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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재필
고승철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이 책,
읽고난
소회를 어떻게 표현할까?
아쉽다?
안타깝다?
아니
슬프다?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다.
슬픔을
넘어서는 어떤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천번 만번 되뇌고 싶다.
그
단어가 무엇인지?
내
사전에는 없는지?
그러니 아쉽지만 슬프다는 말로
가름하자.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슬펐다’.
왜
슬펐을까?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아프고 슬픈
그것을 목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슬프고 슬픈 것은 우리가
그런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사의 교훈을 전혀 생각지 않는 것이다.
이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역사를 보고도 거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역사를 대체 왜 읽는가?
아니 대체 우리 앞에 역사는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읽을만한 제대로 된
역사책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렇다면,
읽어서
제 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될만한 그런 역사는 기록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
감히
그렇다고 할만한 책이 있다.
바로 고승철의 장편 소설
<소설
서재필>이다.
소설의 형체를
지녔지만,
제대로
된 역사다,
역사를
제대로 기록해 놓은 기록물이다.
서재필!
이 책을 통하여 그를 알게 된
지금,
우리
역사를 앞에 두고 통곡하고픈 심정이다.
왜 그는 무대 밖으로
사라지고,
무대에는
결코 서서는 안될 인물등이 설치는 우리의 역사가 되었는가?
왜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는 중차대한
사건 앞에 자기 일신의 영달과 자기 한 몸의 이익만 추구하는 모리배들이 설처대며 역사를 쥐락펴락하게
되었는가?
이 문제는 내가 우리 역사상에서 각
왕조의 말기에 발호하는 모리배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가운데,
깊이
천착하고 있는 주제이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특히나 나남출판사를 통하여 이병주의
<정몽주>
그리고
류주현의 <조선
총독부>를
읽어온 터라,
그
맥락에서 이번 고승철의 <소설
서재필>은
그런 역사의 탐구행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 여겨진다.
나남출판사에서도
아마 그런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데,
비단
서재필이란 인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조선 왕조 말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명멸한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람들인지를 명확하게 구분짓게 하는 자료성 기록이 많이 보여,
좋았다.
이승만은
말할 것도 없고,
의료선교사로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있는 알렌 선교사까지,
그들의
숨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
특히나 고종에 대한 평가는 흔히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고종에 대한 평가를 시종여일하게 해 놓고 있어서,
고종이
어떤 인물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풍전등화 같은 나라 운명 앞에서
자기 -
일신과
일족 -
의
앞가림만을 위하여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과연 일국의 군주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고종에
관한 저자의 묘사는 도식적인 중립적 묘사가 아니라,
일국을
책임져야 할 군주로서 한참이나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런
책임을 묻는 역사가의 준엄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균형을 잡는다고 이리 저리 재어가며 펜대를 굴리는 현대의 기록자들이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닌가?
역사적 인물인 서재필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진면목을 모르거나,
아니면
알았다 할지라도 그저 일부분만 알려진 사람일 것이다.
특히나
그가 몇 차례에 걸쳐 망명아닌 망명을 하게 되는 그 시대 배경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역사는 왜 이리 박복한가,
하는
한탄을 금할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래도
만일 서재필이 역사의 주무대에 등장하여 그의 포부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더라면,
과연
이 나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은 두고 두고 남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의 편집에 있어서 좋은
점 하나 적고 싶다,
다름아니라,
글에서
한자의 병기를 해 준 것이 얼마나 좋은지,
글의
가독성(可讀性)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내가
책들을 읽어오면서 아쉬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분명 아는 단어겠지만,
그
들을 읽는 독자로서는 과연 이 단어가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를 몇 번이나 생각하게끔 하는 편집,
너무
무책임하지 아니한가?
몇
번이나 문맥을 헤아려 보게 하는 전문적이어서 일반독자로서는 도저히 그 뜻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는 책들을 보면 참 불친절하다
느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친절하다.
사람의
이름과 이해하기 어렵다 싶은 단어에는 모두 한자를 병기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하였으니,
참으로
고맙다.
결론하여,
서재필을
주인공으로 하여 다시 한번 우리 역사를 생각하게 해준,
저자와
출판사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