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스 BLISS - 내 안의 찬란함을 위하여
임현정 지음 / CRETA(크레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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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BLISS

 

이 책 <블리스>의 저자 임현정은 누구인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이런 소개 한 줄이면 된다.

‘201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임현정은 그렇게 간단히 한 줄로 소개가 어렵다.

피아니스트라고만 소개하면 누가 알아줄까?

해서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필요하다.

 

한국인 최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

한국인 최초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

세계 최연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전곡 앨범 발매

프랑스 콩피에뉴음악원 최연소 수석 졸업

프랑스 루앙국립음악원 최연소 조기 졸업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최연소 및 조기 수석 졸업

 

그래도 클래식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게 누군데? 할 것이다.

그런 곤란함을 느끼는 건 비단 일반시민 뿐만 아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연 관계자가 저자에게 이런 말을 하더란다.

 

한국에서 뜨기 위해서는 간략한 타이틀이 필요한데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그런 게 없어서 너무 안타깝네요.”

최고의 음반사에서 최연소로,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전 세계에 음반을 발매한 피아니스트라는 소개글은 대단하지만 간략하지 않아서 매력적으로 어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83)

 

사실 여기까지 읽어도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 피아니스트인지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모두 몇 곡인지 안다면 조금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모두 32곡이다. 그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 많다. 예컨대, <비창>, <월광>, <열정>, <발트슈타인> 등등, 해서 모두다 유명한 곡인데, 그것들을 모두 연주한다는 것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일을 해낸 사람이 바로 이 책 <블리스>의 저자 임현정이다.

 

콩쿠르가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연주자들 대부분이 콩쿠르를 통해 데뷔를 했다. 조수미. 조성진, 정명훈, 임윤찬 ...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콩쿠르라는 관문을 뚫고 음악계에 들어섰다.

그러면 연주자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오직 콩쿠르를 통과해야 할까?

 

아니다. 콩쿠르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많이 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렇지 얼마든지 그런 경로도 있다.

일례로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굴렌 굴드가 그렇고,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소피 무터도 그렇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임현경이 그런 케이스다.

 

저자 임현정은 그런 경우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내 개인적인 음악 여정을 낱낱이 펼쳐보이는 이유는, 정작 콩쿠르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 나는 콩쿠르 없이 전 세계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는 유일한 한국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 가능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콩쿠르 없이, 경쟁의 밀림 속에서 싸울 필요도 없이 나만의 유일무이한 커리어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전달하는 것이다. (53)

 

저자는 남들과 다르다, 어떻게?

 

우선 두 가지 면에서 다르다.

임현정은 스스로 기획사를 차렸다는 것, 그리고 인터스텔라 오케스트라를 창립해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

 

지휘자와 감독의 위치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젊은 음악인에게 데뷔무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96)


알고 있는 음악가 중에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펠릭스 멘델스존이 그런 경우였다. 물론 그것도 자기가 아니라 부모의 덕을 본 것이지만.

그러니 임현정의 경우는 정말 특별하다는 것이다.

 

<아들- 멘델스존- 의 생일 선물로 아버지가 아들이 단장인 악단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당시 음악가들에선 흔치 않은 예라서 많이 질투받기도 했다.> (나무위키 중에서)

 

음악 공부는 덤으로 하게 된다.

 

음악에서는 프로코피예프나 풀랑크, 혹은 바흐나 쇼팽같이 시그니처, 즉 개성이 뚜렷한 작곡가의 음악은 몇 마디만 들어도 누구의 곡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189)

 

스트라빈스키가 흑백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렀을 만큼 피아노는 가장 완전한 악기다. (112)

 

음악은 힘이 있다.

 

<성인의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음악 : 체계적인 검토 및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수술 전과 중간 또는 후에 음악을 들으면 환자의 불안과 통증이 줄어들고, 회복이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7천명을 대상으로 한 72개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이 실험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141)

 

작가 아멜리 노통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141, 142)

 

17살에 자살을 결심했는데 우연히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아름다움이 진정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돼, 다시 살 결심을 했다.

 

열 다섯 살에 삶에 대한 어떠한 의욕도 사라진 채 자살할 결심을 세웠는데, 바로 직전에 의무적으로 관람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소프라노의 노래를 듣고 소멸해 버렸던 의욕이 다시 살아났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음악가라는 직업은 자신의 음악을 다른 이와 나누는 사람이다. (88)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예술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 나만 있는 방 안에서 내 귀에만 들리는 음악을 한다거나, 나만 보는 그림을 그리거나, 혼자만 읽을 글을 쓰는 것은 그 작품이 아무리 세기의 걸작이라 할지언정 자기만족의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89)

 

작곡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음악과 사랑에 빠져 연주하고 또 연주한다. 나중에야 이렇게 위대한 음악을 만든 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함을 견디지 못해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가 느꼈던 감정과 하나가 되어 함께 숨 쉰다. (135)

 

악보에는 작곡가 마음의 5분의 1도 표현되어 있지 않다. 작곡이란 음악 기호들을 사용해서 아이디어나 마음을 적기에 그 음표들은 사실 기호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 음표와 음표 사이, 그리고 음표 뒤를 읽어 더 넓은 우주와 작곡가의 마음, 한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마음이 곧 우주고 우주가 곧 마음이다. (136)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침묵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은 인종, 국경, 문화, 종교, 전통, 성별, 나이를 초월해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함께 감동하고, 공감하게 하는 순수 언어다. 그 아름다운 울림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레이어들을 벗어내고 존재의 근본적인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찰나가 영원이 되면서 우리의 숭고한 본질의 여운이 우주를 감싼다. (145)


예술에는 어떤 특정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최상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예술인의 수만큼 정답이 존재한다. 감정 팔레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며 이것이라고 가슴을 관통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191)

 

예술에 정답이 있다면 같은 나무를 열 명의 화가가 그렸을 때 열 개의 똑같은 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피카소는 말했다. 하지만 화가의 수만큼 각자 유일한 그림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유일무이한 영혼의 소리를 내는 것이 예술의 아름다운 역할이기 때문이다. (190)

 

다시, 이 책은?

 

실상 콩쿠르를 통해 데뷔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때에 이런 선입견이 먼저이지 않을까?

이 연주 뭔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 어려운 콩쿠르에서 인정받았다니까, 좋은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콩쿠르와 관계없이 데뷔한 음악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런 검증을 마쳤다는 말이다. ‘, 이 사람 연주, 정말로 좋은데, 들을 때마다 내 마음에 와닿는 그런 느낌이 있어

그렇게 느끼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 할 수 있겠다.

 

책 제목 블리스 BLISS더없는 행복, 지복이란 의미다.

 

이 책으로

연주자 임현정의 삶을 읽는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음악을 읽는다.

철학자 임현정의 마음을 읽는다.


임현정의 마음을 읽고 임현정의 음악 그 너머에 있는 우주를 만나는 일, 그게 클래식의 본령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음악을 한 걸음 들어가 음미하게 되고, 클래식 음악 전반에 걸쳐 식견을 쌓아갈 수 있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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