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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대담 -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8년 8월
평점 :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
부제목이 인상적인 책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즐기는 것을 하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사람도 있고,그렇지 않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야심찬 계획과 각오로 자신이 즐기는 일로 1인기업 또는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흥하는 사람도 있고
망하는 사람도 있다는 팩트가 그를 증명해준다.
공방 창업이 성행하다고 요즘 조용해진 것도 그렇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남는 방법은 그래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고 특별하다.
한양대 건축학 학사, 미국 조지아공대 건축학 석사인데 음식 문화 비평가를 하고
있다.
음식 문화 비평을 하기 전의 이력은 알 수 없지만, 건축학을 석사까지 전공한 저자께서 음식 문화
비평가를 하는 것은 참 특이하다.
"부동산이 지배하는 현실탓에 매일 걱정이 빚어내는 불안감 속에서 사명감이나 자기만족으로 반복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직업의 이야기"
음식점 자영업을 이렇게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점
자영업을 명확하게 표현해주었다.
부동산, 불안감, 자기만족, 반복, 고민...
이 책은 음식점 자영업자들과 저자가 나눈 대화를 모은 모음집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미식대담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총 열 개의 대담이 수록되어 있는데, 8개는 음식 관련 셰프(요리사)들의 이야기이고, 1개는 술 유통
매니저, 1개는 음식콘텐츠 에디터와의 이야기이다.
내게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음식 관련 셰프(요리사)들의 자영업 생존과 성공
이야기들이다.
지금은 직장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영업을 해야하는 것이 내 운명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생각하면서 제과를 잠시 배워보기도 했는데, 아직은 그냥 취미 생활
수준이다.
미래에 제과점 창업을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메종 엠오, 주반, 광화문국밥, 바 틸트, 권숙수 & 설후야연, 라 뽐므 & 에뜌왈,
쇼콜라디제이, 트라토리아 챠오가 등장한다.
모두 처음 들어보는 곳들인데, 나중에 한번씩은 방문해서 맛을 보고 싶은 곳들이다.
책에 언급된 음식점, 제과점, 칵테일바의 주소가 기재되어 있어서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듯
하다.
저자와 각 테마별 셰프 또는 매니저 또는 에디터 간의 대화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문자로 정리되어 있지만, 구성이 대화식 내용을 그대로 옮겨서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는 것
같다.
제과점 메종 엠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파티시에는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고 그대로 재현하는 사람 또는 전통에서 출발해 자기 맛을 내려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서 제과 전문가의 깊이 있는 철학, 경험, 식견, 지식이
엿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음식점 창업 가이드북이 아니고, 깊이가 있는 책이고, 음식점 자영업자의 많은 고민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게 훌륭한 조언집이 되고 지침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컨템퍼러리와 프렌치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는가?(p.31)"
프렌치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지만 결과물은 컨템퍼러리 과자가 된다고 한다.
두 개념에 경중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메종 엠오 셰프의 이야기이다.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면서 가능한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는
법"
도쿄에 있는 피에르 에르메 셰페에게서 이것을 배웠다고 한다.
셰프의 길은 반복 속에 작은 차이를 느낄 줄 알아야 직업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반복...
음식을 만드는 일은 분명 반복이다.
때로는 창조적이지만 반복적인 일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담자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간의 매우 심오한 대화를 읽다보면 셰프, 파티시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만의 철학과 신조가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주점 주반의 대표는 역사학(동양사)을 전공하고, 도쿄에서 요리를 공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여행이 인생의 키워드라고 말한다.
티벳, 중국, 인도, 샌프란시스코, 페루 등을 여행했고, 그가 만드는 음식에도 그가 가진 생각에도
여행이 담겨져 있다.
팔리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먹방 참여는 안한다고 말하는데 먹방 참여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책 속에는 등장하는 셰프들이 일하는 음식점 사진과 만든 음식 사진들이 여러 장이 포함되어
있다.
요리 사진을 보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요리들이었다.
대담 중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고 탁월하다.
음식 자영업에 도움이 되는 말씀들이 참 많았다.
"음식은 디자인프로세스처럼 여러 좌표가 만나는 지점이다. 맛, 양, 비율, 플레이팅의 미적인 표현
등의 맞물리는 지점에서 한 접시의 음식이 탄생한다.(p.60)"
음식에는 맛, 질감(식감), 색감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의 식재료 현실이 처참해지고 있다는 말은 매우 놀랍다.(p.65)
셰프들이 보기에는 우리나라 과채류가 외국에 비해서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준혁이네 농장이라는 곳과 협업을 진행하는 셰프도 있었다.
저자의 말과 셰프의 말을 다른 컬러로 처리해서 독자가 원하는 내용만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셰프들의 말들을 중심으로 읽다보면 셰프들이 현업에서 직접 음식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며 생각한 바들을 잘
전달받을 수 있다.
양식이든 한식이든 제과든 술이든 관심분야별로 골라서 읽기에도 좋다.
일주일에 하나씩, 하루에 하나씩, 잠자기 전에 하나씩,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씩 골라서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이번에는 몇 편은 정독하고, 몇 편은 속독했지만, 다음에는 잠자기 전에 하나씩 정독을 해서 읽을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내용과 구성에서 수준이 높은 책이다.
광화문 국밥 음식점에서는 돼지국밥과 평양냉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책이 유럽의 요리와 제과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광화문 국밥의 돼지국밥은 돼지 바크셔 품종만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고기도 특정 품종을 사용한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칵테일바를 운영하고 있는 주여준 바텐더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내가 모자라는 부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 당장 힘닿는 한에서 좀 더 연습해보고, 좀 더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보자. 약간 소심하고 성실하게 가고
있습니다.(p.126)"라고 말한다.
공감이 가는 말씀이었고, 자영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밀가루와 계란에 대한 셰프들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우리나라 계란의 수준은 아직 낮다고 평가하며, 친환경보다는 동물복지 계란이 더 믿을만 하다고
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음식, 술, 요리, 제과, 제빵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는 것
같다.
프랑스나 일본에서는 제과제빵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고 한다.
파티스리는 과자를, 블랑제리는 빵을, 쇼콜라트리는 초콜릿을, 글라스리는 아이스크림을 다룬다고
한다.
이 책에서 음식과 음식접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이 열 명의 대담자를 통해서 제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과정, 음식에 대한 철학, 창업 과정, 창업 목적, 경영 철학, 생존 방법, 차별화 전략,
브랜딩 전략, 마케팅 전략, 동업과 협업이 다루어지고 있고,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음식 콘텐츠 제작자와의 대담에서는 월간지 편집자로서 느끼는 마감의 스트레스가 공감이
되었다.
패널 활동 보고서를 종종 쓰는 나도 마감의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낀다.
10년 이상의 요리 실무를 하고 셰프가 되고 창업을 했다는 트라토리아 챠오 셰프의 이야기에서 음식점
창업의 길은 멀고도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맨 마지막에 10개의 대담을 통해서 얻은 저자의 결론이 제시되어 있다.
1. 맛있는 음식을 위한 실마리는 음식의 세계 바깥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셰프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2. 협업이 중요하다. 재료, 요리, 포장, 집객 등에서 협업이 필요하다.
3. 음식과 요리 세계의 성역할에 대한 선입견과 불균형이 식문화의 가장 큰
과제이다.
그 동안 음식점 창업 관련 책을 몇 권 읽었었는데, 이 책이 주는 임팩트가 가장 큰 것
같다.
10개 대담을 통해서 보여주는 내용이 질과 양면에서 매우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음식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읽을 것을 추천해주고 싶다.
언젠가 자영업 창업을 생각하는 나도 이 책이 전해주는 여러 지혜들을 잘 받아들이고 창업을 하고 생존을
할 때 잘 참고해야겠다.
좋은 책이었다.
※ 미식 대담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반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