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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10월
평점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먼저 이 곡 듣고 - 감상하면서 - 시작하자.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말을 알게 된 것은 톨스토이로부터다.
그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를 읽고서, 그 것만 알았었는데, 그게 원조(?)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걸 이 책으로 알게 된다. 바로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이다.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으로 소설을 썼다.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이란 원제보다 더 많이 불리는 별칭으로, 베토벤이 이 작품을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크로이처에게 헌정해서 붙은 제목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루돌프 크로이처는 평소 베토벤에게 좋은 감정이 있지 않았던 데다가, 이 곡을 두고 ‘난폭하고 무식한 곡’이라 칭하며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99쪽)
베토벤으로부터 그렇게 시작한 <크로이처 소나타>는 톨스토이에게 영감을 주었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화가 르네 프리네가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제목은 역시 <크로이처 소나타>.
그런데 영감은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체코의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가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아 <현악 사중주 1번>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로부터 영감을 받아’를 작곡한다.
이렇게 베토벤에서 시작해서 톨스토이, 프리네, 야나체크까지 영감은 흐르고 흘러간다. 그렇게 연결이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배운다. 저자 덕분이다.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악기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림도 그린다. 거기에 인문학적 안목이 뒷받침되니, 위와 같은 ‘영감의 흐름’을 추적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종(縱)과 횡(橫), 이음줄과 붙임줄로 종횡무진(縱橫無盡)
예를 들어보자, 타이틀이 <커피 한 잔 어때요?>
커피와 관련된 음악, 생각나는지?
저자의 글에 기대어보면 바흐, 차이콥스키, 피아졸라, 그리고 쇤필드가 연결이 된다, (139쪽)
이건 종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아라비아 댄스’는 ‘커피 요정의 춤’이라고도 불리며 신비롭고 나른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피아졸라 <탱고의 역사>중 ‘카페 1930’
쇤필드의 <카페 뮤직>
저자는 이글의 끝머리에 커피와 클래식의 공통점을 이렇게 덧붙인다.
입문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점차 자신만의 취향을 갖게 된다는 것,
혼자 즐겨도 좋으나 여러명이 함께 해도 좋다는 것,
순간의 감각이지만 기억에 평생 남을 수도 있다는 것,
똑같은 것을 접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146쪽)
횡으로 연결되는 것은?
마티스와 에릭 사티 (22쪽)
워홀과 거슈인 (32쪽) 등등
다시, 이 책은?
'지금까지는 바이올린으로 나를 표현했다면, 이제부터는 말과 글과 그림으로 나를 표현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10쪽)
저자의 그런 결심이 고맙다. 그 결심 덕분에 독자인 내가 음악에, 그림에 그리고 그런 음악과 미술의 종횡(縱橫)을 오감으로 느끼게 된다.
오감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다.
이 책에 저자가 공들여 집어 넣은 큐알 코드, 그게 이 책을 더욱 가치있게 해준다.
책에 저자가 곡을 해설하면서 붙여 놓은 큐알 코드를 일일이 확인해, 들으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니 오감 만족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오감 만족 (五感滿足) :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이 모두 흡족함.]
그런데 뭐 여기서 후각과 미각이 어디에 있냐고 따진다면?
그건 느낌이다.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지니 후각도 미각도 덩달아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그렇게 책에서 온갖 감각이 우러나오니, 책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가을에는 이런 책으로 몸을 적셔야 한다. 눈도 귀도 흠뻑 젖어보는 것, 그래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