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배신의 시대 - 격동의 20세기, 한·중·일의 빛과 그림자 역사의 시그니처 1
정태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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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배신의 시대

 

이 책, <역사의 시스니처시리즈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이 책의 의미는 예사롭지 않다.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로 계속해서 나올 예정인이 시리즈 첫권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시리즈는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각 세기의 대표적 시대정신을 소개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로, 한 시대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들을 엄선해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소개하고 인류의 사상이 어떤 갈래로 이어져 왔는지 살펴본다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시대별로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되어 오늘의 21세기를 만들었는지...>

 

이 책에서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모두 6명이다.

한국 2중국 2일본 2.

 

이름을 거론하면, 20세기가 마악 시작할 무렵 조선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이 책은 당시 역사를 복기해 불 수 있는 아주 유용한의미있는 인물들이다.

 

한국 - 조소앙 (1887-1958), 이광수 (1892-1950)

중국 - 루쉰 (魯迅,1881-1936), 왕징웨이 (汪精衛,1883-1944)

일본 - 후세 다쓰지 (1880-1953), 도조 히데키 (1884-1948)

 

1800년대 후반에 태어나 1900년대 전반까지 살았던 인물들이니조선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급격한 정세변화가 벌어질 당시의 인물들이다특히 도조 히데키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총리로 급 전범, 결국 교수형을 당한 인물이다.

 

이들은 전통 학문과 근대 학문의 세례를 함께 받은 인물들로특히 중국과 조선의 인물 네 명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일본 유학을 했던 공통점이 있다.

 

사회진화론

 

이들이 일본 유학에서 새롭게 접한 것은 바로 사회진화론이었다.

도쿄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한국과 청나라의 청년들에게 사회진화론은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는 큰 산이었다. (144)

 

루쉰도 사회진화론의 세례를 흠뻑 받았고 이광수왕징웨이도 마찬가지로 사회진화론을 접했다.

 

그러나 같은 사상을 접하고도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는 달랐다.

 

루쉰은 진화론의 약육강식우승열패적자생존 등을 짐승의 본성에 비교하며그 사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즉 침략론의 실체를 간파했다.

 

이 지점에서 이광수는 조소앙루쉰과 다른 행태를 보인다.

 

이전까지 몰랐던 새로운 지식과 다른 문물을 접하면서 받은 큰 충격은 루쉰이나 이광수나 큰 차이가 없었다그러나 이들은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있던 조소앙도 사회진화론에서 거꾸로 평화개념을 도출함으로써당시 아시아 청년을 주저앉혔던 사회진화론이라는 큰 산을 넘어설 수 있었다. (28)

 

루쉰의 삶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고민 속 자득자결의 과정이라면조소앙은 열린 호수와 같았다그는 넓은 분야를 섭렵함으로써 다양한 사상을 소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140)

 

29, 36, 45쪽 등을 참조하시라.

 

조소앙은 세계적 흐름에 주목했다.

이광수에게는 전혀 안 보였던 세계사의 중요한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 것이다.(134)

 

그러나 이광수는 완벽한 친일로 가는 길목에서도 일본이 패망하고 있다는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래서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도 일본이 승승장구할 줄 알았고친일 행적을 버젓이 자행했던 것이다.

 

이광수의 궤변 - 『나의 고백

 

이광수는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후 그는 일제하 자신의 행적을 변명하는 글을 썼는데그게 나의 고백이다.

그 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광수의 궤변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친일 용서론

둘째친일 공범론

셋째친일파 능력활용론

넷째자기 희생론 혹은 순교자론

 

이중 친일용서론에서 이광수는 병자호란 후 청에 포로로 끌려갔던 수백 명의 사대부 집 부녀자들이 돌아왔을 때의 사례를 거론한다.

 

사대부 부녀자들이 환향했을 때 인조는 홍제원에서 환향녀(還鄕女)들을 목욕시키고 그것으로 잃어버린 정조 문제를 불문에 부치도록 했다이광수는 이 사례를 활용해 민족의 화합을 위해 친일파를 용서하자고 한다. (256)

 

청군에 잡혀 끌려갔다 고향에 돌아온 환향녀들은 당연히 죄가 없었다그러나 민족의 지도자를 자처한 이광수는 환향녀가 아니었다말장난은 말장난일 뿐이다그 안에서 논리를 찾는 피곤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261)

 

다시여섯 명의 인물들을 생각한다.

 

한국 - 조소앙이광수

중국 - 루쉰 (魯迅), 왕징웨이 (汪精衛)

일본 - 후세 다쓰지도조 히데키

 

이들을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있다그 이유는 오늘날에도 이들의 행적과 생각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광수가 나의 고백에서 보여준 그런 생각들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어느 한편의 논리로 그대로 사용되고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도조 히데키의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일본인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그들이 헌법을 수정해서 다시 군국주의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이 책은 과거의 인물들을 소환해서 현재 이 시점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역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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