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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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먼저 말해두자결론이다.

 

모처럼 루쉰의 글을 대한다.

해서 루쉰과 루쉰으로부터 배우게 되는 시대를 견디는 힘을 같이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책이다의미있고 거기에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별히 이 시대에 살펴보면서 시대를 견딘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이런 통찰이 마음에 든다.

 

<2 패배와 절망 속에서 희망 만들기>의 <01 정신승리법 슬기롭게 사용하기>

 

저자는 루쉰의 <Q정전>에서 얻은 통찰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72)

 

Q의 정신 승리법 :

첫째상대를 낮추고 자신을 높이는 방법. “아들 놈에게 맞은 셈 치지요즘 세상은 정말 개판이라니까.”

둘째상대방보다 더 낮추어서 자신을 버러지라고 생각한다.

셋째자신이 당한 불행이나 패배를 다른 약자에게 전가시킨다.

 

루쉰은 당시 중국인들의 모습을 아Q로 비유한다. (80)

당시 중국이 서구열강에게그리고 일본에게 패배를 당하고도 이런 생각즉 정신승리법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무기나 대포는 서양보다 못하지만 문명의 수준에서는 서구를 능가한다고 생각하고 서구는 여전히 오랑캐라고 여겼다는 것이다마치 아Q가 다른 사람들에게 얻어맞고 다니면서도 정신승리법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한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아Q와 닮은 속성을 지니고 있고Q처럼 정신승리법을 사용하곤 한다우리가 아Q를 바보 같다고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하게 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실패하고 좌절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Q는 동네에서 루저다집도 없고돈도 없고여기저기서 무시당하고늘 괴롭힘을 당하는 신세다Q가 정신승리법을 쓰지 않았다면 그가 힘든 현실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지생각해 볼 문제다이렇게 보자면 실패와 좌절패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는 아Q가 있다. (83)

 

각 항목에 들어있는 작품들을 알아두자.

 

저자는 루쉰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의 작가 작품을 통해서 얻은 통찰을 건네주고 있다.

여기에 각 항목에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작품을 적어둔다.

 

1 나다움이 만들어갈 미래

01 연애에서 찾는 나다움의 모습

루쉰 <애도(傷逝)> (28)

궈모뤄 <천구(天狗)> (33)

02 나다운 생각이 사회의 변화를 부른다

루쉰 <광인일기> (45)

03 같음이 아닌 다름에 희망이 있다

루쉰 <광인일기> (53)

2 패배와 절망 속에서 희망 만들기

01 정신승리법 슬기롭게 사용하기

루쉰 <Q정전> (72)

02 내가 가려는 길에 무덤이 있다고 해도

루쉰 <행인(過客) (88)

03 기억과 희망 만들기

-루쉰 <고향> (99)

04 삶의 비극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위화(余華) <인생 (活着)> (109)

05 우리를 살게 하는 힘믿음

루쉰 <애도(傷逝)> (115)

루쉰 <노라는 집을 나간 뒤 어떻게 되었는가> (119)

루쉰 <복을 비는 제사> (120)

3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꿈꿀까?

01 우리는 왜 시험 능력주의를 갈망하는가?

02 베이징의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왜 실패했는가?

라오서(老舍) <낙타상스>(148)

루쉰 <기어가기와 얻어걸리기> (158)

03 지혜로운 사람은 달을 본다

장이머우 감독 <붉은 수수밭> (163)

장아이링 (張愛玲) <붉은 장미흰 장미> (167)

04 인은 넘치되 의는 넘치면 안 되는 까닭

루쉰 <Q정전> (72)

05 다수와 권력에 맞서는 시인의 몫문학의 자리

루쉰 <문예와 정치의 차이> (180)

4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어떻게 살까?

01 부모란 무엇인가?

위화(余華) <인생 (活着)> (190)

위화(余華) <허삼관 매혈기> (190)

02 새로운 세상을 맞는 기성세대의 역할

루쉰 <광인일기> (200)

03 새로운 세상을 여는 청년세대의 힘

루쉰 <지도자> (207)

루쉰 <노라는 집을 나간 뒤 어떻게 되었는가> (208)

 

각 작품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들

 

1 나다움이 만들어갈 미래

01 연애에서 찾는 나다움의 모습

루쉰 <애도(傷逝)> (28) 

근대에 유행한 연애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근대에 등장한 새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나는 누구인지나다움은 어디서 오는지에 과한 이야기인 셈이다. (30) 

이에 덧붙인 저자의 생각이 새롭다. 

우리가 청소년기에 처음 연애할 때 자신이 부쩍 성장한 것처럼 느끼듯이연애는 나라는 사람을 한 사람의 주체로 각성시키는 효과를 내곤 한다.

 

02 나다운 생각이 사회의 변화를 부른다

루쉰 <광인일기> (45) 

루쉰은 나다움의 조건으로 나만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하고주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할 때 나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40) 

광인은 어떻게 자신이 속한 사회의 부조리를 감지하게 된 걸까주인공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깊이 생각했다길을 가는 데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인식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역사책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뿐만 아니라 역사책에 적혀 있는 생각과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했다의심하면서밤을 새워 생각했다소설 속 표현으로 말하자면 모든 일은 연구를 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연구하고 고민했다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발견한 것이다자신이 속한 세상이 정의롭고 도덕적인 세계라고 말하는 위정자들에 맞서 이 세상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사회임을 광인은 발견한다. (47-48)

 

02 내가 가려는 길에 무덤이 있다고 해도

루쉰 <행인(過客) (88)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은 부분이다.

소설 속 등장하는 행인은가려고 하는 길에 무덤이 있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도 길을 가려한다왜 그런 것일까?

저는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앞에서 저를 재촉하는 소리저를 부르는 소리가 나서 저는 쉴 수가 없습니다.”

실상 노인도 그전에 그런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앞길에 무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가지 않았는데행인은 무덤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도 계속 길을 가려한다. 그게 행인과 노인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행인은 노인에게 다시 묻는다. “어르신그 무덤을 지나면 어떻게 되지요?”

노인은 무덤 너머를 가보지 않았고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행인은 그 무덤이 있는 길로 가려한다무덤 너머에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았으므로가보면 거기가 무덤이 아닐 수도 있고무덤 너머에는 더더욱 무덤이 아닐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다미래는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05 우리를 살게 하는 힘믿음

루쉰 <애도(傷逝)> (115)

 

인생은 달과 같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이렇게 풀어낸다.

인생은 달과 같아서달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하나가 되어늘 같이 있으면서 달이라는 둥근 전체를 이룬다. (119)

 

인생에는 밝은 부분도어두운 부분도 늘 함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애도>를 풀어내면서는삶이 진실만으로 영위되는 것이 아니라 허위와 거짓도 필요하다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118)

 

뜻밖에 얻은 수확

 

음악에 대하여 :

공자와 장자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조절하고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음악의 힘이라 한다락이도화 (樂以道和)

같은 음끼리만 모이면 음악이 되지 못한다다른 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어 비로소 음악이 되는 것이다. (62)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의 신인 아테나는 동시에 전쟁의 신이기도 하다지혜를 통해 올바르다고 판단한 것은 전쟁을 통해서라도 관철해야 하고그렇게 수행된 전쟁은 정의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72)

 

다시이 책은?

 

그저 루쉰의 글을 읽었을 때물론 당시 시대를 향한 지식인의 통절한 외침이라는 것을 알았지만이 책을 통해 더욱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루쉰의 글을 분석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루쉰의 글은 당시 시대에만 한정하지 않고또한 당시 청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울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대를 견디는 힘이란 시대를 먼저 올바로 인식하고그 인식위에 시대를 이겨내는 힘을 기르자는 것이니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저자는 루쉰을 잘 활용하여 이 시대를 이겨내거 견뎌내자고 우리에게 당부한다루쉰의 활용도 10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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