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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대지 - 간도, 찾아야 할 우리 땅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4년 6월
평점 :
잃어버린 대지
이 소설의 시작은?
일단 시작은 ‘리히트호펜’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윤성욱이 쓰고 있는 박사 논문 주제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윤성욱이 쓰고 있는 박사 논문의 주제 <리히트호펜이 동양지리학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의 ‘리히트호펜’은 실재했던 인물이다.
실크로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1860년대 초반에 독일 경제 사절단의 일원으로 동북아시아를 방문하고서 상세한 기록을 남겼고, 귀국해서는 홈볼트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8쪽)
그렇게 등장하는 인물 ‘리히트호펜’은 또 다른 사람을 등장시킨다.
윤성욱이 논문 자료를 찾다가 리히트호펜이 ‘동쪽에서 온 지리학자’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는 기록을 보게 되고, 그가 바로 김정호인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김정호가 쓴 『대동지지』와 관련해서, 드디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 <변방고(邊方考)>가 등장한다.
<변방고(邊方考)>란?
소설 속 변방고(邊方考)는 이런 문건이다.
변방고는 김정호가 기술한 지리지의 일부로 조선의 변경애 대해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135쪽)
여기서 역사 공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를 둘러싼 공정(工程)에 대하여 몇 가지 기록해둔다.
대국굴기를 내세우면서 세력을 뻗치고 있는 중국은 1996년에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을 통해서 유적으로만 존재했던 하왕조를 역사로 편입시켰고, 2001년에는 중화고대문명탐원공정(中華古代文明探源工程)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신화로 치부되었던 삼황오제(三皇五帝)까지 역사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되면 중국 문명은 이집트는 물론 제일 오래 되었다는 수메르 문명보다 오랜, 인류 최초의 문명이 된다. (101쪽)
소설에 인용되고 있는 두 가지 역사 공정은 실제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다. 현재 진행중이니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상주단대공정 (夏商周斷代工程) :
중화인민공화국의 고대사(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연구 작업이다. 이는 제9차 5개년계획의 공정 중 하나로, 구체적인 연대가 판명되지 않은 중국 고대의 삼대(하 · 상 · 주)에 대하여 구체적인 연대를 확정하였다. '공정'은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위키백과)
중화고대문명탐원공정 (中華古代文明探源工程) :
중화문명탐원공정은 '중화 문명의 시원'을 찾는 공정으로 신화를 모두 역사시대로 만듦으로써 중국의 역사적 실체를 무려 1만년 전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 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즉 황하문명보다 빠른 요하문명을 중국문명으로 둔갑시켜 이집트 문명보다도 훨씬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 수준의 문명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읽혀지는 고수위 프로젝트이다. (위키백과)
그리고 요하문명에 대하여,
1980년대 들어서서 황하문명보다 더 오래된 고대문명이 요녕성과 내몽골 자치구, 즉 만리장성 밖의 오랑캐 땅에서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은 한족이 동이라고 부르던, 지금 한국인들의 선조들이 살던 땅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중화문명이 제일이라는 주장이 일격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중국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래서 만리장성을 멋대로 늘리고, 다문명기원론을 내세우면서 요하문명도 중국의 문명이라고 나선 것이다. (102쪽)
외교권, 사법권, 경찰권의 의미
학창시절 역사공부를 하면서 조선조 말에 일본이 조선의 외교권, 사법권, 경찰권을 차례로 빼앗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의 실질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알려주는 아주 구체적인 사례가 이 소설에 등장한다.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에게 빼앗긴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외교권을 상실하면서 서구열강들은 한성에서 공사관을 철수시켰고,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결과 미국도 외교를 관장하는 공사관은 철수한다. 그래도 자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영사관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129쪽)
그런 결과 주인공중 한명인 양희원이 미국의 영사관을 통해 자료를 넘겨주려고 하는 과정에서 미국 영사관으로 양희원이 들어가자, 일본측에서 잡아가려고 한다.
'영사관은 공사관과 달라 치외법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한 미국 영사관 직원의 발언, 들어보자.
하지만 당신들은 대한제국 경무부 소속이 아니지 않소!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대리하고 있지만, 사법권과 경찰권은 엄연히 대한제국에 있소. (143쪽)
나중에 일본 측의 상황설명 중 이런 대목도 보인다.
당시는 합병 전이라 통감부는 외교권만 행사했고, 치안은 여전히 대한제국 소관이었습니다. (159쪽)
조선 시대 말기, 일본은 이런 일을 저질렀다.
1904년 8월 일제는 제1차 한일협약(한일협정서)을 강제로 체결, 일본 정부가 추천하는 고문을 재무와 외무에 두도록 하여 재정권과 외교권을 침탈하였다.
한일합병은 1910년(대한제국 융희 4) 일제의 침략으로 한일합병조약에 따라 국권을 상실한 일이다. 경술국치라고도 한다. 1910년 조선의 3대 통감으로 온 데라우치 육군대신은 종래에 지니고 있던 사법·경찰권 외에 일반경찰권까지 완전히 장악하였다. 통감은 8월 16일 총리대신 이완용에게 합병조약안을 제시하고 수락할 것을 독촉했다. 22일 조약이 조인되면서 한국은 식민지로 전락했다.
<변방고(邊方考)>의 행방을 추적하는 역사팩션이다.
이 소설은 도입부에 던져진 문건 <변방고(邊方考)>의 행방을 추적하는 역사팩션이다.
그 문건의 존재와 행방을 추적하는 소설, 저자의 특기로 삼는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서의 행간을 채'워가는 소설이다.
그래서 역사에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며 독자들의 역사 호기심을 채워나간다.
김정호, 대원군 이하응, 최한기, 이경하 등이 그런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 허구의 인물들도 많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그 문건이 역사속 실재했던 문건인지.
<전국 지리지로는 경도(京都) 및 한성부(漢城府)가 1권, 경기도가 2∼4권, 충청도가 5∼6권, 경상도가 7∼10권, 전라도가 11∼14권, 강원도가 15∼16권, 황해도가 17∼18권, 함경도가 19∼20권, 평안도가 21∼24권까지 수록되어 있다. 하천에 관한 내용인 산수고(山水考)는 25권으로, 국경 방어에 관한 내용인 변방고(邊防考)는 26권으로 편제되었지만 내용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대동지지』는 25권의 산수고와 26권의 변방고 및 평안도의 일부 고을이 수록되어 있지 않고, 평안도의 모든 고을에 적용된 항목과 서술 양식이 다른 도의 고을과 전혀 다르게 되어 있다. 결국 김정호는『대동지지』를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완성의『대동지지』를 통해 평생 지도 제작과 지리지 편찬에 매진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김정호의 지리학자로서의 학문적 포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 소설속의 문건 <변방고(邊方考)>는 역사 기록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변방고(邊防考)>만 보일뿐이다.
쫓고 쫓기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역사 활극
그 문건 <변방고(邊方考)>를 손에 넣기 위해, 우리나라의 ’역사 의병‘ 팀과 일본의 정치인이 고용한 신흑룡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이 소설의 라스트 신이기도 한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바탕의 활극이 펼쳐진다.
이 장면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일본 그리고 중국과 한바탕 역사에 관한 진실공방을 벌일 만한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인데, 우리 역사계는 너무 소극적인 것은 아닌가, 거기에 우리 국민들은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간도 영유권을 소재로 하고 있는 역사 팩션이다.
역사에 기반을 두고 거기에 허구의 옷을 입힌 소설이다.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간도, 그 땅을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소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실제 역사상에 존재했고, 또 현재 진행중이어서 그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