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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 : 라이프 - 인간.생명 그리고 마음 ㅣ 과학오디세이
안중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월
평점 :
흥미로운 과학 세계를 집대성한 책이다.
전체 603페이지라는 엄청난 양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책이다.
저자는 안동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안동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공학자로서 교수로서 학술활동과 연구활동을 한 저자의 지적 호기심과 궁금증을 하나하나 알아가기 위한 지적 여정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과학자의 지적 여정"
책 부제목에 내용이 딱 들어맞는다.
생명(라이프)과 관련된 세상 모든 궁금함이 이 책속에서 여행하듯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읽고 싶었고, 대학에 가서 과학을 공부하고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원이 되려하는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어서 손에 잡은 책이다.
책의 두께감에 압도되어 부담감을 느꼈지만,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을때마다 그 부담감은 이 책의 무게감으로 느껴졌고, 저자가 얼마나 장시간 동안 알아보고 정리하면서 책으로 옮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을수록 흥미와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인간과 생명(라이프)이다.
1. 우리는 어떻게 인간이 되었나?
2. 생명이란 무엇인가?
3.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책의 내용은 인간의 기원부터 시작한다.
첫 페이지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단어가 등장한다.
2020년 8월 기준 지구상의 인간은 무려 78억명이고, 40초에 100명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 = 영혼이 있는 으뜸 존재"
영장류는 뇌가 크고, 손이 특별하고, 팔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청녹적색의 3원색각을 가졌다.
붉은색으로 잘 익은 과일을 판별하기 위해서 적색 색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이론이다.
"절약 유전자 가설 = 인간의 성인병은 우리 조상이 아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굶을 때를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게 만들어 주었던 절약 유전자가 그럴 필요가 없는 현대에 작동하는 것"
세상 모든 일에는 역사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침팬지의 단기기억이 좋은 이유 = 수백종의 식물을 계절마다 까다롭게 구분해 먹는 침팬지에게는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빠르고 정확한 단기기억이 종합적 사고보다 생존에 더 유용하다."
읽을수록 재밌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배우는 느낌이다.
두께와 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읽으면서 생각하면서 정독을 한다면 더 재밌을 책이다.
과학지식을 얻고 과학적 사고를 배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호모 날레디 논쟁 = 인간은 유인원에서 단계적으로 진화한 것은 아니다. 어떤 특징들은 시간을 거슬러 뒤로 가거나 혹은 크게 앞으로 뛰어넘으며 진화했을 것이다."
"인간의 먼 조상은 채식주의작였지만, 호모는 채식보다 육식을 더 선호하도록 진화한 영장류이다. 유아에게 녹색채소를 분유에 섞여 먹이면 치명적이다. 익지 않은 채소의 과다한 섭취는 질산염 과다를 유발해서 성인에게도 해롭다.(p.69)"
재밌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네덜란드인과 벨기에인들의 평균 키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우유와 낙농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근 국가나 몽골인들은 우유를 많이 마시는데 키가 크지 않다. 성선택 이론학자들은 키 큰 사람을 선호하는 풍조가 유행하자 키가 커졌다고 설명한다.(p.79)"
짝짓기, 배란기, 발정기, 출산, 일부일처제, 보노보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내용은 매우 길었다.
네안데르탈인, 호모사피엔스, 오스트랄로네시아인...
예전에 학창시절에 들었던 단어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인간의 진화를 설명했다.
"인류가 성공한 열쇠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도록 해 준 언어와 사회적 협업이다.(그린스푼, p.177)"
인간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내용을 읽은 후 이제 두번째 챕터인 '생명'으로 들어가 보았다.
생명에서는 원소부터 다루기 시작하는데, 수소는 우주에서 91%를 차지한다.
'생명 = 스스로 자신을 유지하며 다윈식의 진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다윈식의 진화는 생명체가 원본과 똑같은 복제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생명으로 들어가니 진짜 과학이야기가 등장한다.
열역학, 엔트로피, 슈뢰딩거, 무질서, 창발, 생식, DNA, RNA, 염색체 세포분열, 라는 용어와 함께 생명체 출현의 디테일한 내용을 설명을 해주니 이제 이 책이 교양서적에서 과학서적으로 바뀌는 기분이다.
"LUCA = 박테리아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35억∼38억년 전에 살았던 LUCA(last universial common ancestor)라고 부르는 고세포의 후손이다.(칼 워즈)"
저자는 금속공학과 신소재공학은 연구한 공학자인데 생명과 생물에 대해서 이렇게 심오한 글을 책에 담다니 역시 과학자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수록 교양서적이라기 보다는 과학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DNA 이중나선 모형구조로 노벨상을 받은 왓슨과 크릭의 연구에는 앞서서 X선 회절 사진으로 DNA가 이중구조 나선이라는 것을 이미 간파한 프랭크린이라는 여성 과학자가 있었다.
왓슨과 크릭은 프랭크린의 연구를 도용했다는 암묵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직업적으로 생명과학을 다루는 비전문가이다보니 역시나 심오한 과학적 내용보다는 흥미로운 일화에 더 관심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자생물학의 학문적 매력과 가치가 느껴졌다.
어렵게 느껴진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마음' 이야기로 이어진다.
왠지 생명보다 마음이 더 어려운 내용을 담았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마음이 과학인가?
먼저 그런 호기심이 들었다.
마음의 작동을 다루는 과학은 뇌과학이다.
책에서는 뇌과학을 다루기 앞서서 뇌를 해부학적으로 내용을 그림을 곁들여서 설명을 했다.
뇌, 뉴런, 시냅스, 신경펩타이드, 모노아민, 아세틸콜린...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식물에도 기억이 있다.
신기하다.
"미모사를 마차에 실어 이동하는 시험을 하니 건드리면 잎을 닫았던 미모사는 시간이 지나자 마차의 덜컹거림을 기억하고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p.424)"
과학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논란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침술은 플라시보 효과라는 논란이 있다고 한다.
침을 놓은 경혈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다고 한다.
침을 맞는 쥐에게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아데노신이 평소보다 24배 많이 나왔다는 연구결과는 있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꼬집거나 피부를 압박하는 것이 침을 맞을 때와 같은 효과라고 하고, 경혈처럼 특별히 더 잘 반응하는 부위는 없었다고 한다.
침의 과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인체도에 그려져 있는 수많은 경혈을 한의사들은 어떻게 찾아냈는지도 궁금하다.
웃음, 예술, 남녀, 지능, 기억, 잠, 꿈, 의식에 대해서 뇌과학적인 글들이 기술되었다.
잠은 식욕과 성욕보다 더 중요한 본능이라고 한다.
수면은 세포를 보수하고, 호르몬의 균형과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노폐물을 제거하고, 장기기억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적당한 잠은 보약인 것이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에 세포의 치유와 호르몬 조절이 집중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한다.
양이 많고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아서 완벽하게 정독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출중함을 충분히 느꼈다.
저자는 진정한 과학자였다.
본인의 전공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이렇게 훌륭한 책을 낼 수 있다니 대단하신 분이시다.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과학서적으로 느껴지겠지만, 과학을 좀 아는 사람에게는 과학교양서적으로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맺는 글만도 스무페이지가 넘으니 저자께서 이 책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면 원인을 찾는 행위는 발달된 다세포 동물만의 특성이다. 뇌는 상대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 필요한 행동을 만들기 위해서 눈과 함께 출현했다. 인간의 뇌는 원인 찾기 본능에 이미 깊이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지막에 '팩트풀니스' 책을 칭찬하면서 추천했다.
책 제목을 나도 들어보았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저자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맺었다.
"하나, 발 밑을 보지 말고, 머리를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보세요.
둘, 일을 포기하지 마세요. 일은 당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이며 그것이 없으면 공허합니다.
셋, 운 좋게 사랑을 찾았다면, 그것이 거기 있음을 명심하고 절대 버리지 마세요.(p.564)"
대단한 책이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 과학오디세이 라이프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MID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