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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평점 :
진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이다, 미국의 작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존 스타인벡의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남편인 키노, 아내 후아나, 그리고 둘 사이에 아들이 있다. 이름은 코요티토.
그 가정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누구일까?
물론 위의 인물 중에서 당연히 남편인 키노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으니, 키노가 어느날 발견한 진주다.
진주가 실상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가난하기 짝이 없이 살아가는 키노의 가족, 어느날 다른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 전갈 한 마리가 나타나 사랑하는 아들 코요티토를 찌른다. 찔린 자리가 빨갛게 변하기 시작하자, 아이를 두고 어쩔줄 몰라하는 부부, 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웃 사람들이 몰려온다.
의사를 불러올 형편이 되지 못하는지라 직접 아이를 안고 병원을 찾아간다.
그가 찾아간 의사, 키노의 행색을 보고 치료비를 내지 못한 형편이라 생각하고 치료를 거절한다. 하인이 나와 의사는 외출중이라고 하면서 문전박대를 한다.
여기서 기록해둘 게 있다.
키노의 이웃 사람들, 아이가 걱정되어 같이 따라갔던 사람들, 문전박대를 당한 키노를 보기 안타까워, 모두 그 자리를 먼저 뜬다.
키노가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모습을 눈에 담지 않으려고. (26쪽)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설정이다.
그렇게 당한 자, 약한 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들을 그려놓고 있으니, 이 소설 분위기 따뜻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만.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키노, 그 다음에 반전이 일어난다.
바로 조개 양식장에서 키누가 조개 속에서 커다란 진주를 발견한 것이다.
키노는 칼을 껍데기 속으로 능숙하게 밀어 넣었다. 조개의 근육이 딱딱하게 긴장하는 것이 칼을 통해 느껴졌다. 그가 칼을 레버처럼 움직이자, 맞물리던 근육이 벌어지면서 껍데기가 열렸다. 입술처럼 생긴 살이 몸부림치다가 점차 조용해졌다. 키노가 살을 들어올리자 그것이 보였다. 커다란 진주알. 달처럼 완벽했다. 그것이 빛을 붙잡아 세련되게 다듬어서 눈부신 은빛으로 다시 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진주였다. (37쪽)
진주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인간들
그때부터, 이 소설의 진가가 나타난다.
진주를 발견한 키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각기 역할을 한다.
의사는 달려와, 아이를 치료해준다며 의료사기를 친다.
의사에게도 그 소식이 닿았다. (..........) 키노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을 때에, 의사는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현명한 사람이 되었다.
“제 고객입니다”하고 의사가 말했다.
“제가 전갈에 쏘인 그의 아이를 치료하고 있어요.” (40쪽)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키노의 진주에 관심을 품었고 모두의 꿈, 생각, 계획, 미래, 소망, 욕구, 욕망, 허기에 키노의 진주가 등장했다. 그들을 방해하는 인물은 단 한 명 키노뿐이었으므로 신기하게도 그는 모두의 적이 되었다. (42쪽)
진주상들은 키노가 가져온 진주 가격을 후려치기 위해 술수를 쓴다.
그리고 이름 모를 사람들이 등장하여, 키노의 진주를 훔쳐가기 위해, 빼앗아 가기 위해, 달려든다. 심지어 죽이려고까지 한다.
그런 주변사람들의 반응도 이 소설에서 생각해볼만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키노의 변화다. 진주를 발견하게 된 키노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게 이 소설의 주제다.
이 소설을 읽는 법, 상징과 알레고리
소설 읽는 방법중 줄거리 속에서 상징과 알레고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먼저 진주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키노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진주, 그 진주가 단순하게 보석 중 하나인 진주만을 의미할 리는 없다. 이 책의 변역자가 붙인 <작품 해설>에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문학적 기법으로서 상징은 구체적인 형상이 추상적인 의미와 가치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징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면서도 미묘한 ‘어떤 것’을 소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게 이 소설에서는 진주다. (148쪽)
그렇다면 독자들은 이 진주가 무엇인지, 각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번역자는 이어 말한다.
어떤 독자에게는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허영과 탐욕을, 또 다른 이에게는 진실을 가리는 눈부신 유혹일 수 있다. 진주는 물질주의로 점철된 현대 사회의 잔혹한 민낯일 수도 있으며,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를 묻는 시험으로서의 삶의 과정일 수도 있다. (148쪽)
또 이어서 아주 중요한 말을 덧붙이고 있다. 이게 이 책을 읽어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까.
이 책 『진주』를 읽으면서 과연 자신에게 진주는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자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148쪽)
이 말에 밑줄 굵게 긋고, 새겨보게 된다.
그 다음 알레고리는 어떤가?
알레고리는 작품 전체에 걸쳐서 다양한 의미의 연쇄로 이루어져서 나타나는 일종의 가치 체계를 기준으로, 다른 사건, 경험 그리고 세계를 해석하는 문학적 행위를 의미한다. (149쪽)
우리는 『진주』에서 그려진 경험이 현실 세계와 다름을 알지만 그럼에도 『진주』에서 그려진 사랑, 변화, 탐욕, 관계 등을 거울 삼아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다. (149쪽)
이런 인물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의미를 우리의 삶과 사회를 해석하는 거울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알레고리다. (149쪽)
키노의 심리적 변화도 새겨볼 거리다.
그가 진주를 갖게 된 후에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가?
그가 아내와 나는 대화 속에서 그런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누구를 두려워하는 거야?”
키노는 진실한 대답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말했다. “모든 사람.” (62쪽)
“이 진주는 죄악과 같아! 이게 우리를 부술 거야.”
“내다 버려, 키노, 돌로 부수자. 땅에 묻고 잊어버리자. 다시 바다에 던지자. 그게 악마를 불러왔어. 키노, 내 남편, 그게 우리를 부술 거야.” (64쪽)
그러나, 키노는 그걸 버리지 못한다.
모든 상황이 끝나기 전까지, 미련을, 진주를 버리지 못한다.
다시, 이 책은?
키노는 형에게 말한다.
“진주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 진주는 이제 내 영혼이 됐어.” (108쪽)
그렇게 자신의 영혼이라고까지 생각한 진주를 과연 키노는 어떻게 했을까?
그게 이 소설의 백미다.
해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진주다.
진주가 키노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그 진주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의 소설, 음미하고 음미해야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