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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평점 :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이 책은 미술 관련책이다.
해서 화가 21명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화가인 이중섭과 박수근, 그리고 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이 등장한다.
등장하는 방법은 한 명 한 명씩 등장하는 게 아니라, 두 명 또는 세 명씩 짝을 지어 등장한다.
목차에서 그들이 어떻게 짝이 되어 등장하는지 살펴보자.
1. 이중섭과 모딜리아니 : 예술과 사랑, 그리고 인생
2. 박수근과 고흐 : 별과 나무로 삶의 순수함을 그리다
3. 모네와 르누아르 : 밝고 경쾌한 인생을 포착하다
4. 클림트와 실레 : ‘자유’와 ‘공포’라는 두 가지 이름으로
5. 모지스와 루소 : 인생에 늦은 나이란 없다
6. 젠틸레스키, 수잔 발라동, 프리다 칼로 : 고난의 인생이 그린 예술 이야기
7. 칸딘스키와 클레 : 세상이 끔찍할수록 미술은 추상에 가까워진다
8. 뭉크와 키르히너 : 내면의 감정을 선과 색에 담다
9. 로댕과 클로델 : 사랑과 이별을 조각하다
10.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 르네상스를 빛낸 두 천재의 명작
저자는 짝지어 놓은 화가들의 공통점을 목차에 이미 적어두었지만, 읽다보면 그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박수근과 고흐의 경우를 살펴보자.
저자는 이 두 명의 화가를 ‘별과 나무로 삶의 순수함을 그리다’는 말로 묶었다.
그런데 그 두 명의 화가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밀레다.
박수근 : (55쪽)
12살 때 그의 삶을 바꾸는 한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바로 밀레의 <만종>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는데,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저도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주소서.”
고흐 : (67쪽)
고흐가 화가의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가 빠져든 화가가 밀레였다.
고흐는 밀레의 작품을 만난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밀레의 작품을 보는 순간, 마치 모세가 하나님을 본 후에 신발을 벗은 것처럼, 나 또한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느꼈다.”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이 책에서 미술 사조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게 된다.
인상주의 :
회화에서의 인상은 눈에 보이는 장면의 밝기나 색의 변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느낌을 말한다. 그래서 인상주의란 곧 색, 빛, 그리고 그로 인한 느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미술 사조를 의미한다. (84쪽)
표현주의 :
다수의 화가는 그림의 주제를 외부에서 찾는다. 자연, 사물, 도시 혹은 타인들의 모습을 표현한다. 그런데 일부 화가들은 정반대이다. 그림의 주제를 자기 내면에서 찾는다, 마음속에 깊이 숨어있는 공포, 슬픔, 절망을 꺼내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화가의 작품을 표현주의라고 한다. (222쪽)
예쁘게 그려서 못마땅했을까?
프랑스의 화가 발라동 이야기다.
원래 발라동은 여러 화가들의 모델로 일하고 있었다.
모델이 될 정도이니 당연히 아름다웠다고 생각이 드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발라동이 화가가 된 과정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다.
당시 화가들은 발라동을 그릴 때 늘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렸다. 르누아르가 그린 수잔 발라동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걱정 따위는 없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여성. 바로 이것이 캔버스에 그려진 발라동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말 발라동은 그런 모습을 가진 여성이었을까? 사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쉽지가 않다. 10대부터 세탁일을 하면 최하층민으로 살았던 여성이 저런 평온한 모습을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끊임없이 지탱해야 했던 삶의 고단함으로 가득 차 있던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발라동은 캔버스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이 몹시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쯤은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결국 그녀는 화가의 꿈을 키우면서 자신이 직접 그려보겠다는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178쪽)
재밌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그때 발라동을 그린 화가들이 발라동을 실제 모습으로 그렸다면? 우리는 아까운 화가 한 명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 알게 된다.
르누아르는 16살 때에 르부르 박물관에 있는 그림을 모사할 수 있는 자격증을 얻었다. (100쪽)
르부르에 가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된 작품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데, 그런 사람들이 모두 자격증을 가져야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클림트가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 (115쪽)
클림트는 부르크 극장에 천장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렸는데, 거기에 자기의 얼굴도 집어넣었다.
부르크 극장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데, 클림트는 오른쪽 계단에 그려진 다섯 점의 그림 중 세 점을 맡아 그렸다.
<디오니소스의 제단>,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테스피스의 수레>
이 책에 거론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 들어있다.
(캐서린 맥코맥 <천정화의 비밀> 81- 87쪽 참조)
다시 이 책은 - 여기서 만난 화가 애나 메리 모지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화가 21명 중 다른 사람들은 이름이라도 들어 알고 있었는데, 딱 한 사람이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바로 미국의 화가 애나 메리 모지스. (141쪽 이하)
화가가 된 것도 보통 다른 화가와는 다르다. 달라도 무척 많이 다르다.
그녀는 평생 그림과는 인연이 없었다. 70세가 넘도록 말이다.
집안이 가난해서 12살부터 부잣집의 가정부로 들어가 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5년 후에는 결혼해서 또 남편과 함께 일하면서 돈을 벌어 자녀들을 키웠다. 그렇게 일하다가 평생을 보낼 뻔 했는데, 남편이 죽고 76세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손가락에 관절염이 생겨 취미였던 자수를 할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된 딸이 지나가듯 자수 대신에 그림을 그려보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그게 모지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과거 일하면서 고생하던 때의 기억을 되살려 그런 장면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뒤로 유명 화가가 되었고, 88세에는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 때에는 타임지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런 화가 애나 메리 모지스를 이 책에서 알게 된다. 감사한 일이다.
또 모지스와 짝이 되어 소개되고 있는 화가는 루소, 역시 마찬가지로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된 인물이다. 해서 저자는 이 두 명의 화가 공통점을 ’인생에 늦은 나이란 없다‘고 뽑았다.
루소는 앙리 루소인데, 맨처음 루소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때 알고 있던 유일한 루소 그 사람인줄 알고, 어! 루소가 그림도 그렸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루소는 장 자크 루소였고, 그때 만난 화가는 앙리 루소이니, 이제 알고 있는 루소가 두 명이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은 인식의 폭을 넓혀준 책, 그림과 그리고 화가들의 삶을 통해 그림 너머로 인생을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