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들의 방 -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
베로니카 오킨 지음, 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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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의 방

 

이 책 시작이 흥미롭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목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1954년 이 책이 처음 영역되었을 때 영어 제목은 <지나간 것들의 기억>이었다.

<Remembrance of Things Past.>

그런데 1992년 정확한 제목으로 바뀐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In search of Lost Time.>

 

그 두 번역의 차이는 무엇인가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나간 것들의 기억>이 숨겨진 고정적 저장고에서 기억을 수동적으로 소환해오는 것을 가리킨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상실되어버린 흘러가는 과거에 대한 능동적인 탐구를 암시한다. (5)

 

덧붙이기를두 번역 사이의 시간 동안에 신경학은 프루스트를 거의 따라잡았다고 한다. (5)

 

이 책은 그렇게 프루스트를 따라잡은 신경학이 기억에 대하여 밝혀놓은 것들을 살펴보고 있디.

 

이 책은 다음의 두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건 기억을 소환하는 가장 오래된 직관적인 구조 -  시간공간인물이라는 이야기 포맷- 를 따라 해마에 대해 살펴보면서이 유기적 기억 기계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살펴본다.

 

2기억은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는가

 

이 부분이 이 책의 요체이다내가 나인 것은 무엇에서 비롯하는가그것을 다룬다.

반드시 새겨할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자기 인식 자전적 기억의 출발

자아 감각

거짓 기억진짜 기억

가장 오래된 기억들.

 

해서 2부는우리의 기억과 우리의 자각이 어떻게 두뇌에서 발전하는지어떻게 삶을 기억하게 하고 그 뒤에 그것이 서사적 기억으로 구성되며 결국 나의 나인 것을 형성하는 것을 살펴본다.

 

저자의 문학작품 활용방안

 

서두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이 책의 도처에 문학작품을 거론하여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작품 관련 부분은 여러모로 유익한데,

먼저는 그런 작품들이 뇌과학을 설명하고 증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혜안을 살펴볼 수 있으며,

또한 그런 작품에 대한 설명이 그간 읽었던 책에서 빠트리고 넘어간 것들을 챙겨보게 한다는 점이다.

 

그 중 몇 가지 적어본다.

 

누런 벽지』 살럿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는 샬럿 퍼킨스 길먼의 작품으로 1892년 출간되었다.(24)

길먼은 아이를 낳은 후 정신병을 앓았는데그 소설에서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그 여성이 자신의 감각을 그대로 묘사하는데그게 바로 길먼의 체험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길먼은 1935년에 자살했다. (45)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델러웨이 부인에 나오는 셉티머스의 감각 경험에 의한 서술은 의심의 여지 없이 작가 자신이 정신병이 심해져 조증 상태일 때 겪은 경험을 참고로 한 것이다. (62)

 

버지니아 울프는 정신병으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194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이 책의 등장인물인 블라미드르와 에스트라공은 현재에 억류되어 과거도 미래도 없이 누군가를 기다린다그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또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구세주 같은 존재다. (생략) ( 67)

 

MM은 해마가 없어지면 누구나 에스트라공과 블라미드르처럼 시간없고 방향 없는 상태에서지나가는 사건들의 기억 없이미래에 대해 관조할 능력도 업이 헤매게 되리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78)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미스 해비셤은 결혼식 날 아침에 약혼자에게 버림받는다그녀는 저택의 문을 닫고 웨딩드레스와 베일을 걸친 채약혼자에게서 버림받았던 시간으로 시계를 고정시켜 놓았다. (143)

 

이런 것 알게 된다.

 

간질은 처음에는 정신의학에서 다루어지다가 그 이상 상태의 원인과 치료법이 발견된 이후에는 신경학으로 옮겨간 대표적인 사례다. (30)

 

솔방울샘은 송과선(松科腺)이라고도 하는데, 송과선(松科腺, pineal gland)의 이름은 그 모양이 소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데서 나왔다. (33)

 

태어났을 때 마음은 백지다세계의 감각적 경험이 쌓여 지식과 기억을 형성한다. (40)

 

인간존재 속 세계의 내면화는 기억의 네트워크 속으로 계속해서 주입되는 다섯 가지 주요 감각인 시야소리촉감미감냄새를 통해 전달된다. (41)

 

감각은 두뇌에 공급되는 근본적인 원자재두뇌 속의 포괄적 연결의 토대 역할을 하는 기층基層이다기억은 본질적으로 두뇌에 운반된 감각 정보들의 무한히 복잡한 신경적 표상이다. (42)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들 : (170쪽 이하)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건강한 신체 기능에 필요하다는그래서 스트레스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히포크라테스의 견해다그러나 지금은 스트레스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병과 동의어가 되어 있다결과적으로 스트레스는 좋은 것일뿐만 아니라 실제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며파괴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만성적이거나 장기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다.

 

아기였을 때의 기억 : (185쪽 이하)

 

아기들은 언어 학습이나 걷기처럼 자동화되거나 암묵적인 것으로 변하는 엄청난 분량의 지식을 습득하지만서사적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이 말을 듣고 보니나의 어릴 적 기억도 마찬가지였다분명 그 시기를 지나며 지식을 쌓아왔을 것인데심지어 5- 6세 때의 서사적 이야기가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비정상의 연구는 정상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 윌리엄 제임스 (22)

 

우리의 의심이 우리의 열정이다. - 헨리 제임스 (22)

 

이 책의 특징 중 하나

 

이 책 말미에 있는 주석(미주)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책 주석은 해당 본분의 출처나 간단한 해설에 그치고 마는데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주석은 그게 아니었다.

 

해당 본문에 대한 충분한 보충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위에 언급한 <누런 벽지』 살럿 퍼킨스 길먼>에 대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322)

 

살럿 퍼킨스 길먼은 임신 중에또 1885년에 딸을 낳은 뒤 정신 이상이 나타나 고통을 겪으면서도 1892년에 누런 벽지를 썼다.(이하 생략)

 

다시이 책은?

 

이 책의 원제가 궁금했다마침 인터넷 책 소개에 다음과 같은 해설이 붙어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Rag and Bone Shop>으로이 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시 서커스 동물들의 탈주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폐품 가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제목은 남겨진 기억들이 마치 누더기처럼 아무렇게나 쌓인 데 대한 비유로 읽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A Sense of Self’라는 제목으로 조금 더 자아에 초점을 맞춰 출간되었다 

한국어판에서는 두 가지 의미를 아우르는 동시에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각자 라는 자아를 이루는 마음의 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이 책이 목적하는 바 저자가 내가 나인 것이 기억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는 그 사실확실하게 알게 된다그런 기억들은 때로는 정돈된 상태로때로는 영어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누더기처럼 아무렇게나 담겨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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