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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평점 :
읽기 쉽게 풀어 쓴 현대어판 시민불복종
이 책의 저자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이 책을 쓴 배경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소로는 1846년 7월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투옥을 당한 경험을 생생히 그리면서 노예 해방과 전쟁 반대의 신념을 밝힌 역작이다
그의 연보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1846년 『월든』을 쓰기 시작, 인두세 납세 거부로 체포되어 하룻밤을 감옥에서 보냄. (54쪽)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런 기록이 보인다.
<1846년 7월 어느날 밤에 경관이자 세금징수원인 샘 스테이플스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끌고가 여러 해 동안 납부하지 않았던 인두세를 낼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소로가 거절하자 샘은 그를 감금시켰다. 다음날 아침 소로의 숙모 마리아로 짐작되는 정체불명의 숙녀가 세금을 내주어 풀려난 사건이 있었다.
소로는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노예제를 묵인하고 멕시코와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정부를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 소로의 입장이었다.>
멕시코 전쟁이란 어떤 전쟁인가?
미국-멕시코 전쟁 (Mexican - American War)
1846년 4월 25일 ~ 1848년 2월 2일
원인은 미국의 서부 확장 야욕
결과는 미군은 1,733명 전사, 4,152명 부상
멕시코군은 5,000여 명 전사, 수천 명 부상당했다.
결국 1848년 2월, 양국은 과달루페 이달고 협정을 체결하여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냈다.
멕시코는 텍사스의 미 연방 합류를 인정했으며, 미국이 애초부터 주장한 이 지역의 국경을 리오 그란데 강으로 삼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멕시코는 미국에 오늘날의 캘리포니아, 유타 주, 네바다 3주 전체와 뉴멕시코, 애리조나 주의 대부분, 콜로라도 주의 절반 이상과 와이오밍 주 남부 지역, 캔자스와 오클라호마, 텍사스 주의 일부에 달하는 거대한 영토를 겨우 1,500만 달러에 강제로 팔아야만 했다.
이 책의 출판 과정
1848년 1월 26일 콩코드 문화회관에서 <정부와 관련된 개인의 권리와 의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이 강연내용을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출판했고, 나중에 『시민 불복종』으로 개칭하여 출간했다. (55쪽, 연보에서 인용)
우리말 번역으로 40여쪽의 소책자
우리말 번역으로 모두 40여쪽에 달하는, 소책자라 할 정도의 책이다.
그래서 먼저 쉽게 읽힌다.
그런데 글이 단원이나 장으로 나뉘어있지 않고, 작은 소제목 하나 없어 전체를 읽어가면서 이해하는 데는 다소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읽어가면서 내 나름대로 문단 나누기를 해가면서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나 인명이 나오면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문단을 나누기도 했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6쪽)
이에 근거하여 소로는 멕시코 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비판한다.
이 전쟁은 소수의 개인이 상설 정부를 도구로 삼아 벌인 일이다. 국민은 애초에 이런 조치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구절은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현실적이다. 어느 국민이 자기 나라가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한다면 좋아하겠는가? 침략전쟁도 물론이다. 언제 전세가 뒤바뀌어 자기 마을로 적군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나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시민으로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과 달리 정부가 당장 없어지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당장 나아지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8쪽)
맞다. 정부가 최소한도로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으니까;
어떤 정부가 존중할만한 정부인가?
그러려면 어떤 정부가 존중할 만한 정부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9쪽)
이부분에서 소로의 생각을 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정부 아래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행동할 수 있는가? (12쪽)
나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서는 미국 정부와 관계를 맺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페일리의 견해에 대한 반박
페일리는 영국의 신학자 철학자인데. 저서인 『도덕 및 정치 철학의 원리』(1785년)에서 펼치는 주장을 소로는 반박하고 있다. (14쪽)
감옥에서의 사색
32쪽에서부터 39쪽까지 감옥에 들어간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6년 동안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하룻밤 동안 감옥에 갇힌 적도 있었다. 나는 두께가 60-90 센티미터나 되는 단단한 돌벽 나무와 쇠로 만든 두께 30센티미터짜리 문, 빛이 겨우 들어오는 쇠창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 (32쪽)
그 다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들은 내 생각을 방해하지 못하자 내 신체를 벌하기로 했다. (33쪽)
아마 이 말이 소로의 말 중에서 깊이 새겨놓아야 할 말이다.
생각은 방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몸을 속박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옥중기의 전말이다. (39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법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워진 적은 한 번도 없다. (9쪽)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불의를 행하지 않는 일이다. (19쪽)
소수가 다수에 순응하면 힘을 잃고 만다. 그러면 소수라고 부를 수도 없다. 하지만 소수가 온 힘을 다해서 방해하면 다수가 소수를 억누르기 어려워진다. (27쪽)
이 책을 읽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셰익스피어 :
이 책에서 소로는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두 가지를 인용한다.
하나는 『햄릿』이요. 다른 하나는 『존 왕』이다.
현명한 사람은 오직 인간으로서 유용하다. 그는 죽어서 흙이 되기 전까지는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구멍을 막을 때 쓰는 진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12쪽)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구절이다.
『햄릿』 5막 1장에 햄릿이 오필리아의 무덤가에서 호레이쇼에게 하는 말이다.
우린 얼마나 찬한 쓰임새로 돌아가나, 호레이쇼!
알렉산더 대왕의 고귀한 유골이 술통 아가리를 막을 때까지 상상으로 추적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공자 :
소로는 중국의 공자 말씀을 인용하는데, 그러한 것을 보면 그가 중국의 철학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철학자는 개인을 제국의 기반으로 여길만큼 현명했다. (48쪽)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나라가 이성의 원칙에 따라서 통치가 된다면 가난과 고통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라가 이성의 원칙에 따라서 통치되지 않는다면 부와 명예가 부끄러운 일이다.“
(31쪽)
이는 『논어』의 다음 구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나라에 도가 있는데도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유하고 귀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논어』, <태백>, 13)
오르페우스 :
또한 그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을 인용하고 있다. 이는 그가 그리스 신화에 관해서도 지식이 있다는 말이 되겠다.
나는 오르페우스처럼 바위, 나무, 짐승의 본성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기대하진 못한다.(42쪽)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아폴론에게서 리라를 배워 리라의 달인이 되었는데, 연주를 하면 생명도 없는 목석이 춤을 추고 맹수나 난폭한 인간도 얌전해졌을 정도라고 한다.
다시, 이 책은?
그간 말로만 듣던 소로의 책 『시민 불복종』이다.
읽기 전에는 두께는 물론이거니와 그 내용도 논문식의 거창한 책을 예상했었는데, 그게 아니어서 약간은 아쉬웠다.
그의 책 『월든』을 읽었는데, 그 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용도 지금 생각으로는 과연 이게 실질적으로 먹힐까 싶을 정도로 무척 소박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의 실질은 그른 데가 없다.
현 세계 정세를 돌아보면 러시아 정부가 대외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외교 마찰을 빚어내는 것을 보면 소로의 생각들은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뼈아프게 다가오는 글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나는 이런 정부를 상상하기만 했을뿐, 어디서도 본 적은 없다.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