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라임 틴틴 스쿨 9
설흔 지음, 유준재 그림 / 라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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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의 아들로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볼모로 잡혀갔다가 조선으로 돌아와 갑자기 죽은 이가 바로 소현 세자이다.

소현세자는 독살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여러 역사책에서 언급되고 있고,

서양의 선진기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소현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또다른 모습을 가졌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어쩌면 그런 관심과 열의가 인조에게 반감을 주었고, 그를 죽음으로 몰은 것일 수도 있다.

똑똑하고 어진 인품을 가지고, 혁신적 변화를 추구하는 이게는 기득권층의 적이 많다고 해야 하나?

소현세자는 아무튼 조선에 돌아와 갑자기 죽게 되었고, 그의 아내와 가족들도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소현세자의 진짜 공부라는 제목에서 소현세자가 조선과 청나라에서 겪었을 여러 일들이 연상이 된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그 분이 왕으로서 세상에 뜻을 펼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 책은 현대와 과거의 결합이다.

이야기 전개의 배경은 현대지이만, 그 속에 담긴 진짜 이야기의 배경은 소현세자가 살았던 조선시대이다.

현대와 조선시대를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이 책에서 화자는 전직작가인 사십대의 정 아무개이고, 존이라고 불리우는 이가 소현세자이다.

소현세자가 현대에 다시 환생해서 화자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현실과 과거를 대화 형식과 독백 형식으로 오가는 내용이 마치 다른 세계 속으로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열네 살의 나이에 병자호란을 치르고, 삼전도의 굴욕을 겪고, 청나라로 인질로 끌려간 소현세자의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

세자로서 여러 스승에게 교육을 받은 것도 공부였을 것이고, 청나라에 가서 왕의 아들로서 그리고 차기 왕이 될 세자로서 조선을 생각하고, 청나라를 생각하는 것이 공부였을 것이다.

어린 나이지만 국가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공부에 대한 큰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을 호출한다."


겸손한 성격을 가진 듯한 소현세자는 병자호란으로 인한 모든 것들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 여기저기에서 소현세자는 거만하지 않고 겸손한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인품을 가졌음이 느껴졌다.


병자호란의 패배와 삼전도의 굴욕에 대해서는 매우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선은 패배를 인정하고서 인조와 세자는 청나라 황제 앞에서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만주족 전통의 삼배구고두를 행했다고 한다.

반정으로 왕이 된 인조가 전쟁에서 패하고, 청나라 황제에게 굴욕을 당한 것은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소현세자의 선양에서의 생생한 일상들이 이야기 되어 있고, 청나라에 함께 잡혀간 조선인들의 수모도 나타나 있다.

병자호란 후 소양세자와 조선인 일행이 선양으로 향하면서 함께 간 말들의 죽음과 이를 대체할 말들을 조선에서 지원받는데, 그 지원 받은 말들이 온전하지 않아 또 몇 일만에 죽어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조선의 능력과 실상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모습들이었다.

지원받은 말들은 숫자는 채우지만, 그것이 전부이고, 대부분 곧 병들어 죽게 되어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실질적인 능력이 없이 형식에만 급급한 조선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 보여지는 나약한 조선과 허세만 가득한 조선의 모습이 그 당시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선양에서 공연을 하는 조선인들은 짙은 화장에도 불구하고 감춰진 눈물을 숨길 수는 없었다는 말에서 그들이 느꼈을 울분과 참담함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오리 이원익 선생에 대한 이야기...

광해군 때 영의정이었는데 인조 반정 후 다시 영의정이 되는 것은 인조의 정당성 홍보를 위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왕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억지로 왕이 된 것이 어쩌면 역사의 비극이다.


존과 화자는 편의점으로 가기도 하고, 놀이공원에 가기도 한다.

그들이 간 배경에 따라서 소현세자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가 된다.

참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이야기 전개 구성이다.

작가가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력이 매우 탁월함이 느껴졌다.


인조의 아버지 정원군은 개망나니 중의 개망나니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라고 한다.

정원군은 여러 비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게 조선의 정보를 알려주고 돈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의 아들이 반정으로 왕이 되다니...

이건 분명 비극이 아닐까?

"생각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한 사람이 크게 어질면 온 나라가 바르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요.(p.198)"


책 후반부로 갈수록 소현세자의 진짜공부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소현세자의 진짜공부는 진짜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그것을 한 문장으로 가르쳐주려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와 존의 대화와 독백으로 대신 말해주고 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역사를 시간적인 순서로 조목조목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의 역사책과는 좀 다른 느낌이고 책 내용을 이해하기에 조금 어려움이 많았다.

사실 책 내용 전개가 좀 어렵게 느껴졌다.


이 책은 분명 특이한 구성의 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이다.

기존에 접한 역사 이야기 책과는 확연히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특이한 구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프로필을 보니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기에는 이야기 전개가 다소 어렵고 무겁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기존의 역사 소설이나 역사 책과는 다른 구성 방식이 그런 어려움과 무게감을 느끼게 한 것 같다.


청소년 소설로서의 가치는 색다른 구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소현세자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 병자호란 전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의 재해석이라 생각한다.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역사소설이다.

소현세자의 진짜공부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서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듯이 내가 느낀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분명 소현세자는 진짜공부를 한 인물이다.

그것은 스승으로부터의 학습과 여러 사건과 일상을 겪으면서 느낀 혼자만의 생각들이 진짜공부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소현세자가 죽지 않고 왕이 되었다면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소현세자의 진짜공부 독서후기 포스트는 라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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