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찌질함도 위대함의 일부인가?

 

어쩔 수 없는 모순적 존재, 인간

 

저자는 보잘 것 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을 가진 표준어 지질하다를 발음대로 표기한 찌질함과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위인전의 결합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라 말한다.(5) 맞다. 찌질함과 위인전이라는 말은 같이 사용할 수 없이 모순적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인간치고 모순 없는 존재가 어디 있던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순의 존재이고, 따라서 이 책 그런 모순을 찾아내어 위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목적을 지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위인 11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처음 각인되었던 처음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니 위인의 위인다운 모습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그러한 위인들의 이면을 만나게 되는 재미, 그게 이 책을 접했을 때 처음 갖게 되는 생경함이요, 신선함이다.

 

위인의 찌질함을 보는 두가지 방법

 

그러면 저자는 어떤 측면에서 위인들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가?

저자는 위인을 우리 보통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자리에 놓고, 마치 하늘의 별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위인을 다시 보자는 주장을 한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첫째로, 위인에게서 우리가 듣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낸다. 지금껏 듣지 못했던 그 사람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그들을 인간답게바라보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예로는 김수영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저자는 김수영이 아내를 구타한 사건을 보여준다. 왜 김수영은 길에서 아이들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는 곳에서 아내를 구타했는가? 그리고 거기에 얽힌 사연은 무엇인가? 등등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껏 몰랐던 김수영의 모습을 보게 된다.

 

둘째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느냐,하는 점이다.

예로는 간디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저자는 간디에게서 한계적 인간의 전형을 찾아낸다.

 

<간디의 한계는 그가 카스트 제도의 철폐까지는 주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0쪽)

 

<간디는 기존의 틀 자체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201쪽)

 

<20세기 이후 세계 역사에 있어서 간디만큼이나 정치적, 종교적 색채가 혼재되어 있는 인물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어떤 관점을 갖고 간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한다.>(218)

 

여기서 찾아낸 새로운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알게 되는 위인들의 찌질함은 실상은 위대함의 일부이다. 결코 그것이 분리되거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들은 위인의 그러한 면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러한 찌질함을 읽게 되어, 결국은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헤밍웨이의 경우, 찌질함 자체

 

헤밍웨이의 경우는 처음부터 위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품은 어쩔지 모르겠으나, 그 작품 몇 편만으로 그를 위인의 대열에 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의 판단이 이 책을 읽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위인이라는 분류에는 처음부터 들어갈 사람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여기 소개된 일화들, 사건들을 통해 판단해 보건대, 찌질함 그 자체가 아닐까 판단된다.

 

찌질함에서 벗어나는 철학

 

저자가 찌질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진짜 찌질한 것은 무엇이든 그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내 목숨이 영원할 것 같고, 내가 가진 권력이나 돈이 영원히 나에게 머물 것 같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대한 찌질함의 가능성이 열린다. 때문에, 불안이 반드시 영혼을 잠식하는 것도 아니고, 불안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도 아니며, 반드시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는 더 찌질해질 수도, 덜 찌질해질 수도 있다.>(249)

 

그들의 찌질한 면들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찌질함이 결코 위인의 모습을 허물거나 가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찌질한 면모를 지닌 그들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사람인 이상 모순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찌질함이 결코 그들의 위인됨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의 위대한 업적에 가려진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하여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찌질한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니,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거기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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