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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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려’의 본모습은 곧 드러났다. 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며 건물 외벽에 내걸었던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포스터는 소위 대박이 났다. 직관적인 전달력과 표현 때문이었다. 왼편에는 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으며, 오른편에는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다. 이는 공익이라는 감투를 쓰고 감염병의 문제를 개인화하고, 장애인(특히 호흡기를 착용하는 장애인)의 삶을 비참하면서도 공동체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혐오 발화하는 캠페인의 전형이었다. 오른편에 누워 있는 이가 청도대남병원 폐쇄 병동에 갇혀 있던 정신장애인인지, 콜센터의 노동자인지,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인지 포스터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방역에 도움이 되는 몸과 방역을 위협하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몸을 나누고, 왼편의 사람은 오른편의 사람의 비용을 같이 부담하고 있다는 논리만 보여줄 뿐이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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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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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신의학 패러다임 안에서 의사들은 당사자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진단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하지만 그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아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당사자이다. 오픈 다이얼로그에서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되레 ‘연민’을 가지고 환자와 관계 맺는다. 여기서 연민은 동정과 시혜의 감정이 아니다. 페마 초드론Pema Chodron의 말처럼 "연민은 치유자와 상처받은 자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평등한 사람들 간의 관계이다. 우리 자신의 어두움을 잘 알고 있을 때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어두움과 함께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공유된 인간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연민은 현실이 된다".8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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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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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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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했다. 자신의 병명 혹은 ‘#chronicillness’라는 해시태그를 단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안되는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통으로 닫혀버린, 내 방 침대에 가장 진하고 깊은 점이 그려진 삶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배우는 사람처럼 용기를 내어 소통을 시작했다. 아픈 사람들의 연대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 확장되었다. 그들은 한국의 질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묻고 격려해 주었고, 닫혀버린 내 마음을 열어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쓰고, 그 이야기를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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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의학과 인문학의 경계 넘기
황임경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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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의사는 어떻게 될까? 어떤 이는 마음의 문을 더 닫고 서비스제공자의 역할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는 깨달음을 얻고 직업 정체성의 변화를 겪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기도 한다. - P474

교양 교육으로서의 인문학을 뛰어넘는 의료인문학의 방향 전환이점차 요구된 것도 이즈음이다. 특히 펠레그리노는 의학의 인문성과도덕성 자체에 주목했다. 과학과 인문학은 앎의 방식 자체가 다르므로 공약 불가능하다. 오로지 의학만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 실존적개인으로서의 인간과 대상화된 객체로서의 인간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은 의학뿐이다.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고, 가장 경험적인예술이며,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다"라는 유명한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 게다가 의학은 본질적으로 도덕성을 띤다. 질병에 취약한 몸을지닌 인간이 아픔을 겪고 도움을 청할 때 이에 응답하고 치유에 나서야 할 책임이 의학에 본질적으로 내재하기 때문이다. 펠레그리노는아픈 이를 치유하는 의학의 도덕적 본질에서 의료인문학의 당위성을찾았고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의학의 휴머니즘 전통을 부활시킨 것이다.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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