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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고자쿠라 스즈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3년 2월
평점 :
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소설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재미있으면서 또한 의미있는 소설, 그래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니
일독을, 아니 재삼 재사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독을 권한다.
등장인물들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거의 다 착하다. 입방정 떠는 두 명을 제외하고 다 그렇다.
아이하라 미즈키 :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사토 : 여기 사토란 인물이 등장하는데, 일본 사람 이름으로 굉장히 흔한 모양이어서 몇 명의 사토가 등장하니 주의를 요한다.
사토 : 아이하라가 받게 되는 의문의 편지 발신자.
사토 : 도서관의 도서위원, 아이하라와 같은 학교 3학년
사토 : 교사
사토 : 전철에서 만난 남학생
사건의 시작
주인공 아이하라 미즈키는 학교 도서관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책을 보다가 그 안에서 자기에게 보낸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갑자기 부스럭, 하고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마음』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책에 시건을 돌렸다,
뭘까, 편지같은 것이 페이지 사이에서 떨어진 모양이다.
가느다란 갈색 괘선이 그어진 편지지에 무슨 글씨가 적혀있었다. 나는 편지지를 조심스럽게 주워들었다, 그 내용을 보고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덧붙여, 이 편지가 내 운명을 바꿀 줄은 상상도 못했다. (29쪽)
어떤 편지일까?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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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답게 ‘아이하라 미즈키에게’로 시작되는 첫머리, 다음으로 러브레터 같은 한 문장. 마지막에 ‘사토’라는 이름. (34쪽)
그 편지를 보낸 사토라는 인물,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이다.
해서 그때부터 ‘사토 찾기’가 시작된다.
아이하라는 그 편지에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답장을 보내고 또 그 편지에 답장이 오고.
그렇게 두 사람, 아이하라는 사토와 편지를 주고 받게 되는데.......
이 책 무척 잘 읽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하라가 그런 것처럼, 독자들도 그 편지를 보낸 사토라는 인물이 궁금해서 아이하라와 함께 그가 누군지 같이 찾는 게임에 동참하게 된다. 해서 소설이 끝날 때까지 마음 졸이며 아이하라가 되어서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편지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편지를 보낸 사람, 사토라는 인물은 누구일까?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야기해보고 싶었어.”
왜 과거형일까? (35쪽)
그 다음에 온 편지에 적힌 말.
역시 날 기억할리 없겠지?
‘날 기억할 리 없겠지’라니, 무슨 뜻일까?
그렇다면 나는 분명 옛날에 사토와 만난 적이 있다, 아니라면 사토가 눈에 밟힌다는 표현을 썼을 리 없고, 애당초 내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50쪽)
독자들은 그렇게 ‘사토 찾기’에 기꺼이 동참해서 한 시간을 아이하라와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책 읽는 것은, 그래서 즐거운 추리 여행이었다,
나의 ‘사토 찾기’ 시작하다. (70쪽 이하)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이 몇 명 등장한다.
하나는 도서관에서 같은 책 『마음』을 집어든 스기우라. (79쪽)
그 다음 도서관의 도서 위원인 사토,
그는 실내화에 사토라는 이름이 적혀 있어서, 아이하라는 그가 편지를 보낸 사토라고 생각한다. (85쪽)
아마 이건 다른 노림수 같다, 슬리퍼에 적힌 이름은 사토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름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그 사람 이름은 사토가 맞았다.
(104, 108 쪽)
또한 사람, 교사인 사토 고헤이 (126쪽)
그러나 계속해서 추적하는 아이하라의 눈에 그 사토라는 인물은 그리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들도 덩달아 애가 탈 수밖에. 그게 이 소설의 장점이다. 한마디로 작가는 독자들을 애가 타게 만들어 계속 책을 붙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마음』을 마침 읽은 적이 있어, 『마음』을 중간 매개로 하여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설정이 또한 마음에 들었다.
몇 번 편지가 오고간 다음에, 드디어 『마음』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
사토는 『마음』 좋아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도
결국 후회를 지우지 못한 채 자살하다니.
난 결말을 읽고 기분이 좀 별로더라. (87쪽)
그 아래 역자의 해설이 붙어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 선생은 한 여자와 삼각관계에 있던 자신의 친구 K를 배신했고, K는 자살한다. (87쪽)
그렇지만 ‘선생님’은 내내 가슴 속에 담아둔 괴로움을
드디어 말할 수 있었으니,
마지막은 해피 엔드지. (92쪽)
무엇보다도 그 편지는
아이하라는 사토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그 편지에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마음을 열어 보이며, 의지하게 된다.
사토와 편지를 계속 교환했다. 도중에 늦어지기도 했지만 사토의 편지는 내 마음이 의지할 곳으로 변해갔다.
내가 비밀로 해온 아기자기한 취미와 취향을 사토에게 처음으로 털어놓은 뒤, ........(141쪽)
그러는 가운데 이런 고백을 담은 편지도 받는다.
난 아이하라와 편지를 주고받는게 제일 재미있어.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144쪽)
그런 편지를 받고 설레는 아이하라, 그 뜻을 알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편지 주고 받음이 아이하라에겐 어떤 의미일까?
요즘 평소 생각이나 그때그때의 심정을 마음속에 잘 갈무리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내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하니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개운할 뿐 아니라, 내 뜻이 전해져 상대와 마음이 통하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다. (161쪽)
살면서 자신을 성장시켜 주는 사람과 만나기는 쉽지 않아. 그런 사람과의 인연은 평생 소중히 하렴. 멀어지고 나서 깨달으면 늦을 때도 있으니까. (161쪽)
이 책은 판타지인가?
나는 사토 하루키라고 해
너보다 한 살 많은 열 여덟이고,
그리고 암에 걸려서 올해 5월부터 입원중이야.
.....
.....
병원 환자 도서실에서 우연히 마음을 발견했지
네가 줄곧 눈에 밟혔던 나는,
내가 이걸 읽던 게 생각나서
바보 같지만 네게 편지를 써서 끼워놨어.
.......
......
그랬더니 네 답장이 왔지 뭐야
거짓말 같겠지만 진짜야.
내가 병원 환자 도서실의 『마음』에 편지를 끼우면,
학교 도서실의 『마음』으로 편지가 이동하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한들 믿기지 않겠지
하지만 정말이야,
......
......
여기에 이르러 갑자기 판타지 물로 바뀌는 소설, 나는 이런 게 싫다.
갑자기 문제의 해결을 이딴 식으로 해버리다니, 이건 저자의 게으름 아닌가?
좀더 창의적으로 머리를 써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지, 편하게 판타지로 끌고 가다니?
그래서 책을 거기에서 덮고 싶었다. 진짜다.
다시, 이 책은?
그러나 계속해서 읽길 잘했다.
그 다음 페이지, 허전한 마음을 애써 달래가며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지, 했던 게 잘 한 일이다. 그딴 식으로 판타지물로 마감을 했더하면, 후회막급인 독서였을텐데. 그러나 이 저자 내공이 막강하다. 그렇게 판타지로 끝내지를 않는다.
병원 도서실에서 『마음』에 끼워놓았던 편지가
학교 도서실의 『마음』에 옮겨지는 기적은 과연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분명 독자들은 이 소설의 마무리에서 무척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편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소통이 가능한 인연이란 게 얼마나 귀하고 귀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