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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의 시대 - 위키리크스가 불러온 혁명
미카 시프리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줄리언 어산지'라는 사람이 만든 비밀문서 폭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대한 뉴스가 우리의 흥미를 끌었었다. 음모론에 대한 흥미를 채워주며 정부 고위인사들만 아는 소식을 같이 알고 싶다는 일반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었다. 이런 일들이 단순히 흥미거리만의 문제일까? "투명성의 시대"의 저자를 포함한 일군의 사람들은 시대가 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가 널리 쉽게 퍼지며 정부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부제가 '위키리스크가 불러온 혁명'이며, 제목에는 '시대'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
도서관에서 여러 책들을 흩어 보다가 현재의 '정보화 시대'에서 나타날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것으로 보여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서론에서 하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개인적, 집단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새로이 갖게 됐다. 핵심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것을 억압하는 행위를 막고자 ....(생략).... 정보는 공개 영역으로 보다 자유롭게 흘러가고 있다. ... (생략).... 이제 '투명성의 시대(Age of Transparency)'가 도래한 것이다. 위키리크스 같은 정보 공개 및 고발 전문 사이트들이 존재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방법에 대한 지식이 폭넓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예전에 뉴스로만 볼 때는 줄리언 어산지는 조금 이상한 똘아이 같았다. 그런 내용도 8장에서 동지의 입장인 저자에 의해서도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이런 사이코가 자기 잘난 맛에 하는 행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가 도래한지 꽤 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생각되었다. 정보의 공개와 투명성이 강화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가령 책에서는 미국 의회의 예산안에 대한 시민들의 심사를 진행한 예가 나온다. 선심성 예산이란 어느 나라나 문제이며, 부정부패의 문제도 여전하다. 예전에는 그러한 일들을 정부기관 수준의 조직이 아니면 막거나 감시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가 공개되면 이를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개 정보는 방대한 분량으로 쏟아져 나오기에 이를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누어 분석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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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게 되었다. 예전에 산업화가 민주화가 시급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이제는 많이 건강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새로운 곰팡이가 피어나고 있음을 보게된다. 정부와 의회 수준에서의 선심성 예산과 부정부패는 여전하겠지만, 시민사회 단체라는 곳에서의 부정부패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새로운 권력의 역할을 하면서 돈의 맛을 보고 있다.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아픔들이 있었는데, 이를 보살피다 보니 도를 지나쳐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화에 기여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반역자로 국가를 전복하려 했던 자들이 버젓이 민주화보상금을 받고 있음을 보고 있다. 많은 일반 시민들의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이루어졌는데, 전문 시위꾼들이 그 열매를 가로채고 있었다. 이런 일들을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진실을 감추어 지지 못하는 시대이기에, 점차 많은 시민들이 진실을 알아가게 되었다. 진실을 들은 사람들에게 바로 충격 그 자체였다. 민주화의 이름으로 감추어졌던 진실을 찾는다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조작했던 기록이 드러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이름 하에 자행되었던 폭력과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또한 지금 철도파업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주장의 허구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지위와 보상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제는 감출 수 없다. 정부 공기업에 대한 부정부패와 무능이 도를 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일들에 대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다. 전교조 명단만 하더라도 조전혁의원이 공개하면서 전교조에 빚을 10억을 넘게 떠안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자료는 무기명으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명단을 입수하고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그런 선생이 있으면 항의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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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전히 개개인이 이런 일을 하기는 힘들다는데 있다. 리더급 인사들은 단순한 정보공개와 같이 불법적 수단을 강행하지 말고 (이것이 바로 어산지가 추격당하는 이유이다) 시민들이 해야할 일을 조직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가령 자신의 근처 학교에 다니는 전교조 교사가 있다면 학교에 항의하고 이를 인증하는 것을 자신의 사이트에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진영 논리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불법적 일들에 대해서 누구나 시민으로서 행동을 한다면 이른바 모든 '진영'이 다 깨끗해 질 수 있다.
지금 문제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돈을 찾아 떠도는 기회주의자들과 체재전복과 혁명에 아직까지 미친 정신병자들이 각각의 진영에서 기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수구우파, 수구좌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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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리뷰를 마치려 한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되었는데, 7장까지 점진적으로 내용이 진폭되고 있다. 즉 서론과 7장만 보면 주요한 내용은 대개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를 포함하여 이러한 투명성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어산지에 대해 평가가 좋지 않은 듯 싶었다. 어산지의 말을 들어보면 조금 억지논리에 과대망상증 환자 같았다.
그에게 있어서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가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힘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는 약하게 하고 약한 단체는 강하게 하자라는 논리이다. 그 말은 정부를 갈아치우자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자신이 권력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런 측면에서 그와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서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있었다. 8장은 그러한 줄리언 어산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작하며, 자신들이 하는 운동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며 마치고 있다.
그런 면에서 7장의 제목인 '비밀주의의 종말'에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주장에 얼마나 동조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수 있을지 알게 되었다. 몇몇 블로그로 올리는 글들이 결코 사소하게 사라지는 물결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