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 꿈꾸는 돌고래 1
홍정욱 지음, 윤봉선 그림 / 웃는돌고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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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어린이 창작 동화이다.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라는 책 제목에서 뭔가 음식 또는 식생활 관련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음식과 식생활과는 무관한 어린이 창작 동화이다.

동화는 3부로 구성되어 총 12편이 실려 있다.

12편의 내용이 일부는 연관되어 연속적인 흐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각 편이 모두 개별 동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름대로의 독립성도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쓰는 저자의 삶은 내가 동경하는 이상적인 삶이다.

본업을 하면서 또 다른 부업인 책쓰기를 하면서 삶을 더 알차고 풍요롭게 하는 저자의 삶은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1부에서는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등장한다.

이상하다는 나의 표현은 우리 시대에 보기 힘든 선생님이라는 의미이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초등학교 선생님의 모습이다. 

 

수업시간에 밖에 나가서 누워서 수업을 받게 한다.

'누우면 가슴으로 햇빛의 무게를 잴 수 있고 등으로는 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대요.(p.9)'

 

비가 오는 날 맨발로 운동장에 나가서 수업을 받게 한다.

'비오는 날 맨발로 운동장에 그린 그림은 운동에 쓴 시다.(p.11)'

 

학교 옥상에서 수업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개구리에 대한 일화, 매미 껍질에 대한 일화, 비둘기가 알을 낳은 일화 등이 등장한다. 

 

수업시간에 함께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아이들에게 감을 깎게 하여 곶감을 만들어 교실 창틀에 걸어 놓기도 한다.

학교 창문에 가을을 걸은 것이다.

 

이 특이한 교육방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학교의 모습은 참 아름답고 진정 학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초등학교 모습과는 많이 다른 교육이다.

어쩌면 옛날 추억의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추억속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지금 도시에서 이런 교육을 실시한다면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응은 어떨까?

아니, 교장선생님이 인정해줄 수 있을까?

 

하지만, 주입식 암기 교육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도록 자극을 주는 교육이 참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 책에 나오는 초등 선생님의 교육 방법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1편의 제목에 나오는 직박구리는 새의 이름이다.

까마귀의 공격을 박은 직박구리 새끼를 치료해주고 보내주는 일화가 나온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항상 동심속에서 한마음으로 생활하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들에게 감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선생님의 출신이 농촌으로 생각되는 대목들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가 농촌 출신의 환경운동가 선생님이어서 이런 모습들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잇었다.



'우리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p.56)'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 질문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아이들에게 묻는 것이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당연한 것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라는 생각에 참 좋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신의 본질은 잘 모른체 주변 정보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설명하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질문하여서 좋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교육적인 내용으로 느껴졌다.

'학교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공부란다.(p.60)'

선생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1부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참 좋은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2부와 3부는 옛날 시골 농촌의 모습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아마도 지금의 어른들 중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이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직접 체험해본 적은 별로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거나 책에서 보거나 TV에서 본 시골의 모습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금 도시에서 생활하는 초등학생들이 과연 이 내용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두꺼비 이야기가 나온다.

두꺼비는 껍질이 두꺼워서 두꺼비라는데 이게 정말 맞는 말인지 궁금하다.

 

새끼 노루 이야기가 나오고, 송아지 실종 사건 이야기가 나오고, 젊은소와 늙은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카스테라보다는 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60년대 시골 풍경이 그려지는 아득한 추억속의 이야기들로 느껴진다.

 

송아지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기도 하고, 젊은 소의 코를 꿰는 과정과 산에서 뱀을 잡고 늪에서 가물치를 잡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시골 농촌에서는 옛날에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동화들이다.

 

'산비둘기가 국구우 국구 울기 시작하면 들판에서 명주바람에 밀려온 연두 물결은 시나브로 산으로 스며들었습니다. 풀냄새가 물결을 넘어 쫓아왔지만 들판을 향해 다리를 뻗은 산은 바쁠 것 없이 느긋하게 연두색 양말을 당겨 올렸습니다. 산의 다리에 스민 연두는 봄 햇살을 만나자 마술처럼 초록으로 변해갔습니다. 산이 초록바지를 입고 일어설 때쯤 우리들은 두꺼운 내복을 벗었습니다. 얇아진 옷 속으로 파고든 바람 줄기가 간지럼을 태웠습니다. 가벼워진 팔다리는 저절로 들썩였습니다. 나뭇가지도 꿈틀대며 특툭 새눈을 틔웠습니다. 풀 씨앗들도 영차영차 땅을 열어 햇살을 맞는 아우성을 아지랑이로 피워 올렸습니다. 때맞춰 소들은 등에 입었던 거적 옷을 벗었습니다.(p.88)'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과정을 눈앞에 보여주듯이 시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너무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3부에서는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의 향수를 더욱 자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돼지 오줌보로 축구를 하고, 가을 태풍과 비로 엉망이 되어버린 논을 다시 살리는 이야기가 나오고, 첫 수확한 수박이 헐값에 팔려서 속상해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나온다.

 

'쌀이 한자로 쌀미라 카는데, 그기 여든 여덟 번 손이 간다는 뜻이라 카더라. 가만히 생각하면 얼추 맞는 말일 끼다. 그렁께네 키운 걸 생각해서라도 꼭꼭 씹어서 삼켜라.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p.173)'

이 책에서 제목으로 사용한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가 나오는 대목이다.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

왠지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세상에 이유가 없는 일은 없고, 세상 모든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름 모든 것이 의미가 있다는 뜻일까?

고생도 꼭꼭 씹으면 나중에는 달까?

논에 닥친 폭우의 피해를 수습하느라 힘들었지만 밥상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가족의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박 농사를 지어 첫 수박을 힘겹게 수확했는데, 장마철이라서 수박이 헐값에 경매처리되어 속상해하는 시골 농부의 모습은 정말 가슴을 짠하게 한다.

온 가족이 정성으로 키운 농작물이 헐값에 팔린다는 현실이 너무나 속상하다.
마지막 '수박 속이 붉은 까닭' 이야기를 읽고서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서글퍼지기도 하였다.



책 뒷표지를 보니 디지털 세대의 아이들에게 농촌 출신의 환경운동가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바탕 야단법석 이야기라는 말이 나온다.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남의 나라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이야기속에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이 잘 묻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동화책이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시골집을 갈 때 또는 시골에 여행을 갈 때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시골 농촌의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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