재밌다. 내 연애 얘기도 재밌고 남의 연애 얘기를 듣는 것도 재밌다. 에는 곳곳에 연애에 관한 인터뷰('사랑에 빠진 순간')가 나오는데, 적당히 긴장도 풀어주고 흥미도 다시 돌게 해 주는 역할을 하며, 책이 말하는 내용을 다시 되새기게도 해 준다. 그래서인지 꽤나 쉽게 마지막 까지 읽을 수 있었다(남의 연애 얘기 듣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4인의 심층 인터뷰 내용이 읽으면서 제일 즐거웠다).

  보통 책을 읽으면 좋은 부분은 처음 혹은 중간부분일 경우가 많다. 대개 마지막 부분은 앞부분에 비해 집중도도 떨어지고, 전에 했던 얘기를 마무리하는 단계라서 내용이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는 이례적으로 3장이 가장 인상깊었다. 치명적 이끌림 혹은 무의식의 현명한 선택이라 부르는 현상은, 지금까지 내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고 따라서 상당히 신기했다.

  '사람들은 그들이 사랑에 빠진 바로 그 이유로 인해서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자는 그 남자가 과묵해서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여자는 그 남자가 너무 무뚝뚝하고 표현을 안 하는 점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내 반쪽"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나의 상처받은 경험을 뛰어넘기 위해 그 사람에게 끌린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갖고 나의 상처를 되새기게 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부딪힌다. 이 '벽'을 뛰어넘으면 한 단계 더 높은 인격적 성숙을 가지게 되지만 쉽지 않다.

  사랑이 이 책에 나오는 심리학적 기제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사랑이란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사람의 뇌는 한계가 있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이 책의 내용도 다소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단 하나의 명제는 계속 머리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예 사랑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행복한 사랑'을 하긴 힘들단다. 그러니까 파이팅이다.

  (그런데, 아예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것보다 '불안한 사랑'을 겪는다는 게 더 무섭지 않은가?)

 

 

2008.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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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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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유리병.

  나는 '위험하니까 빨리 치워야 하는 쓰레기'로밖에 안 보이는 것.

  <하악하악>에는 깨진 유리병을 사용할 1364개 정도의 가능성이 들어있다.

  실제로 깨진 유리병 사용법을 1364개 진지하게 늘어놓았다는 것은 아니고,

  앞에 놓인 것은 같은 사물인데 그 사물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감성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악하악>은 햇빛을 반사하는 유리구슬처럼 다채롭고 유쾌하다.

 

  내가 A로밖에 안 보는 걸, 다른 사람은 B, C, D 에서 Z까지 보고 있다는 것은 참 가슴 떨리는 일이다.

  Z까지는 아니어도, 언젠가 나도 B와 C정도는 가뿐하게 보고 싶다.

 

  

 2008.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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