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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힘 - 말, 태도, 생각을 품위 있게 바꾸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책주 / 2022년 11월
평점 :
교양의 힘
교양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성찰에 이어 교양을 쌓는 법에 대한 실제적인 해법을 재시하고 있다. 해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왜 교양이 필요한가? / 디지털 시대에 교양을 쌓는 일
2장. 교양은 써먹을 데가 많다 /교양이 선사하는 지적 자극의 세계
3장. 무작정 읽기만 하는 건 소용없다 /교양을 키우는 방법 1 : 독서
4장. 사람은 사람을 따라간다 /교양을 키우는 방법 2 : 인간관계
5장. 결과물이 없으면 시간 낭비다 /교양을 키우는 방법 3 : 창작
이 책의 중심은 3, 4, 5장에 담겨있는 <교양을 키우는 방법>에 있다.
저자는 교양을 키우는 방법으로 세 가지, 즉 독서와 인간관계, 그리고 창작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몇 가지 짚어본다.
독서는 왜 유용한가?
독서는 상상력으로 보충하는 것을 강요당해서 원래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버트런드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도 썼듯이 지루하고 시시한 것이 인간의 힘을 기를 수 있다. 창조적인 힘도 지루함을 극복해야 비로소 익힐 수 있다. 내가 만든 신조어로 말하자면 ‘지루한 힘’이 사람을 키운다. 현대에서는 미디어를 선택할 때의 기준이 재미의 여부로만 되어 있는데, 재미있다 해도 수동적인 자세로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독자로서 즐기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 작용하는 상상력은 말하자면 우리 개개인이 영화감독이 되어 영화를 찍는 것과 같다. 소설이 영화화될 때 독자에게서 불만이 쏟아지기 쉬운 것도 머릿속에서 이미 자신이 감독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캐스팅을 하고 머릿속의 카메라를 구사하여 화면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97-98쪽)
<소설을 읽으며 찍는 머릿속 영화 한 편>이란 글의 일부이다.
수동적인 자세로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독자로서 즐기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저자는 말한다. 독서 행위야말로 수동적이기는커녕 매우 능동적인 행위라고. (99쪽)
이말은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발언에 의해 증명된다.
어느 날 한 어머니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말하길, “우리 애는 지브리 작품을 좋아해서 <이웃집 토토로>를 수십 번씩 돌려봤어요”라고 한 말에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103쪽)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말은 애니메이션은 그림책과 문학작품을 읽는 것과 달라서 그저 화면이 이어지기에 보는 아이로 하여금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상상력이 개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은 밑줄 긋고 새겨야 하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문장도 문장으로 쓰인 이상 상상력으로 보충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사람은 그 공백을 상상력으로 보완하려고 하면서 점점 더 지성과 교양의 길로 이끌리는 것이다. (105쪽)
<해설과 비평을 들으면 시야가 넓어진다>
이 대목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는 노무라 스코프를 예로 든다.
노무라 스코프는 스트라이크 존을 9개로 분할한 것인데 그림으로 살펴보자.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s/e/seyoh/IMG_nomura.png)
야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야구 경기 중계 방송을 보면서 그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야구인 노무라 가쓰야가 창안한 것으로,
[노무라 가쓰야는 은퇴한 이듬해 1981년 TBS에서 야구 해설 위원으로 하는 것을 시작으로 1983년부터 TV 아사히의 야구 해설위원, 산케이 스포츠의 야구 평론가를 맡았고 1981년부터 6년 동안 주간 아사히에서 ‘노무라 가쓰야의 눈’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TV 아사히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스트라이크 존을 9개로 분할된 일명 ‘노무라 스코프’(野村スコ?プ)라는 획기적인 해설기법으로 볼배합을 읽어내 타자·투수 심리의 해설기법을 최초로 시도하게 되었다.] - 위키백과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경험.
올해 프로야구 경기 중계를 자주 보곤 했는데, 방영되는 경기 화면에 전과는 다른 것이 등장하고 있었다. 바로 투수가 공을 던지고 나면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판정이 나는데, 그때 스트라이크 존에 금을 그은 화면이 같이 뜨는 것이었다. 그게 무언가 했더니 바로 노무라 스코프였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저자는 이를 거론하면서, 그 해설 덕분에 평범한 야구 팬들도 야구를 보는 눈을 새롭게 뜨게 되었다면서 책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비평들이 독자들의 시야를 넒혀준다고 말하는 것이다.
저자가 읽은 책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책들은, 저자가 직접 읽고 그것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 놓았는데, 그중 어떤 책들은 비평 또한 실어 놓았다, 그걸 읽어보면 그런 책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81,101,163,170
『무지의 눈물』 83,
『논어』 85,123,167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88,
『삼총사』 94
『소공녀』 94
『햄릿』 94
『베니스의 상인』 94
『부활』 95
『행복의 정복』 버트런트 러셀, 97
『지구에서 달까지』 102
『지구 속 여행』 102
『해저 2만리』 102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103, 105
『소크라테스의 변명』 105
『조형 사고』 파울 클레, 112
『방법 서설』 데카르트, 167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167
『도련님』 나쓰메 소세끼, 167
『풀베개』 나쓰메 소세끼, 223
들어야 할 음악
음악과 그림도 교양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니, 같이 알아두자.
비발디 <사계> 중 2번 여름의 3악장 108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08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09, 110
감상해야 할 그림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외젠 들라크루아 115
<게르니카> 피카소, 115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쓸쓸함이란 근원적으로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88쪽)
현대는 정보화 시대라고 하는데, 정보와 교양은 다르다.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교양에 비하면 정보는 심오하지 않다. 정보는 인간의 인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123쪽)
좋은 나라란 어떤 나라인가?
인격이 원만하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 많은 나라다. (148쪽)
사람이 지적이려면 그 사람을 격려하고 고무해주는 사람, 흥미와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의 자극으로 생겨난다. 서로를 자극하는 환경이 바로 배움의 환경이다. (169쪽)
마음에 드는 라멘집을 발견해서 그 가게가 망하지 않도록 자주 다니는 행동을 투자라고 하는사람이 있다. (179쪽)
다시,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었다.
지금까지는 책을 그저 읽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는데, 저자의 이런 말, 나에겐 충격이었다.
파울 클레의 『조형 사고』, 저자는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이 책을 대학 시절에 구입해서 파울 클레의 학생이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112쪽)
앞으로 책은 나에게 선생님이 강의를 하시면서 나에게 보여주는 텍스트, 교재로 여긴다, 는 자세로 읽을 작정이다. 이제부터는 선생님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 것이 바로 독서다.
그렇게 하다보면, 나에게도 교양이 쌓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