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뿌리, 인문학 - 소크라테스와 잡스, 삼장법사와 마윈이 만나다
다이애나 홍 지음 / 유아이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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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하다 - 삶의 뿌리 인문학

 

어떤 책은 읽으면서 조마조마해지는 책이 있다. 이상한 소리 할까봐, 마치 물가에 혼자 내놓은 아이처럼, 그러한 때가 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오자나 탈자는 물론이고 비문(非文)이 속출하는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나의 이런 기분 이해될 것이다. 

 

 1)

 

이 책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먼저 이런 문장 읽어보자.

<늘 그랬듯이 강의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청강생들의 함성과 박수소리다.>(108)

 

이 문장 중에 어느 것이 이상하다 생각하는지? 이상한 것이 없다 생각하시는지?

청강생이란 단어를 아시는지?

이 문장에서 청강생이란 단어가 왜 갑자기 등장했는지, 의아해지는 문장이다.

혹시 오, 탈자가 아닌가 싶어 이어지는 문장을 계속 읽어보니,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저자는 청강생의 뜻을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박수로 강사를 맞이할 줄 안다. 그들 앞에 서면 기분이 들뜰 수밖에 없다, 명강의는 누가 뭐래도 청강생이 보내는 박수의 온도가 만든다.>( 108, 위에 인용한 문장 다음)

 

청강생 (聽講生)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명사] <교육> 예전에 대학에서, 정규 학생으로 등록되어 있지 아니하면서 청강을 허락받은 학생.

 

지금도 대학에서 청강생이란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뜻은 분명하다. 정규학생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학생으로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이라든가 학위를 받을 수 없는 학생을 말한다. 그러니 저자가 강의하러 갔던 기업체에서는 도저히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존재다. 저자는 '수강생' 또는 '청중'이란 말 - 아마 이 두 단어를 합한 것이 아닐까? - 을 무심코 '청강생'이란 말로 바꿔버리고, 그 뜻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읽을 때에 물가에 아이를 혼자 내보낸 부모의 마음이 되지 않겠는가? 또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까 조마조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2)

 

이 책은 그렇게 조마조마한 장면이 계속 나타난다.

 

<탁월성을 갖춘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자신의 삶이 욕심대로 안 풀린다고 자신을 이끌지 않는다는 이야기다.>(94)

 

이용한 부분에서 두 번째 문장은 어찌된 것인가? 무슨 의미인가?

 

 

3)

 

<그는 조각상의 모델을 로댕으로 규정하고 지향적으로 삼았다.>(82)

지향적이라는 말이 뭔가 이상하지만, 이 정도는 그냥 지향점의 오자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4)

 

<고흐는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본질로 만들어냈고, 목적지에 도달시켰다.>(62)

 

무슨 말인지? ‘아름다운’, ‘본질’, ‘목적지등 아름다운(?) 말들은 많이 있지만 잘 못된 문장을 만들어내는데 쓰였을 뿐이다.

 

5)

 

<친한 친구인 고갱과의 말다툼으로 상처를 받은 고흐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급기야 자신의 귀를 잘라 고흐에게 전하려고 했다.>(42)

 

이 문장의 제목은 아무래도 고흐가 고흐에게로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문장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었으면 잘못된 것 바로 잡았을 것 아닌가?

 

6)

 

<친구의 우정을 중요하게 생각한 사마천은 친구를 대변하다가 사형에 처할 위기를 맞는다.>(20)

 

사마천이 친구(?)인 이릉을 대변하다가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고, 결국 사형을 당할 위기에 봉착했다는 의미이다. 이때 대변이란 말이 적당한 말일까?

 

대변 (代辯)이란 말의 정확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그의 의견이나 태도를 표함. 또는 그런 일.’

어떤 사실이나 의미를 대표적으로 나타냄.’

 

대변이란 말의 의미에는 변호라는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대신해서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 문장에서 대변이란 말보다 옹호’, 또는 변호라는 말이 더 적당할 듯하다.

그래서인지, 저자도 그 다음 문장에는 변호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견디지 못한 사마천은 적극 이릉을 변호하고 나섰다.>(21)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인문학을 표방하면서 좋은 글, 아름다운(?) 글을 많이 써놓았지만, 이러한 흠결로 인하여 글들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뜻들이 독자인 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부디 바라기는, 그렇게 안타까운 일이 나에게만 한정되는 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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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guy 2016-03-2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