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했다. 자신의 병명 혹은 ‘#chronicillness’라는 해시태그를 단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안되는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통으로 닫혀버린, 내 방 침대에 가장 진하고 깊은 점이 그려진 삶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배우는 사람처럼 용기를 내어 소통을 시작했다. 아픈 사람들의 연대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 확장되었다. 그들은 한국의 질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묻고 격려해 주었고, 닫혀버린 내 마음을 열어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쓰고, 그 이야기를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