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 도시 서울, 개정증보판
방민호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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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상, 박태원, 윤동주, 김수영, 현진건, 박완서……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해서 그분들의 작품도 웬만큼 읽고,,,,,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분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읽고나니, 내가 전혀 모르는 작가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생경한 이야기들이 나와, 새롭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

 

이렇듯  「날개의 주인공은 옥상에서 떨어져 죽지 않았습니다. 그는 미쓰코시 백화점 문을 나서며, 결국 아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현대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생활 속으로, 그 피로한 세계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합니다. 과거의 에게는 예술적 삶과 열정으로 현실 세계의 어려움과 한계에서 벗어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현실 생활 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자신을 느낄 때, ‘는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37)

 

해서 직접 이상의 날개를 다시 읽어보았다.

해당 부분이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 전집1, 233)

 

외친 게 아니었다. 외쳐보고 싶었다,고 되어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누군가 오독한 이상의 날개, 덩달아 같이 따라 읽었던 것이다.

그러한 오독을 이 책을 통해 수정한다. 감사한 일이다.

 

또한 날개에서는 알레고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기서 존 스타인벡의 <진주>에서 참고할 말이 있다. 그 책의 편집자는 이렇게 말한다.

 

알레고리는 작품 전체에 걸쳐서 다양한 의미의 연쇄로 이루어져서 나타나는 일종의 가치 체계를 기준으로, 다른 사건, 경험 그리고 세계를 해석하는 문학적 행위를 의미한다. (149)


우리는 진주에서 그려진 경험이 현실 세계와 다름을 알지만 그럼에도 진주에서 그려진 사랑, 변화, 탐욕, 관계 등을 거울 삼아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다. (149)

 

이런 인물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의미를 우리의 삶과 사회를 해석하는 거울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알레고리다. (149)

 

그러면 이상의 날개에서는? 저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28-29)


작품 속 '아내'는 단순히 '나'와 혼인 관계를 맺은 여성을 넘어서, 자본주의적 현대성을 은유하는 인물이며, '나'는 자본주의적 현대성에 의문을 품고 그것에 맞서려는 자기 인식적 존재를 상징힌다.

 

이광수를 생각한다.

 

말년의 친일 문학가로 알고 있는 이광수, 과연 그의 인생은?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이광수의 행적과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록 적어둔다.

 

이광수는 민족 지사의 길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일제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던언론인이기도 했다. (257)

 

역사적으로 이광수의 변절과 친일 협력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한 인간이자 문학가로서 살아간 이광수의 처절한 삶은 우리의 이해와 동정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는 저자의 발언을 곱씹어보게 된다. (262)


그만큼 저자는 이광수의 행적을 샅샅이 훑어가면서 그의 처절한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완서를 생각한다.

 

저자는 박완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분석한 후에, 이렇게 말한다.

 

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한국의 현대사가 전개되어 오는 과정은 소설가로 하여금 사태의 진실을 다 말할 수 없게 했다. 같은 소재를 놓고도 입을 틀어막았기에, 소설가는 되풀이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429)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문학가의 삶을 따라 서울의 곳곳을 따라가는 문학기행이다.

기행이니, 당연히 서울이라는 도시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문학가들의 행적을 찾아다닌다.

그러니 문학가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들고 서울을 훑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 길은 이상이 살았던,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던 길,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다니다보면, 겹치는 곳이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이상과 박완서가 겹친다. 어디에서?

 

바로 이상 편에서 찾아가는 곳이 경성역과 미쓰코시 백화점인데, 미쓰코시 백화점은 날개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38)


그런데 그곳이 또 나온다. 박완서의 나목에서다.


나목의 배경이 되는 곳, 미군 부대의 PX 건물이 바로 미쓰코시 백화점이다. (412)


이런 연결점을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그정도로 저자의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흡입력있게 끌어들이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들고 서울을 탐방하는 독자들, 여기저기에서 서로 만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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