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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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설계자

 

평소에 사후 세계에 대하여 이런 생각해오고 있었다.

 

천국과 지옥, 종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는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선행을 한 사람이 가는 천국, 그리고 악행을 가는 사람이 가는 곳이 지옥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천국과 지옥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사람들의 상상에 그치고 마는 곳일까?

 

그런 것은 아무도 갔다온 사람이 없으니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이런 질문 해보자.

천국 지옥의 실재 여부는 차치하고, 천국과 지옥은 과연 있어야 되는 것인가?

천국 지옥을 함께 이야기하기는 번거로우니 일단 이 책의 제목처럼 지옥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지옥은 필요한가?’

 

그런 생각 평소에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저자의 말>에 내가 찾던 질문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말하길, SF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 용이한 장르라고 한다.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기술의 발달로 죽음마저 극복하면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열릴 것인가?

둘째, 사후 세계를 만드는 기술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결국 지옥까지 만들 것인가?

셋째, 지옥이 존재하는 세상은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인가? (263)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하여 셋째 질문에 관한 답을 시도하고 있다.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행동한다.

 

등장 인물 소개한다.

 

대체 현실 해결사 : 도지석, 박용섭, 홍수경, 차길영

아비츠(Avici) 게임즈 측 : 백철승, 서문담, 성태우.

 

이 소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무척 어렵다.

대체 현실에 기반을 둔 지옥이 등장하고,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다가 목숨이 다한 후에도 자아가 소멸하지 않고 깨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30)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일단 사고실험(思考實驗)이라 생각하자.


, 이런 것 알기 위해 주인공들의 뒤를 따라가보자. 작가가 주인공들에게 각각 역할을 아주 잘 부여해서, 지옥이 필요하다는 측과 그게 아니라는 측으로 구별, 임무를 맡겨 놓았으니 그 뒤를 따라가면서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지옥은 필요하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지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 즉 아비츠(Avici) 게임즈 측에 한 표 주게 된다, 그 아비츠 게임즈를 운영하는 백철승의 발언을 들어보자.

 

말 그대로 살아있을 때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사후에서도 받는 인공사후 세계입니다. (11)

 

신도 없고 질서도 없으면 인간이 뭘 의지해서 살아가야 할까요. 의미도 모르고 비참하게 살다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만든 겁니다. 지옥 서버는, 우주에 의지가 없다면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75)

 

뇌세포의 영생이 가능한 현재에 육체가 죽었다고 처벌을 포기하는 게 정의로운 일일까요? 저희 지옥 서버는 법이 포기한 처벌의 의무를 대신 수행하려는 것입니다. (101)

 

그렇다. 수긍이 가는 발언이다.

현실에서 운영되고 있는 법제도, 사법 체계는 얼마나 허점이 많은가. 가까운 예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현세의 삶에서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도 법망을 빠져나간 무수한 범죄자들, 그들이 사후에서도 잘 지내서야 어디 정의가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지옥이 필요하다고 하는 백철승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는 소설 속 백철승과 반대편에 서있는 도지석도 마찬가지였다.

 

도지석도 처음에는 백철승의 그런 말에 열광하는 팬이었다. 악인이 처벌받는 사후 세계가 열렸다니 이제야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느낌이랄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19)

 

그런데 그랬던 그가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가던 차에, 의뢰인 한 명이 찾아와 그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지옥에 있는 우리 엄마를 구해주세요.” (29)

 

그 의뢰인은 자기 엄마가 지옥에 갔는데 잘 못 갔다며 구해주기를 요청한다.

잘 못 가다니?

그럴 리가?

 

그때부터 도지석은 거대한 힘을 가진 백철승 측과 험난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지석도 악인을 향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것이 백철승을 통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었다. 이제야 지옥 서버를 응원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불쾌감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122)

 

다시, 질문의 미로에 서서

 

결국 이 소설은 도지석 측의 승리로 끝난다.

잘 못 지옥으로 들어간 홍수경의 어머니를 구출해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그런 지옥을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에 대한 답은 나왔다.

인간이 운영하는, 인간이 지옥행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지옥은 잘 못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아직 질문이 남았다. 지옥은 없어야 하는 것일까?

뇌세포의 영생이 가능한 현재에 육체가 죽었다고 처벌을 포기하는 게 정의로운 일일까?

 

현세에 죄악을 저지르고도 사후에도 심판받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면, 과연 정의는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런 질문에 더 정확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도 저자가 후속편을 써주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이미 전작으로 연옥의 수리공을 펴낸 바 있으니. 다음 편으로 지옥에 관한 시리즈를 써내는 것, 가능하리라 믿는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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