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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평점 :
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책 제목처럼 이 책은 클래스가 다르다.
원래 저자가 잡은 제목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12권의 과학책들이 고전이며, 또한 클래스가 다르다는 의미이지만
읽고 나니, 물론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그 책들도 클래스가 남다르지만, 이 책 자체가 남다르다는 점, 먼저 말해둔다. 그만큼 좋다는 말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
하나는 20세기 과학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과학고전을 소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저자가 40년간 과학고전 12권을 만나고 읽으면서 성장해 온 삶의 경로를 소개하는 것이다. (7-8쪽)
그럼, 어떤 점이 좋다는 말인가?
첫째, 모든 책들에 저자의 인생사가 녹아들어 있다. 해서 그 책들은 저자에게 특별한 책이며 또한 독자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전달해주게 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재 4장 과학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에서다.
오래된 패러다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하는 힘이 젊은 새대와 아웃사이더의 시각에 있다는 쿤의 주장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정확한 것이라 판단되었고, 특히 나에게 던져주는 희망의 메시지로 보였다. 삶의 대부분을 경계인으로 살아가던 나에게 그는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준 것이다. (77쪽)
책을 만나고, 저자를 만나고 그리고 그 저자와의 개별적인 소통이 이루어져, 저자의 인생에 힘이 되어 주고 용기를 준다. 이게 진정한 독서의 자세가 아닌가? 저자는 그렇게 두 가지를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하나는 과학책의 유용성과 그리고 책을 대하는 인생 자세.
둘째,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12권의 과학책은 과학 문외한인 나에게 과학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12권의 책이 모두 그런 책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12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
제이컵 브로노프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
칼 포퍼의 『과학적 발견의 논리』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노우드 러셀 핸슨의 『과학적 발견의 패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찰스 스노의 『두 문화』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로이 포터의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
셋째, 현재 과학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지금 어떤 것들이 논의가 되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예를 든다면,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같은 경우다.
이 책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책이어서 이 책에서 처음 접하고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창안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양자역학의 선구자 하이젠베르크의 학문적 자서전이다. 저자가 소개한 글을 읽고 알아보니,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출판된 책이기도 하다.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 저/유영미 역/김재영 감수 서커스출판상회 2023년 06월
이 책에서 이런 논의도 등장한다,
과학자의 발견이 대참사로 이어졌을 때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그의 결론은 과학 발전이 선한 방향으로 향하고 지식 확장이 인간의 복지를 위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지만, 과학적 결과가 어떻게 사용될지도 아직 모르는 과학자에게 과학 연구물 사용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110쪽)
더하여 이런 ‘전문가’에 관한 정의도 알게 된다.
전문가란 그가 관계하는 분야에서 매우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큼직한 오류도 알고 있어서 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다. (111쪽)
넷째, 문학 중에서 과학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을 자세하게 ‘과학적인 눈’으로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10장 과학은 유토피아를 가져오는가, 라는 항목에서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과학적인 눈으로 검토하고 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게슈탈트 전환이란?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과학발전이 점진적이고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이고 혁명적이라는 점이다. (75쪽)
이를 설명하는 가운데 등장한 ‘게슈탈트 전환’이라는 개념 다시 확인해 보게 된다.
심리학에서 배웠던 게슈탈트가 여기에서는 어떻게 쓰이는가? 게슈탈트 전환이란?
[이미지나 형태가 그 자체로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음에도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바뀌는 것을 ‘게슈탈트 전환’(gestalt switch 또는 gestalt shift)이라고 한다. 널리 알려진 도형 이미지 가운데 보기에 따라 소녀의 얼굴이 노파의 얼굴로 변한다든지, 토끼처럼 보이던 이미지가 오리처럼 보인다든지 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더 친근한 예를 들자면,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고 있는데 구름이 갑자기 강아지나 나비의 형상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게 게슈탈트 전환이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9642.html
셰익스피어는 교양의 척도?
과학과 인문학이 만날 수 있는가, 하는 항목에서 셰익스피어가 등장한다.
『두 문화』, 찰스 스노의 책이다.
그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준에서 볼 때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것이 대단한 지적 교양을 대변하는 것처럼, 셰익스피어를 접하지 않았던 과학자들을 무식하다며 비판하는 현상도 짚어낸다. (135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만약 우리의 눈이 태양에 맞추어지지 않는다면 태양은 결코 보이지 않을 것이다. (94쪽)
괴테의 말이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을 흔히들 하는데, 그 말은?
기회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었다, 파스퇴르는 준비된 마음에만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167쪽)
출처를 밝히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그 말의 출처가 파스퇴르라는 것,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우선 재미있다. 저자의 인생 경험이 녹아있어서 그런지 글이 재미있게 읽혀진다. 더하여서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면서 과학에 대하여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 저자의 글솜씨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도록 해주는 요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