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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평점 :
마지막 섬
소설이다, 장편소설, 그리고 정치소설이다. 또한 환경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나 : 화자
라라 : 나의 여자 친구
소설가 : 나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는 인물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 :
이 섬에서는 사람을 살고 있는 집의 번지수로 부른다. 1호, 9호 하는 식이다.
그 : 전직 대통령. 나중에 ‘상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185쪽)
구멍가게
구멍가게 아들 : 곱사등이, 말을 하지 못한다.
갈매기들, 뱀들, 여우들,
줄거리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평화로운 섬에 그 섬의 주민들과는 다른 외부인이 한 명 들어온다. 이 소설은 그 한 명이 공동체를 어떻게 끌고 가며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그려낸다.
들어온 외부인은 전직 대통령이다. 장기 집권 후에 어쩔 수 없이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 섬으로 들어온 것이다.
평화롭기만 하던 섬이 초토화되는 데 걸린 시간은?
차근차근, 아니 야금야금 섬을 초토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된다.
물론 초토화라는 말은 전지적 시점인 독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전 대통령은 그 말 대신 문명화라는 말을 사용한다. (65쪽)
처음에는 갈매기가 주적이었다.
그 갈매기를 없애기 위해 총으로 시작한다. 그게 힘드니 여우를 섬으로 들여와 갈매기 알을 먹어치우게 하는 식으로 갈매기 개체 수를 줄이려 한다. (194쪽)
그런데 갈매기 개체수가 적어지니 생태계 균형이 깨지는 결과가 되어 뱀이 늘어나게 된다. (228쪽)
결국 여우를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갈매기가 주적이었던 것이 다음에는 뱀, 그 다음에는 여우가 주적이 된다.
여우를 잡기 위해 청산가리를 풀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로 번진다.
독을 먹은 짐승들은 물가로 가서 죽는다더군, 그렇게 해서 섬에 있는 샘물도 오염이 되는 거야. (273쪽)
마지막 수단으로는 산불을 놓는데, 그 산불이 여우를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다. 산에 불이 나자 여우는 잽싸게 도망쳐 버리고, 그 불은 대신 사람이 사는 집을 삼켜버린다. 결과적으로 섬이 초토화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자네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알지만, 자네가 사는 세상을 이렇게까지 모른 척할 권리는 없어. (44쪽)
내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우아함과 부드러움이 그녀에게 있었다. (90쪽)
니뿐 세상이 우리에게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던 게 아니었나 봐. (93쪽)
내가 살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어디를 가든 악은 너무 강홰서 이기기 힘들다는 거야, 선은 악에 비해면 악해. (98쪽)
악은 더 조직적이고 더 계획적이지. 선의 내면에는 순진함이 있어, 그래서 세상 모든 곳에서 악이 순전함을 이기는 것이기도 하고. (98쪽)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닌가! 시작은 갈매기와의 전쟁이었는데, 마치 갈수록 주민들 간의 문제로 변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 간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내가 이건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그 싸움은 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어쩌면 복잡한 우리의 심리상태가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던 것이 싸움과 같은 자극적 흥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49쪽)
우리 인간들은 자신의 한계도 모르면서 스스로의 지능에 만족한다. 배우려 들지도 않으며, 현명해지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모든 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다. (161쪽)
토끼는 겁먹어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도망가니까 겁을 먹는 거야! (166쪽)
사실 어딘가에 악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조금씩의 책임이 있는 거야. (172쪽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사람은?
이 소설에서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구멍가게의 아들이다.
전 대통령의 계략에 의해 섬의 모든 주민들이 갈매기 섬멸작전에 동원될 때 그 아이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화자인 나는 나중에서야 그 행동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그 아이는 갈매기의 알을 구하고 있던 거였다. 그 알을 아무도 모르게 닭장으로 옮겨서 닭이 품도록 했던 것이댜.
‘인간이란 얼마나 묘한 존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205쪽)
그리고 이 소설의 대미에 해당하는 여우 잡겠다고 산불을 놓았다가 모든 집들이 불에 타버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 그래도 전 대통령이 주민들을 괴롭히는 장면에서.....
구멍가게의 곱사등 아들이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 갈매기들조차 깜짝 놀랄만한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전 대통령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 그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두 사람 모두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두 몸뚱이가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며 떨어졌고, 바위에 부딪혀 으스러졌다. (284쪽)
다시 이 책은?
우리는 굴복해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286쪽)
하지만 갈매기들은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기에 승리했다.
패배는 아주 사소한 것에 굴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소설은 그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타협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타협하면 결국 패배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