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려’의 본모습은 곧 드러났다. 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며 건물 외벽에 내걸었던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포스터는 소위 대박이 났다. 직관적인 전달력과 표현 때문이었다. 왼편에는 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으며, 오른편에는 산소마스크를 쓴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다. 이는 공익이라는 감투를 쓰고 감염병의 문제를 개인화하고, 장애인(특히 호흡기를 착용하는 장애인)의 삶을 비참하면서도 공동체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혐오 발화하는 캠페인의 전형이었다. 오른편에 누워 있는 이가 청도대남병원 폐쇄 병동에 갇혀 있던 정신장애인인지, 콜센터의 노동자인지,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인지 포스터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방역에 도움이 되는 몸과 방역을 위협하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몸을 나누고, 왼편의 사람은 오른편의 사람의 비용을 같이 부담하고 있다는 논리만 보여줄 뿐이다.
-알라딘 eBook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