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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의 힘 - 어지러운 세상 동양고전 3000년의 지혜를 권하다
신동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10월
평점 :
삶을 살아가면서 임기응변이 필요한 순간이 참 많다.
입사를 위한 면접을 보면서, 회사의 상사와 동료와의 업무 관계에서, 회의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면서,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왔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임기응변을 잘 하여 상황을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을 순발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살아가는 과정 전체에서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다소 부족한 나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책을 발견하고서 읽어 보았다.
바로 '임기응변의 힘'이라는 책이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임기응변의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순발력과 임시변통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순발력이나 임시변통과는 거리가 멀었고 지략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임기응변을 다루고 있었다.
임기응변의 사전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하며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보았다.
'그때 그때 처한 뜻밖의 일을 재빨리 그 자리에서 알맞게 대처하는 일'
내가 알고 있는 의미와 비슷한 의미였다.
이 책에서는 임기응변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천지자연의 끝없는 변화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개개인이 최고의 지혜를 동원해 내린 결단을 이르는 말, 불가측성이 극대화 된 난세 상황에서 재빠른 변신을 통해서 난관을 돌파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
동양 고전을 중심으로 한 철학 서적답게 매우 철학적으로 정의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연구가이고 역사평론가이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고전에 대한 여러 책을 저술하신 고전 분야의 전문가이다.
현재 세상은 저자의 말처럼 불가측성이 극대화된 난세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세상도 그 당시에는 항상 불가측성이 극대화된 난세 상황이었고 이러한 난세 상황에서 탁월한 임기응변 능력으로 영웅이 된고 위인이 된 사람들이 있었다.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대비하는게 옳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현재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잘 전달해주고 있고 삶을 살아가는데 지침이 될 수 있는 많은 내용을 동양 고전을 통해서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해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았고 상당히 어렵게 다가왔다.
한자도 많이 나오고, 동양 고전 특히 중국 고전이 많이 인용되고 있어서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다.
좋은 이야기와 유익한 일화가 많이 있었고, 훌륭한 말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읽을 수 있었다.
일부 내용에서는 서양 고전과 근현대사 내용이 가미되어 있어서 동서양 전체의 고전에 담긴 임기응변의 의미를 보여주는 듯 했다.
여러 인용문을 보면서 삼국지, 손자병법, 논어, 맹자, 장자 등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읽을수록 재미가 있고 가슴에 와닿는 내용에 너무나 많은 지혜와 가르침을 준 책이다.
그리고, 동양 고전을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해 준 책이다.
저자는 거짓군자인 위군자의 전형으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주자)를 언급했는데 처음 알게 된 새롭고 놀라운 내용이었다.
성리학은 사이비 정치 철학이었고, 남송과 조선의 패망이 이를 증명한다고 한다.
성리학을 숭상한 남송과 조선은 시작부터가 잘못되었고, 몰락이 예견된 왕조라고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계에 대한 일화는 얼마전 장자 책을 읽으면서 보았는데, 이말이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준 좌우명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진정한 강자가 된 목계야말로 자강불식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기응변에서 천기와 지기는 인기의 연장선 상에 있고, 천기와 지기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자강불식과 도광양회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기응변은 결국 자강불식에 나온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이 느낀 내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인 해불양수, 교학상장, 실사구시에 자강불식과 도광양회를 더 추가해야겠다.
삶에 대한 지침서로써의 중국고전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서 일부를 정리해본다.
*임기는 변화 조짐을 뜻하는 기변의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를 지칭하고, 응변은 이런 임기 상황에서 인간 스스로 변화하는 것 즉, 임기에 따른 대응을 말한다.
*임기응변과 임시변통은 다른 것이다.
임기응변에는 지략이 개입되어 있지만, 임시변통은 엉겁결에 만들어 낸 방편이 요행히 통한 것이라고 한다.
*뛰어난 장수는 전황을 잘 따져 형세를 좇아 물 흐르듯 임기응변한다.(손자병법)
*지피지기만큼 중요한 것이 지천지지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천문지리속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임기응변에서 말하는 지천지지는 등애와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경우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자강불식이 매우 중요하다.
자강불식에 성공하지 못하면 오랫동안 왕조를 유지할 수 없었고,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자강불식을 소홀히 한 항우는 손에 다 놓은 천하를 건달 출신 유방에게 헌납하였다.
*땅처럼 후덕을 베풀어라.
*죽음의 땅에서도 능히 살아날 수 있다.
*호명지심은 영예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고, 호리지성은 원초적인 본능이다.
호명지심은 국가나 사회와 같은 공동체 속에서 발현되며 최소한 먹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 나타난다.
인간의 호리지성은 본능적인 것이고 이해득실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충성을 잘 하는 자도 반드시 이해득실을 근거로 간하고, 사악한 짓을 잘 하는 자 역시 반드시 이해득실을 근거로 속임수를 쓴다.(욱리자)
호명지심과 호리지성에는 차이가 없다.(채근담)
호명지심을 가진 천자는 천하를 경영하기 위해 애태우고, 호리지성에 빠진 거지는 음식을 얻기 위해 애태운다.
*먼저 내줘야 나중에 더 크게 취한다.
백성의 4욕(일락, 부귀, 존안, 생육)을 좇으면 먼 곳의 사람도 제 발로 다가와 친해지고, 4오(우로, 빈천, 위추, 멸절)를 행하면 가까운 주변사람조차 배반한다.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통치의 요체이다.
사람의 관계는 먹고 입는데서 출발한다.
*용병의 원칙에 따르면 지형은 모두 아홉가지인데 조조는 이를 물리적인 지형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지형으로도 해석하여 전쟁을 준비하였다.
*자로가 공자에게 죽음에 대해 묻자 공자는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는가' 라고 답하였다.
*전쟁에서 최상의 계략은 지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벌모, 차선책은 외교수단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벌교, 그 다음 차선책은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벌병, 최하계책은 적의 성을 직접 공격하는 공성이다.(손자병법)
*조조가 자신의 방심으로 장남과 조카를 잃은 것보다 장수 한명을 잃은 것을 더 애통해하고, 유비가 유선을 내던지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심복지계 계책이다.
*임기응변술의 관점에서 천기와 지기는 인기의 연장선 상에 있다. 천기와 지기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시기와 사기는 심기의 연장선 상에 있다.
*장수는 군주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휘하 군사를 지휘할 수 있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사명취실 :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취하는 전략
조조가 세운 허도정권이 막 출범한 상황에서 원소가 조조의 인사명령을 거절하자 조조는 군 통수권자인 대장군 지위를 양보하고 원소에게 자신 보다 높은 대장군 지위를 주는 사명취실 계책을 사용하였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기회는 없다.
*멀리 내다볼 줄 알아야 변화하는 상황에 적극 올라탈지라도 실수하는 일이 없게 된다. 이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안목과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외식업 창업이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사전 준비 없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하여 이성계의 위화도회군과 4불가론은 때가 왔을 때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행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불요불굴의 대표적인 사례가 유비이다.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럽게 하라.
*신뢰가 쌓여야 설득할 수 있다.
*예로부터 칼의 힘에만 의지하는 자도 패망했고, 붓의 힘에만 의지하는 자도 패망했다.
*땅이 적당히 더러워야 뭇 생물이 자란다. 물이 너무 맑으면 늘 고기가 없는 법이다. 군자는 어느 정도 때가 묻어 있는 상태로 더러움도 용납하는 도량을 지녀야 한다. 지나치게 깨끗한 것만 좋아해 모든 일을 홀로 행하려는 것은 잘못이다.(채근담)
*주나라 대부 기성자가 주선왕을 위해서 싸움닭을 길렀다.
열흘 후 왕이 싸움판에 내놓을 만한가 하고 물으니 "아직 안 됐습니다. 헛되이 교만하여 자기 기운만 믿는 상태입니다." 라고 답한다.
다시 열흘 후 왕이 물으니 "아직 안 됐습니다. 다른 닭만 보면 싸우려 드는 상태입니다." 라고 답한다.
또 다시 열흘 후 왕이 물으니 "아직 안 됐습니다. 상대방을 노려보며 기운이 성한 상태입니다." 라고 답한다.
그후 다시 열흘 후 왕이 물으니 "다 됐습니다. 닭이 비록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소리를 내지르는 짐승이라고는 하나 이제 변화가 없게 됐습니다. 저 놈을 바라보면 마치 목계와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저 놈을 보면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이내 꽁지 빠지게 달아나고 있습니다." 라고 답한다.
목계는 주변의 칭송과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전진하는 자강불식을 상징한다.
목계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이 후계자인 이건희에게 준 좌우명이다.
*인기, 사람의 관계 이치를 터득하라.(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나은 계책은 없다.)
임기,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계기가 온다.
시기. 철저히 대비하여 때를 기다린다. 시기가 올 때까지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인내는 달빛 아래에서 은밀히 실력을 기르는 시간 (도광양회(달빛 아래에서 은밀히 실력을 기르다.))
사기, 사안이 무르익었을 때 신속히 움직여라
심기, 마음의 자세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상대의 장점을 높여주고 상대의 단점을 곧 잊어버린다.)
응변,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이다.
전기, 이기는 계기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전기=전환점이 되는 계기)
승기, 이기는 계기에 빨리 올라타라.
결기, 결단 앞에서 절대 머뭇거리지 마라. (결단해야할 때 결단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더욱 속히 결단하라.)
투기, 하나의 표적에 온 힘을 쏟아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