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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부부싸움 - 조선의 역사를 바꾼
이성주 지음 / 애플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조선 역사를 읽으면서 이렇게 흥미롭게 읽은 책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조선의 최고 권력자인 왕의 부부 관계 중심의 개인사를 살펴본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흥미를 준 것 같다.
역사책이 가져야 할 사실성과 해석력이 탁월해서 저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쓴 책인가를 느끼며 읽었다.
퇴근 후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이면의 역사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들에 놀라움과 새로움을 느끼고 조선 역사의 또다른 매력과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선의 절대 권력자인 왕이 가진 숨겨진 역사와 가려진 역사를 이 책에서 많이 보여주었다.
조선 왕들의 상세하면서도 생생한 결혼 이야기가 조선왕조실록 인용과 더불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책 제목은 왕들의 부부싸움이지만, 내 생각에는 부부싸움과 부부생활이 이 책의 전부가 아니다.
왕과 중전의 결혼으로 인한 역사적 사건들, 왕과 중전을 둘러싼 정치적 다툼, 왕위 계승 이면의 사실과 배경, 왕과 중전의 사생활과 심리 분석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 시대의 역사 해석에 대한 새로운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그 동안 몰랐던 새로운 역사와 해석을 많이 보게 되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역사적 내용과 해석이 충실한 것도 있지만, 이야기 전개가 요즘 사람들의 흥미를 끌도록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는 점이다.
각 왕에 대한 내용이 기술되는 처음 부분에 그 왕이 어떤 사람인지를 재미있게 요약해서 보여주는 내용만으로도 그 왕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왕이 왜 그랬는지를 추측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왕은 모두 일곱 명이다.
나쁜 남자 태종, 파파보이 세종, 여자를 멀리한 문종, 폭군 아들을 낳은 성종,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중종, 아들을 질투한 선조, 권력 앞에 냉정한 숙종이다.
절대 왕권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처가와 아들의 처가를 제거한 태종의 이야기는 조금은 익숙하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좀 더 소상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남편이 왕이 되도록 온몸으로 도왔지만, 태종의 부인 원경왕후의 친정은 아버지(태종의 장인), 형제들(태종의 처남들)은 모두 제거된다.
태종은 원경왕후와 잦은 다툼을 하였는데, 그 다툼의 원인 중에는 태종의 여자 문제도 많았다고 한다.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놀랍고 새로웠다.
세째 아들이라는 위치에서는 느끼는 서운한 감정이 세종의 어린시절에 고스란히 배어있었고, 그 모습 중의 하나가 고자질쟁이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형의 비행을 고자질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세운 모양이다.
세종대왕께 그런 모습이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고기를 좋아하고 움직이는 싫어하는 성격으로 뚱뚱해져서 태종으로부터 살을 빼라는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완벽해 보였던 세종대왕의 이면의 모습이었다.
세종은 불행한 유년시절을 공부로 이겨낸 책벌레였다고 한다.
세자라는 지위를 지키고 싶어했던 양녕대군과 양녕대군의 비행을 고자질하면서 공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충녕대군(세종)의 이야기는 가려진 역사이고 숨겨진 역사 이야기이다.
양녕은 비행 때문에 세자에서 폐위되고, 효령은 술을 못마신다는 이유 때문에 세자가 되지 못했고, 공부 잘 하는 책벌레이면서 술도 마실 줄 아는 충녕(세종)이 세자로 선택이 되었다.
세종의 중전 소헌왕후는 자신의 친정 가문이 몰락하게 되는 불행을 겪게 된다.
소헌왕후 친정 가문의 몰락은 세종과 소헌왕후의 부부싸움이 문제가 아니라 절대왕권을 지켜야 하는 태종의 욕심과 태종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던 세종의 현실이 반영된 일이었다.
문종이 아내 복이 없고, 여자를 그렇게 멀리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조선시대 모든 왕이 여자를 곁에 많이 두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러하지는 않았다.
세조는 중전 한 명과 후궁 한 명만을 두었고, 현종은 중전이 한 명 뿐이었고, 연산군은 정식으로는 중전 한 명과 후궁 한 명을 두었다고 한다.
반면에 여자를 많이 둔 왕도 있는데, 태종, 성종, 중종은 중전과 후궁을 포함해 열 두명을 두기도 했다고 한다.
문종은 가장 행복했던 세자라고 하는데, 그 행복은 세자일 때만 그랬던 것 같다.
문종의 세자 기간은 무려 30년이었다.
문종은 첫번째 결혼도 실패하고, 두번째 결혼도 실패였고, 세번째 결혼도 불행했다.
문종에게 여자 복이 참 없었고, 그 불행은 단종에게로 이어진 것 같다.
성종의 가려진 모습도 이 책에서 많이 보여주었다.
성종은 성군이었지만, 정치적 곤경이 많았고 신하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한다.
성종의 아들 연산군은 아버지처럼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할 정도이니 성종이 얼마나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상상이 되었다.
바른 생활 소년과 모범생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왕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한 성종은 다음 왕(연산군)의 악행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성종의 중전이었던 폐비 윤씨는 양반가의 딸이었고, 성종보다 연상이었으면, 폐비 윤씨가 보여준 절제미가 성종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중전이 되기 전에는 대왕대비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폐비 윤씨는 중전이 된 후 8개월만에 비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고 새로웠다.
아버지와 같은 왕이 되지 않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 사화였다고 한다.
왕이 된 후 10년간 카리스마 군주의 모습을 보여준 연산군은 모범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산군 재위기간 동안은 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균형잡힌 국정 운영의 증거라고 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 갑자기 변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연산군의 이상 행동은 모두 부모의 영향이라고 해석을 하고, 연산군은 결국에 성종이 남긴 정치 유산으로 삐뚤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신하들의 택군에 의해서 얼떨결에 왕이 된 중종은 왕이 된 후 부인을 7일만에 중전에서 폐위시켰다.
그것은 중전의 아버지가 신수근이었고, 연산군 시대의 핵심 실세였던 신수근이 중종반정에 뜻을 함께 하지 않아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중전은 가족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자리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악녀로 불리우는 문정왕후는 중종의 세번째 중전이라고 한다.
문정왕후가 인종에게 떡을 먹여 죽였다는 설이 있는데, 인종은 왕이 된 후 9개월만에 사망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왕의 결혼과 부부 생활이 숫자로 나타나고, 그 내용이 속속들이 알려지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내용은 아마도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성종은 정비 세 명, 후궁 아홉 명에 아이는 스물여덟명을 두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왕이다.
태종은 정비 한 명, 후궁 열한 명이었고, 중종은 정비 세 명에 후궁이 아홉 명이었다.
한명회의 딸 둘은 모두 세자의 부인이 되지만, 둘 다 스물을 넘기지 못하고 요절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는 없는 모양이다.
책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조선시대 왕의 재위기간, 왕비의 이름과 수, 왕비의 주요 이슈 내용을 표로 요약정리해주었다.
조선 왕의 결혼 관계를 이렇게 정리해 준 책은 다른 책에는 없을 것 같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식의 서두, 조선왕조실록의 실제 내용을 인용하고, 이를 해석하고, 왕의 결혼 전후의 모습들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이 책의 매력이며, 이 책이 보여주는 매력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진다.
재미있는 역사 책이고, 훌륭한 역사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왜 알아야 하고, 역사를 통해서 어떤 점을 배워야 하는가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고,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역사 내용을 볼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새롭고 교훈적이었다.
정치적 이해 관계, 부모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세자와 중전, 자의든 타의든, 공익을 위하든 사익을 위하든 어쩔 수 없이 정적을 제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 심지어는 처가와 아내까지도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참 많았다.
내가 지금 살고 이 시대에도 분명 조선 시대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고, 나도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께서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은 책이라 생각되고,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이고 훌륭한 책을 볼 수 있게 해주심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꼭 다시 읽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 안에서 보여준 태종, 세종, 문종, 성종, 중종, 선조, 숙종의 결혼과 부부생활 이야기는 보면 볼수록 내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조선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지식과 지헤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
※ 조선의 역사를 바꾼 왕들의 부부싸움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애플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