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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둑할망 돔박수월 ㅣ 우리 땅, 우리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창작동화 시리즈 1
최정원 지음, 이승주 그림 / 푸른영토주니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리 땅과 우리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창작동화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의 배경은 제주도이다.
제목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버둑할망 돔박수월'
제주도가 배경이기 때문에 책제목의 단어들이 제주도 말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고 도대체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할망만 할머니라는 느낌이 올 뿐이다.
버둑=황무지, 할망=할머니, 돔박=동백, 수월=숲.
황무지 할머니와 동백 숲이 이 책의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이다.
이 책은 제주 올레길 5코스에 있는 동백 군락지에 얽힌 이야기이다.
바람 많은 제주에서 동백 씨를 심어 바람을 막는 기적을 이루어 낸 분이 현명춘 님인데, 이 분의 파란만장한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낯설은 단어들에 대해서는 각 장의 뒤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책 하단에 있었으면 읽기에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명춘 님의 어머니는 강하면서 증력있는 잠녀이다.
제주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전통적으로 잠녀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해녀라는 명칭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수탈을 하기 위한 도구로 해녀조합을 만들 때부터 사용된 이름이라고 한다.
시집가는 맹춘에게 어머니는 '제주 여자라면 한 집안은 먹여 살려야 한다' 라고 말한다.
맹춘은 가진 것은 없지만 착해보이는 신랑과 결혼을 한다.
전통 결혼식이 재미있게 묘사되었다.
낡은 집에서 힘겨움이 예상되는 맹춘의 신혼 생활이 시작된다.
그리고, 잠녀로 일하는 맹춘과 다른 잠녀들의 물질 모습이 그려진다.
맹춘 부부는 열심히 살아가는 가난한 시골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제주에서는 먼바다로 고기잡이 나가는 것을 빼고 남자들은 일의 거의 하지 않는 게 전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맹춘의 남편은 달랐다.
두 부부는 각자가 부지런히 일을 했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황무지(버둑) 땅을 오천평을 사게 된다.
그 땅에 집을 짓고, 밭농사를 하고, 남의 집에서 품삯을 받으며 일을 하고,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소금을 만들어 팔고, 돼지를 키우고...
정말 열심히 일한다.

제주의 강한 바람으로 밭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바람을 막을 목적으로 소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소나무에는 송충이가 생기고 남편이 송충이 가시를 밟아서 다치는 발생한다.
'울타리가 될 만큼 크게 자라면서 벌레가 들끓지 않는 나무, 잎도 날카롭지 않은 나무를 찾아야 했다. 나무 때문에 주위가 지저분해져서도 안 되었다. 낙엽이 지는 나무라면 일거리가 몇 배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심는 대로 싹을 틔우는 강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사림에까지 보탬이 되어 주는 나무가 없을까?(p.66)'
맹춘은 고민을 하여 동백을 키우기로 한다.
'동백은 잎이 나면 나무 한 그루가 빽빽한 이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집처럼 바람을 막았다. 추울 때 주로 피지만 여름 한철을 제외하면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게다가 동백의 열매는 머릿기름이나 식용, 때로는 어혈을 푸는 약으로도 쓰였다.(p.67)'
맹춘은 동백 씨를 구하여 심고 또 심었다.

맹춘이 임신을 하여 아기를 낳고 아기를 키우고...
맹춘의 삶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계속 이어진다.
착한 부부의 성실한 삶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겨졌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제 곤경이 닥친다.
관아에서 나온 관원들이 관아에 알리지 않고 진상도 하지 않으면서 귤을 키웠다며 억지 주장을 하며 괴롭힌다.
국가를 위해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 백성을 괴롭히다니...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귤 수확기가 되자 애초에 보았던 열매보다 수확량이 적다면서 부족량을 소라와 전복으로 채우라는 억지 명령을 한다.
맹춘은 친정엄마와 함께 귤나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내년에는 귤나무에 꽃이 피지 못하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맹춘 부부에게 가난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도 현실은 갈수록 더 힘들어졌다.
백성들에게 부과된 군역과 각종 세금의 부당함이 기술된다.
조선 후기 부퍠한 나라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생소한 단어들이 약간의 거부감과 불편함을 주었지만, 읽을수록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맹춘은 가난 때문에 자식 셋을 부유한 형님들에게 입양을 시킨다.
그리고, 제주도에 들이닥친 조선 후기 개화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전개된다.
천주교가 퍼지고, 임오군란과 갑오경장이 일어나고, 을미사변, 아관파천,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벌어지는 이재수의 난이 나오고, 천주교가 퍼지면서 제주에서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이 박해를 받게 되는 내용이 기술된다.
맹춘의 주변 사람들도 이로 인해서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일제강점기 제주에서의 일제의 만행이 기술되면서 역사 동화의 색깔을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가 버둑할망이 살았던 시대의 제주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재수의 난이 자세히 나온다.
제주목사 이상규는 제주도민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였고, 당시 세금을 거두는 봉세관이 주로 천주교 신자들을 앞세웠다고 한다.
제주도의 천주교 신자 중에는 사랑과 평등의 천주교에 심취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 잇속을 위해 입교한 불량배들도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민들은 천주교를 등에 지고 행패를 부리는 자들을 처난하기 위해 난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재수의 난에서 죽임을 당한 천주교도는 4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재수의 난은 천주교의 교세확장과 이에 따른 폐단, 정부의 조세수탈에 대한 제주 토박이 민중들의 저항이었다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역사이다.
어느 집단이든 폐단과 모순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사건이다.
맹춘이 키운 돔박수월은 마을 전체의 숲이 되고 마을의 자랑이 되었다.
나도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제주도 올레길 5코스의 동백나무 숲은 이 책의 이야기처럼 현명춘 할머니의 삶이 담겨진 결과물이었다.
나중에 가족들과 제주 올레길 5코스를 이 책을 가슴에 안고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마지막에는 제주 사투리가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주 사람이 아니고, 서울이 고향인 사람이다.
현맹춘 할머니의 손자 부부에게 들은 이야기를 동화로 엮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 올레길 5코스의 동백숲을 취재하러 오는데 현매충 할머니의 후손들이 이를 힘겨워 하여 책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현명춘 할머니 후손을 위하면서 현명춘 할머니의 일생을 통해서 세상에 감동을 주고자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애국은 거창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땅에 대해 잘 아는 것, 그 땅에 얽힌 역사를 잊지 않고 그것을 알고자 하는 이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 그것도 애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선 황무지를 옥토로 가꾸기 위해 땀 흘리는 것 역시 애국이라고 봅니다.(p.228)'
저자는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고 동백숲으로 키운 현맹춘 할머니도 분명 애국자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땅에 역사와 정성이 담긴 곳이라는 의미를 느꼈고, 우리 땅 하나하나가 모두 수중한 우리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영화와 같은 스토리 전개에 조금만 집중한다면 제주 올레길 5코스 동백숲에 담겨진 역사와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청소년들에게 우리 땅과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