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우리 누나 푸른숲 어린이 문학 33
베티나 옵레히트 지음, 전은경 옮김, 송효정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누나가 있는 얀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어린이 동화이다.

생각이 깊고 성숙한 동생 얀이 누나와 부모를 이해와 공존의 세상속으로 이끌어주는 이야기이다. 

 

 

 

얼마전에는 청각장애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 소설을 읽었고, 정신지체 어른의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 소설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자폐증 아이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장애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지금 시대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화하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방이 가진 다른 점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고력을 키워주고 아이들에게 자립심과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해주기 위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인 '나보다 어린 우리 누나'에서 보여주듯이 이 책의 주인공은 동생 얀과 자폐를 앓고 있는 이는 누나 리자이다.

 

 

 

남자아이인 얀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장남감, 우편함, 냉장고, 허수아비와 같은 사물들 그리고 앵무새와 같은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선생님의 마음을 읽고, 엄마의 마음을 읽는다.

 

얀 보다는 두살이 많고, 자폐를 앓고 있는 리자 누나는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는다.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얀에게도 리자 누나의 생각은 읽혀지지가 않는다.  

리자누나는 집에서 열쇠꾸러미를 끼고 살고 있고 기억력이 뛰어나다.

 

 

 

얀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살아가는데 별로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얀이 누나를 이해하고 누나를 돕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나에게 부족한 능력이 얀에게 있고, 이 능력을 통해서 얀이 누나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부모 그리고 자폐아인 누나와 같이 살면서도 혼자일 수 있는 얀에게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얀과 리자의 엄마는 리자를 키우는데 지쳤고 한계를 느끼며 괴로워한다.

엄마의 속마음에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제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정말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얀은 읽게 된다.

 

얀은 리자 누나방에 있는 쪽지의 그림을 보고서 리자 누나가 스누피를 그렸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리자 누나에게 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얀이 누나를 이해와 공존의 세상속으로 이끌어내는 채널 역할을 하는 듯 느껴졌고, 참 좋은 성숙하고 똑똑한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얀은 방학 동안에 외가에 가서 외할아버지와 성냥개비로 건축물의 모형을 함께 만들고, 할머니와 함께 카페에서 케잌을 먹기도 한다.

얀이 누나에게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머니에게 말하자 할머니는 리자가 개를 원하면 직접 제 입으로 그렇다고 말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때, 얀이 할머니에게 "누나는 말을 할 줄 몰라요" 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얀에게 "말하기 싫은 거야"라고 말해준다.

얀은 할머니에게서 누나에 대한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 받았을 것이다.

누나가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눈에 보이는대로만 이해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하는데, 다른 이면의 모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얀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오는데, 카롤라 가족과의 만남이다.

카롤라에게는 자폐를 앓고 있는 남자 동생이 있는데, 카롤라 가족은 남자 동생을 데리고 가족 네명이 함께 여행을 다닌다. 

리자 누나와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얀 그리고 얀의 가족과는 완전히 다른 가족이었다.

같은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리자 누나를 돌보는데 지친 리자 엄마는 리자를 요양 시설에 보내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것을 알게 된 얀은 엄마, 아빠가 누나를 버리려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전은 얀이 리자 누나에게 성냥으로 성을 만들어주는 놀이를 보여주는데서 시작된다.

얀이 가져온 성냥개비에 리자 누나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리자 누나가 스스로 성냥개비로 성 쌓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자 엄마가 성냥개비 성을 보면서 리자 누나에게 "정말 아름답구나. 리자, 네가 만들었니?" 라고 묻자 리자 누나가 고개를 툭 떨어뜨려 그렇다는 응답을 한다.

서로의 의사를 묻고 확인한 것이다.

또한, 얀이 빌려온 개에게도 리자 누나가 관심을 갖는 것을 보게 된다.

리자 누나는 열쇠꾸러미 말고도 관심을 갖는 대상이 있었던 것이다.

 



리자 누나는 요양 시설에서 잠시 생활하게 되는데, 요양시설의 동물들과 선생님을 좋아했다.

이것은 얀에게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얀의 부모는 얀에게 두개의 행복한 선물을 주는데, 하나는 카를라 가족의 집에 방문을 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개를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얀의 부모는 리자 누나를 요양 시설에 완전히 보낸 것이 아니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지내고 주말에는 집에서 함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얀에게 설명해 준다.

주말이 되어 집에 돌아온 리자 누나가 개와 함께 잘 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마도 리자 누나가 요양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좀 더 나아지고, 주말에 집에 와서도 가족과의 관계가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상상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되었다.

자폐라는 장애를 떠나서 사람들과의 관계,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살고 있으며, 상대방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을 가지는데 그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장애는 바로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환경에서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가족을 보면서 그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가는 사람에 따라 정말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변화의 씨앗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얀의 지극한 누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감동적이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은 후 내가 느낀 점과 아이가 느낀 점을 서로 공감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만한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