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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평점 :
벼랑 (개정판)
이 책은 소설집이다. 단편 소설 5편이 들어있다.
저자는 <유진과 유진>이라는 청소년 소설로 유명한 이금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유진과 유진>을 읽어 이금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작가가 보여주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등장인물들 -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이 책 모든 소설이 청소년들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는데, 먼저 각 편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바다 위의 집> 나(나은조), 엄마, 난주, 미네르바 (혜림)
<초록색 말> 나(헬렌, 문이진), 혜림, 재스민
<벼랑> 난주, 규완, 경화, 은조, 창호
<생 레미에서, 희수> 희수, (정)현우,
<늑대거북의 사랑> 민재, 현우
위에서 밑줄 그은 인물은 각 단편의 주인공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주변인물들이다.
그런데 등장인물을 가만히 살펴보면, 각 단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 외에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각 단편 소설들은 단편이긴 한데 서로 연결되는 장편의 한 챕터이기도 하다. 각 단편 소설에서의 주변 인물이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각 단편의 주인공의 상황을 드러내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하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너희들의 고민이 무엇이냐?
<바다 위의 집>
은조는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통한다.
수업에 뜻이 없는 은조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하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물론 그림으로 대학을 가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은조는 학교를 이해하지 못하며, 또한 학교나 다른 친구들은 은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은조는 블로그 이웃 ‘미네르바’(혜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래서 학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늘이 행복한 삶’을 살고자 자퇴하고 학교에서 벗어난다.
<벼랑>
난주는 <바다 위의 집>에서 은조와 같은 학교 학생으로 등장한다.
난조는 가난한 집의 딸이다. 자기가 지니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남자 친구 규완과 데이트하기도 하는데, 난조는 어느날 검은 아르바이트에 발을 딛게 되고, 그게 빌미가 되어 협박을 당하게 된다. 그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마련해야 하려다가 다른 아이 경화를 협박하고, 결국 경화는 벼랑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만다.
‘벼랑’이란 무엇일까?
<벼랑>에서 ‘벼랑’은 청소년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은유하는 개념이기도 하고 실제 구체적으로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벼랑>에서는, 벼랑에 몰린 난조가 그 벼랑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경화를 벼랑으로 밀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빚어낸다. 그래서 벼랑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경화 말고도 이미 벼랑에서 죽은 아이가 하나 있다.
바로 혜림이다. 단지 혜림은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게 아니라, 이 벼랑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에 빠져 죽어간 아이다.
그 아이 혜림은 이 소설집 곳곳에 등장한다.
자살한 혜림은 이 소설집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아는 사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주인공들이 혜림에게 애도를 보내는 것이다. 또한 이는 저자가 혜림에게 보내는 애도이기도 하댜.
서서히 드러나는 혜림의 모습
나은조 - 미네르바가 혜림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39쪽)
문이진 - 혜림이는 물에 빠져 죽었다. 사고가 아닌 자살이었다. (55쪽)
혜림이는 종종 같은 꿈을 꿨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혜림이가 얼토당토않은 환상에 빠져 시험이나 망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자기 꿈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했다는 혜림이가 내 꿈에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던 걸까? (72쪽)
민재와 민재의 가정교사였던 선생
혜림이요? 그게 누군데요?
기억 안 나? 내 조카가 너랑 동갑내기였잖아. (188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나는 그렇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다. 순간마다 살아 있음을 느끼며 그게 행복임을 실감하고 싶다. (22쪽)
엄마는 오늘이 살아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건 우리 의무야. (23쪽)
다시, 이 책은? - 시시포스
계속해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가 떠올랐다. (88쪽)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같은 길을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 마음껏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89쪽)
매일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 학생은 물론이고 모두다 그런 처지에 있다는 것, 그래서 저절로 시시포스가 떠오른다, 이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이진도, 다른 학생들도 또한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용 소설이긴 하지만, 성인 독자들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다.
영혼이 빠진 내 몸을 집에서 학교에서, 학교에서 집으로 실어날랐다. (35쪽)
이게 바로 시시포스가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 바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