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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들, 자존감 부자로 키웠다 -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딸의 고백
정애숙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0월
평점 :
내 딸들 자존감 부자로 키웠다
먼저, 이 책 <프롤로그>에서부터, 배운다. 배우기 시작한다. 이런 글 읽어보자.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알을 낳고, 부화하면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합니다. 반면에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은 후 바로 눈이 멀게 되고, 그 후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이때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은 놀라운 행동을 합니다. 어미 가물치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어미의 입으로 들어가 배를 채워주며, 어미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지요. (4쪽)
생물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탓인지, 우렁이와 가물치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게 바로 들통이 났다. 해서, 그것들은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그 감탄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다음 딸과 엄마의 이야기,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뿐이라, 속으로 이런! 이런!, 하는 감탄을 연속하며 읽게 된다.
나는 두 딸을 가진 아빠다.
아직 아빠다. 아버지가 아니라 아빠다.
아이들이 제법 크긴 했지만 날 부를 땐 항상 아빠라 부르니 아직은 아빠다.
그래서 제법은 그 아이들과 사이도 좋고 거리감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딸들은 왜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나에게 일언반구가 없었을까?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지내면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고, 그 중에는 분명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을 것인데. 그런 경우 엄마하고만 이야기 했나?
나중에 누구누구 친구들 이야기들은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당시 그 시점에서는 일어난 일들이 나에겐 도착하지 않았으니, 그럼? 그런 이야기들은 엄마하고만 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딸들이 과연 어떻게 그 시절을 지냈을까, 하는 힌트가 됨직한 이야기들을 늦게나마 생각해 보게 된다. 엄마와 딸들 사이에 오고갔을 이야기들을 이제야 짐작이나마 알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딸에게 당부한 세 가지 (169-170쪽)
이것은 비단 딸에게만 한정할 게 아니라, 아들 또한 아들 딸의 시간을 넘어선 성인들도 새겨 들어야 할 것이어서 적어둔다.
첫째, 언제 어디서 누구를 몇 번을 만나든지 인사를 잘 해라.
둘째, 동네 어른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무엇인가 물어볼 때에는 무조건 대답을 잘 해라.
셋째, 앉거나 서 있을 때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그랬습니다.’ 또는 ‘그랬어’ 등 말끝을 확실하게 발음하라.
다시 새겨보니, 셋째 항목에 두 가지가 들어있으니 모두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다.
저자가 딸들에게 당부했다는 네 가지,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나부터 다시 한번 새겨놓는다.
이런 글 읽어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둘째와의 에피소드는 참 많다. 그 많은 이야기들은 때론 슬프고, 때론 재미있고, 때론 아픈 이야기다. 하지만 행복해지는 이야기들이다. (111쪽)
저자는 딸 둘의 터울이 5년이라, 두 아이 나이 차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저자는 유독 둘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둘째와 함께 한, 함께 만든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으니 그런 것이다. 그런 다음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둘째가 어릴 때부터 둘째 같은 아이라면 열명도 더 키울 수 있겠다고 늘 떠들고 다녔다. (111쪽)
어떤가? 어떤 모습,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되는지?
그런데 그 글을 읽고 나니, 무언가 손해본 느낌이 든다. 내 딸들과 내 딸의 엄마는 분명 그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을 텐데, 나는?
이런 작업 시도해볼 만하다.
‘동화 다시 쓰기’라는 학습을 통해서 (동화의 내용이)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224쪽)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동화를 예로 들면, 여태껏 나무꾼의 입장으로만 그 동화를 읽었는데,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되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 시점에, 과연 나무꾼의 시각으로만 그 동화를 읽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저자가 제기한 관점.
다른 사람의 옷을 훔쳤다. 무슨 죄? 절도죄다.
선녀가 목욕하는 것을 몰래 훔쳐봤다. 무슨 죄?
아이를 낳았는데. 여기에는 생각해 볼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여튼 그런 식으로 동화를 다시 쓰면서, 현대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는 작업도 시도해볼 만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이 태어나서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나는 어디에선가 필요한 사람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을 때, 그렇다고 느낀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난다. (64쪽)
사람들이 그들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그리고 그들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된 것처럼 대하라.
괴테의 말이라 한다. (165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두 딸을 가진 엄마가 쓴 것인데, 아빠인 내가 왜 읽게 되었을까?
얼마 전 『우리 아이 자존감 키우기』(강승규 저)라는 책을 읽고서 그간 아이들에게 무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이 책은 두 딸을 자존감 부자로 키운 저자가 쓴 책이라 눈길이 갔다. 엄마가 아니라 아빠이기에 딸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읽고 나니, 이 책은 이 땅의 엄마들이 읽어야 할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더욱 아빠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딸을 제대로 잘,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