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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ㅣ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소설이다. 연애소설(?)
일본 소설이다.
그러니 등장인물 이름부터 확실하게 해 놓자.
고다마 사쿠코 : 여자, 슈퍼 마루마루의 본사 영업전략과 소속
마루야마 : 남자, 같은 과의 후배 직원
다바타 : 같은 과 상사
마쓰오카 가즈 : 사쿠코의 동료.
다카하시 사토루 : 야마나카 점의 직원
지즈루 : 사쿠코의 친구
일본에서 이름 부르는 방법 ;
주인공인 <고다마 사쿠코>를 예로 들어보자,
이 이름에서 ‘고다마’는 성이고 ‘사쿠코’는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보통 성씨로 부른다. (17쪽, 역자 주)
다카하시가 맨처음 만난 ‘고다마 사쿠코’를 ‘사쿠코’라고 부른다. (15쪽)
그래서 후배 직원인 마루야마가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 이름(사쿠코)을 불렀다며 질투를 한다.
줄거리는?
이 소설은 제목이 의미심장하기에 당연히 연애소설인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전혀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비연애소설, 반연애소설이라고 할까?
에이로맨틱, 에이섹슈얼 지향성인 두 남녀의 이야기다.
고다마 사쿠코와 다카하시 사토루가 바로 그 두 남녀다.
에이로맨틱 : 연애적 지향중 하나로 남에게 연애감정을 품지 않는 것
에에섹슈얼 : 성적 지향중 하나로 남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은 것을 말한다. (6, 41쪽)
이런 개념을 이 책에서 처음 듣는다. 물론 옆에 이런 성적 지향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본 적도 없었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두 남녀에 대한 이해도 역시 어려웠다.
그래서 줄거리가 진행이 되면서 맨처음에는 에이로맨틱이던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연애로 돌아설 줄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스포일러가 되는지 모르겠는데. 이 두 사람은 초지일관 계속해서 초반에 보여주었던 정체성을 끝까지 유지한다. 그러니 이건 보통 여느 일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사람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런 종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어. 뭐든지 연애와 연결시키는 사람. (21쪽)
그 나이를 먹도록 결혼하지 않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줄 알 거야. (42쪽)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아요 (117쪽)
연애에만 관련됐다 하면, 왜 이 쪽의 사적인 영역에 무단으로 흙발을 들여놓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걸까요? (121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열렬한 위로의 말이 상대의 마음에 전혀 꽂히지 않은 걸 알고, 그는 김이 샌 것 같았다. (155쪽)
이런 표현, 처음 만난다.
테이블에 놓인 물잔 속 얼음이 녹아서 달카닥,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119쪽)
엇, 연인은 상대를 독점하는 거야? (156쪽)
이런 것, 처음 알게 된다.
애당초 일본에 연애라는 말이 생긴 건 메이지 시대에요. 그 이전에는 그런 가치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162쪽)
다시, 이 책은? -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만나게 된다. 이건 주인공인 고다마 사쿠코가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연애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걸까? (23쪽)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게 된다.
뭐, 사랑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답은 ‘사랑’은 아니다.
사랑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럼 무엇일까?
그걸 진지하게 두 사람으로 하여금 성찰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게 이 소설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하게 한 사람의 시각으로 그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생각해볼 수 있도록, 소설의 진행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고다마 사쿠코, 다카하시를 만나다
다카하시 사토루, 의태를 시도하다
사쿠코, 자신을 되돌아보다
다카하시, 미지와의 조우
사쿠코, 이별하다
사쿠코, 다음으로 나아가다
사쿠코와 다카하시, 그리고 한 여자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그런 생각의 일단, 그 방법도 이렇게 저자는 제시한다.
단번에 뭔가 이해하려고 해봤자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일단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163쪽)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하여, 저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방법인데.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소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인생에 대하여 차분하게 접근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