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제대로 철학하는 개그맨, 만나다
이 책은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그러니까 낯가림 심한 사람에게 일단
어필하는 책이라 하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혹시 이 책을 읽으면 저 사람처럼 낯가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야’라는
은근히 기대를 하고 읽게 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와카바야시는 개그맨
–
일본에서는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닌,
만담
같은 것을 하니까 개그맨 정도?
- 또는
예능인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에 걸쳐 무명 생활을 하다가 M-1
그랑프리에
2위로
입상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인기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런
그가 방송을 하면서 겪은 일을 기록하여 일본의 월간지 <다빈치>에
연재하였던 글이다.
매력있는
글솜씨,
내용
이 책은 그래서 상당히 쉽게
읽힌다.
내용은
어떻게 보면 신변잡기 같기도 한데,
읽어가는
중에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말을
골라서 하자’는
말로 시작되는 글을 보면 무언가 느껴진다.
화를 당하고 나서 말조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서,
직설적인
말을 부드럽게 바꾸는 작업을 하였다는데,
그
내용이 우리들도 따라해야 할 것 같다.
맛없다
–
독특한
맛
조잡하다
–
취향이
독특하다.
누가 그런 걸 하나
–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개똥같은 놈
–
한
방이 있는 분이군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역시 말로
인하여 화를 당해본지라,
그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어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나오면서 ‘맛이
없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식당 주인은 기분이 퍽 상할 것이다.
그렇다고
맛없는 것을 맛있다 할 수도 없으니,
그럴
때 저자가 생각해 낸 것처럼 ‘독특한
맛이군요’라고
말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철학자 코미디언의
졸업논문.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책이
다 끝나가는 무렵,
'사회인
대학교 졸업논문'이라는 챕터에 도착했다.
졸업논문?
무슨
논문?
그때까지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무슨
논문씩이나?’
그렇게
이름붙일만한 내용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아마 심드렁하게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괄목상대하고 읽어야 할 부분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만원
전철을 타고 다니는)
어른들은,
당시
내 눈에는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맨 처음 ‘사회’라는
것을 의식한 순간인지 모른다.”(221쪽)
그 글을 읽는
순간,
가슴에
어떤 울림이 왔다.
이
사람은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전율을 느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회’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왔는가?
아니
'어떻게 인식'은 차치하고 그러한 인식 자체를 하고 살았는가?
하는
뒤늦은 후회가 일었다.
그저
뜬 구름 잡는,
수사학적인
‘사회’를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그렇게 그는
‘현실을
직시하는 나날’(222쪽)을
살아가고 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또 이런 말을
들어보자.
어느
철학자의 입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성찰이다.
<‘사회’는
일정한 공헌을 하면 일정한 은혜를 주는 장소였다.
그것을
시장이라든지 자본주의라든지 경제라든지 그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223쪽)
<초등학교
6학년
때,
곤경에
처하거나 아이디어를 낼 때.........행복해지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나는 그 길을 따라 쭉 걸었을지도 모른다.>(225쪽)
난,
‘행복해지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죽 그었다.
아마 요즈음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은 문장을 말하라면,
나는
이 문장을 서슴없이 꼽을 것이다.
아니 또
있다,
그런
문장이 또 있다.
<인간이
사회에 참여하려면 ‘결과’가
필요하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결과에는
즉효성이 있다.
그러나 결과는 가치가 순식간에
변한다.
내 마음을
뒤져보니,
손에
잡히는 것은 늘 과정이었다.
완벽하게는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는
해냈구나.
그런
가단한 감상만은 늘 가치가 내려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는 것이다 .
결과는 그러고 나서 늘 남보다
....뒤늦게
찾아왔다.>(227쪽)
이런 철학자
만나봤나?
무대
위의 철학자...만담하는
철학자.
누구보다
철학자 다운 철학자,
말로
하는 철학자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철학자.
그런 철학자를 나는 이 책을 통해
만났다,
그
이름,
와카바야시
마사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