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아들
안부러운 딸
하나
이
책은?
이 책은 저자인 다카기 나오코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다.
책을 집어들게 하는 많은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주인공이 아닐까?
주인공이
매력적이라면,
그래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면,
그
책은 많이 –
그것도
저절로 –
읽히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주인공인 나오코가 은근히 매력을
풍기는 인물이다.
뭐 별로로 내세울 것은
없지만,
얼마나
귀한 딸인지 모르겠다.
이상적인 딸
이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이런 제목을
붙이는 장을 덧붙였다.
“이상적인
딸은 아니지만”
아니,
더
이상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딸이라 할 수 있는지?
그러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만화
속의 주인공 나오코는 이상적인 딸이다.
자라나서 사회인이 되어서는 자기에게
부여된 일을 잘 처리하며,
집안으로는
부모에게 잘하고,
그
밖에도 사려깊은 행동으로 속 썩이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이상적인 아이 아닌가?
그런 아이인 나오코가 이상적인 딸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어떤 딸이 이상적인지?
평범한 딸
평범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공이 평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나오코는 그야말로 평범한
딸이다.
시골에서
자라나,
이제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아주
평범한 시골처녀다.
효도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런 주인공과 부모와의
관계만 오로지 집중해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시골에 있는 부모님의 집이
오래 된 집이라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기 때문에 그 집을 리모델링 해 주려고 생각하는 것,
이제
은퇴한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 등,
그런
것을 생각하는 사려깊은 딸의 효성스런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효도할
수 있을까?>이다.
이 책에서 나오코가 효도하는 모습은
이렇게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요새 연락이 없는데
건강하게 지내실까?
그렇게 내가 걱정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4쪽)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는 부모와
딸.
그
딸은 바쁜 일과 중에서도 부모를 걱정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부모가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한 걱정을 한다는
것,
그게
효도의 근본이 아닌가?
나오코가 효도하는 것은 또 이렇게
나타난다.
도쿄에 가끔 올라오는 아빠를 위해서
–
아빠하고
같이 도쿄 여기저기를 구경가기도 하고,
또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
자기가
할 일을 ‘깔끔하게
끝내고’(25쪽)
아빠를
맞이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
그게
효도하는 자세이다.
그밖에도 주인공 나오코는 부모를
모시고 –
한
번도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위해 –
한국으로
나들이를 가게 된다.
그렇게 한국에 여행을 와서 며칠을
지내고 가는데,
그
모습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 버릴 만한 여러 곳과 여러 가지 장면들이 일본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도 여기 만화의
재미거리이기도 하다.
열 아들 안부러운 딸
하나
그렇게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만화는
시작하고,
끝이
난다.
또 어디 딸만 효성있는 게
아니다.
부모도
–
특히
여기서는 아버지 –
딸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아버지와
딸의 사이가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다.
여기 마지막 장에서는 딸이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책을 구하기 위하여 동네 방네를 다 돌아다녀서,
결국
한 권 –
가장
큰 서점에서 한 권만 팔더라 하면서 -
을
구해 오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그려진다.
다 읽고
나서,
입가에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만화니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고,
나도
모르게 저런 딸,
제법인데,
하고
칭찬해주고 싶어진다.
열 아들 안부러운 그러한 딸이다. 그런
주인공이 너무 사랑스럽게 여겨져,
그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