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에릭 J. 카셀 지음, 강신익 옮김 / 들녘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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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지만지식 자체가 과학적 지식이든, 의학의 기술적 측면에 속하는 것이든관계없이 병든 사람을 돌보아주는 것도, 병든 사람을 고통에서 구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식을 통합해 지니고 있는 임상의사라는 인간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 결코 지식 자체가 병을 돌보아주는 것도 아니다. - P33

의학에서 임상과 이론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적 이론은 진단과 질병의 이해를 위한도구는 될 수 있겠지만, 고통받는 환자와 그의 행동, 의사-환자 관계등에 대한 설명도구는 될 수 없다. 만약 임상의학의 주요 목적이 특정환자에게 어떤 방법이 바르고 좋은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근대과학적 의학이론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 P42

이제 의사만이 의학지식을 독점할 수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 P67

3) 질병(disease)과 병환(illness)은 구별되어야 한다. 질병은 몸과 그 구성체계를 중심으로 정의된다. 병환은 아픈 사람의 몸뿐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속한 집단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용어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로 작정하고 병원을 찾아갈 때 가지고 가는 것이 ‘병환‘이고, 진찰을 마치고 돌아올 때 가지고 오는 것이 ‘질병‘이다. 때로는 질병이 없으면서 병환을 앓을수도 있고, 질병을 지니고 있는데도 병환을 앓지 않을 수도 있다. - P69

라인-엔트랄고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에게 의무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 역시 의사와 그들의 치료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의사와 환자는 모두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하며, 그들의 의무는 자기자신들뿐 아니라 사회적 성격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반면에칠드레스의 입장은 다른 많은 미국 의료윤리학자들의 입장과 비슷한데, 그에 따르면 환자의 자율성이 질병, 의사, 환자-의사 관계나 다른사회적 장치보다 우선하며, 자유와 자율적 결정이 질병으로부터의 회복보다 더 중요한 가치다. - P82

의학은 치료받는 사람의 안녕과 복지에 일차적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도덕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의학은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사람이나 극히 약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치료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없는 지식은 근본적인 의미의 의학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과학과 윤리는 반목의 대상이 아니다. 둘은 의학에서 통합된다. 의학은 과학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넓은 의미의 인간에 봉사하는 것이므로, 의학에서 과학이 지배적 위치를 점할 수는 없다. 올바르게 이해된 과학은 인간의 필요에 반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과학이 제공하는 자연관에 입각한 연구와 과학적 사고방식은 환자를 돌보는 도구로서 꼭 필요하다. - P85

인간은 자기 자신과도 관계를 갖는다. 자존심, 자기애自己愛, 자기멸시 등은 자신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말들이다. 고통과 질병에 직면해서 이를 품위 있게 극복하는 경우에는 만족감을 얻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평생 자기 실망감 속에 살 수밖에 없다. 명예와 비겁의가치는 이제 더이상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 고리타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시대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자신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자신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을 때에도 고통이생겨난다. - P112

초월은 인격에 상처를 받은 뒤 그 인격의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초월현상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을 아주 넓은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이때 고통받는 사람은 통증으로 인해고립되기는커녕,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의미의 근원과 그 의미를 공유하는 공동체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이 반드시 종교적인 것일 필요는 없지만,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차원은 무척이나 영적이다.
(122-123면)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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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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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득과 위험에 관한 완전한 정보를 제공받고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외상을 경험하게 될 뿐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환자와 치료자 모두 어느 정도 모호한 것은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기본 사실이 모호한 경우에도 말이다.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이야기 조각들이 회복되면서 이야기는 변화할 수 있다. 환자가 기억 속의 중요한 틈을 경험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환자와 치료자 모두 아직은 앎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견딜 수 있는 만큼만 탐색하는 동안에 모호함과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성적인 친밀감은 성적 외상의 생존자들에게 특히 힘든 일이다. 각성과 오르가슴의 생리적인 과정은 외상 기억이 침투하면서 위태로워질 수 있다. 성적인 감정과 환상은 외상 단서에 의해 침해받는다. 성적인 즐거움을 되찾기란 꽤 복잡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일은 더욱더 복잡하다. 외상 후 성 기능 장해를 위한 치료 기법들은 성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생존자의 통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초를 두고 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없는 성 행동을 통해서 달성해 가는 것이 좋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생존자 대부분은 개인적인 삶의 틀 안에서 외상 경험을 완결해 간다. 그러나 특정한 소수는 외상을 경험하고서 더 넓은 세계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것처럼 느낀다. 이러한 생존자들은 불운에 놓인 정치적, 종교적 차원을 인식하고, 이것을 사회적인 활동의 근간으로 삼으면서 개인적인 비극에 담긴 의미를 전환시킬 수 있음을 발견한다. 잔학함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것을 초월하는 방법은 있다. 다른 이들에게 힘으로 남겨 주는 것. 외상은 생존자 임무의 원천이 되고 나서야 구원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연구 과제에서 착취적인 관계가 재현되는 양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끔찍한 사건에서 생존한 이들은 다른 이들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고통에 의미와 존엄을 부여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연구 참여자로 나서겠다고 마음먹는다. 생존자와 연구자 사이의 관계는 다른 모든 관계와 마찬가지로 권력이 불균형적이며, 정서적으로 전염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초기 연구자들은 외상 생존자와 강한 개인적 유대감과 정치적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생존자를 냉정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공유된 목적을 나누는 협력자로 보았다. 그러나 거리를 두는 냉랭한 위치에 서야만 곧 편향되지 않은 관찰이 된다고 간주하는 연구 문화 속에서 이러한 종류의 친밀감과 상호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없다면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할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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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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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의 감옥살이를 다른 한 가지의 감옥살이에 빗대어
대신 표현해 보는 것은, 어느 것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표현해 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합당한 일이다.
— 다니엘 디포

-알라딘 eBook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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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첫 번째 원칙은 생존자의 역량 강화에 있다. 생존자는 치유의 창조자이자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다른 이들은 조언을 제공하고, 지지를 전하며, 도와주고, 애정과 보살핌을 쏟을 수는 있지만, 회복 그 자체를 마련해 주지는 못한다. 생존자에게 힘을 실어 준다는 이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선하고 자비로운 시도라고 해도 곧 무너지고 말 것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환자의 삶은 환자에게 맡겨졌다. 치료자는 이 사실을 늘 스스로에게 일러 주면서 개인적인 의사 표현은 삼가야 한다. 사심 없고 중립적인 태도는 절대로 완벽하게 달성될 수 없지만 반드시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치료자의 전문적인 중립성은 도덕적인 중립성과는 다르다.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과 일할 때에는 도덕적인 태도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치료 동맹은 그저 쉽게 생기는 게 아니다. 환자와 치료자 둘 다 노력하고 고통을 인내해야 동맹을 세울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자와 환자가 협력하여 작업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것은 강요보다는 설득이, 강제보다는 생각이, 권위주의적인 통제보다는 상호성이 더 가치 있고 효과적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많은 환자가 자신의 고통에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심하게 된다. 그러나 외상 후 장애라는 진단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은 어떠한 정신과적 진단이라도 자신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상태를 부정하고 싶어 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하지만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생존자에게 이렇게 새로운 측면으로 해석해 주게 되면 치료자에게도 좋다. 심리적 상태의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하기 위한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은 힘을 가졌다는 신호이지, 허약하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주체적인 태도이지,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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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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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외상을 경험한 이들에게 가장 극대화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속성은 바로 회피 혹은 억제이다.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는 수준으로 삶이 격하되었을 때, 심리적 억제는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협소화는 인생의 다양한 측면인 관계, 활동, 생각, 기억, 정서, 감각에마저 적용된다. 속박 속에서 이러한 억제가 적응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억눌렸던 심리적 능력은 점차 쇠퇴하고, 내적인 삶은 지나치게 고립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속박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의식의 변형에 있어서 숙련가가 된다. 해리의 실행, 자의적인 사고 억제, 사고 축소, 그리고 때로는 완전한 부정을 통해 그들은 견딜 수 없는 현실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학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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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과 고립이 지속되는 동안, 어떤 포로들은 최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만 지니고 있는 최면 몰입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양성 환각, 혹은 음성 환각을 체험하거나 정체성을 해리시키는 능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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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포로들의 삶은 끝없이 현재만 계속되는 삶으로 격하된다. 나치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는 시간이 상실된 상태를 이야기한다. 〈1944년 8월이 되었다. 5개월 전에 수용소에 들어온 우리들은 이제 오래된 축에 속하게 되었다. 우리의 지혜는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그리고 언제 끝나는지에 관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에 놓여 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속박이 지속될수록 협소화된 주도성은 곧 습관이 된다. 이러한 학습은 포로가 석방된 이후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정치적 반체제주의자인 마우리시오 로젠코프는 수년 동안 속박된 이후 자유로운 생활로 돌아가게 되면서 닥쳐 왔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이 모든 이유로 인하여, 생존자는 성인기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큰 위험 안에 놓여 있다.

-알라딘 eBook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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