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8.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사는 것이 부쩍이나 힘들다. 

생각해보면 사는 것이 안 힘든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그냥 살면서 소소하게 행복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회사일이 어처구이 없이 돌아가는 일이 많고, 집에 돌아오면 윗층의 층간소음이 짜증을 유발한다. 

그나마 가족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그 가족들이 내게 행복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일과 층간소음 때문에 심신에 누적된 스트레스가 정말 최고조에 다다르는 것 같다.

이를 어쩌나... 

회사일은 개선하려 하지만, 오너도 동료도 후배도 반응이 시원찮다. 

층간소음 피해를 윗층에 호소하고, 관리사무소에 해결을 요청하지만 그냥 호소이고 요청일 뿐이고, 윗층의 막말에 더 화가 난다. 

윗층을 보면서 쓰레기 인간들이 있음을 실감하고, 그런 쓰레기 인간들과 상종해야 함이 참으로 짜증난다.


손에 잡은 샘터 2018년 11월호...

부디 내게 힐링과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물쭈물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을 샘터에서 다시 만났다.

연말이 다가오니 새해 계획에 대한 반성과 평가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난 그래도 많이 도전하는 편이다.

그 도전이 성공에 이르지 않는 점이 문제이고, 그것이 내 인생을 후회하게 만든다.

직업상담학에서 적성과 흥미의 불일치라고 하던데, 아직 내 적성과 흥미가 일치하는 일을 못 찾은 것 같다.

어서 찾고 싶다. 그래서 우물쭈물 하면서 도전만 하는 인생이 아닌 후회 없는 인생, 열매를 맺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 한마디 말은 평생 쌓은 덕을 태운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말이 말을 만든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알려주는 글들이었다. 

갑자기 층간소음 유발자인 윗층이 생각났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막말을 하면서 거짓을 말하는 그 사람들은 과연 말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는 것일까?

그 집의 아이는 과연 부모에게 무엇을 배울까?

그 집의 가족들은 쓰레기이고, 악마이다.


전주 MBC의 유명 DJ 김차동 씨의 기사가 반갑고 신선했다. 

중앙 잡지사에서 지방 방송국의 DJ를 인터뷰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김차동 DJ는 전주MBC 아침방송 FM모닝쇼를 무려 25년간 진행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방송 두 시간 내내 꼿꼿이 서서 방송을 한다고 한다. 

위대하다는 말은 이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말이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자신의 직업속에서 인생의 꽃을 피우는 위대하고 멋진 분이셨다.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가짜 나로 살아간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라고 했고, 노자는 "나를 알아주는 자가 드물다면 나는 참으로 고귀한 존재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도 중국 유리창에서 자신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하나의 사람이었다.

군중속의 고독... 이것도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숙제인 것 같다. 


"마음에 꼭 드는 시절을 만나 마음에 꼭 드는 친구를 만나서 마음에 꼭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꼭 맞는 시문을 읽으면,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즐거움인데 그런 일이 어찌도 적은가. 일생을 통해 몇 번쯤이나 될까.(이덕무, p.42)"

지금의 내게 딱 맞는 충고인 것 같다.

내 마음에 드는 대상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을 인정해야 내 인생이 편해진다.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빠처럼 살면 안된다."이다.

열심히는 살았지만, 그다지 성공을 못했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내 삶을 실패사례로 보여주려고 애쓴다. 

"부모가 실패자라해도 열정적인 삶을 산다면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저명인사 네 명 중 한 명은 자기주장이 강한 아버지를 두었고 또 그 아버지는 실패자였다. 자녀들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은 물질이 아니라 부모의 신념이나 열정적인 삶의 태도같은 정신이다.(p.51)"

최효찬 대표님의 말씀이 나에게 위로를 주고 힘을 준다. 


아름다운 웹툰을 그리는 배성태 작가님이 부럽게 느껴졌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의 표정에 행복이 가득한 것 같다. 

예쁜 그림과 예쁜 글로 웹툰을 만드는 일이 행복해보인다. 


이번 샘터 11월호에는 여행의 욕구를 자극하는 글과 사진이 참 많았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에 잘 맞는 구성이었다.

상암동 하늘공원이 멋드러지게 소개되어 있었고, 삼청동길의 역사와 가치가 소개되어 있었고, 경북 영양 주실마을이 소개되어 있었고, 소래염전 소금창고가 소개되어 있었다. 

가을을 맞이해서 하늘공원과 삼청동길을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소래포구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늦은 시각까지 노점에서 밤을 파는 할머니를 측은하게 생각해 할머니의 밤을 모두 사버린 대학생의 이야기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착하다고 해야할 지, 순수하다고 해야할 지,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해야할 지...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추억 때문에 노점 할머니를 도왔다는 대학생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 대학생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충남 태안 서부시장에서 할아버지의 생선가게 가업을 잇고 있는 30세 젊은이의 이야기도 신선하다. 

휴일 없이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니 젊은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노동 조건이다. 

글을 읽다보니 그 젊은이의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은 점도 많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가업을 잇기 위한 운명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태안에 갔을 때 서부시장의 황해수산에 들러보고 싶다. 


착잡하고 짜증나는 일들이 연속인 요즘을 살아가는 지금 오늘 읽은 샘터가 그래도 잠시 착잡함과 짜증을 잊게 해주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았고, 나보다 더 열정적인 노력으로 현실을 이겨내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 현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그 파랑새는 찾기 힘들기에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같다. 

가을 바람을 쐬면서 샘터에서 알려준 여행지에 가보고 싶어진다.

그곳에서 가을 바람에 짜증나고 고통스런 일들을 모두 날려보내고 싶다.


나도 예쁘고 행복하고 순수하게 살고 싶다. 

샘터에서 언급된 그들처럼...


 

※ 샘터 2018년 11월호 독서후기 포스트는 샘터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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