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
게일 캘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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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이 책은?

 

이 책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이다.

 

저자는 게일 캘드웰,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텍사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보스턴 글로브>의 북 리뷰 편집자로 <빌리지 보이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2001년 현대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관찰을 인정받아 퓰리처상(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이런 말 읽어보자.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접하기 한참 전부터, 나는 자기만의 방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고 있었다.> (18)

 

책을 펼치고 읽는 순간, 어떤 말, 가슴에 푹 꽂히는 말이 눈에 들어오면 갑자기 책이 좋아진다. 그런 글 몇 마디만 읽어도, , 이 책은 읽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들어, 책 속으로 푸욱 빠지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먼저 저자의 인생을 정리해 본다. 이런 식으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미적분 교수의 편견을 마주했고,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 사람들이 데이트 강간이라 부르는 것에 이용당했고, 한때 사귀었던 철없는 놈에게 맞았다.(90)

 

지리적으로는 텍사스에서 벗어났고, 내면적으로는 소명을 향해 나아갔다 그 길은 위험천만한 영토에서 내가 걸었던 다른 많은 길과는 달리 위험했지만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었다. (181)

 

네 이야기를 하자면, 넌 보스톤으로 이사했어. 술을 끊었고, <보스톤 글로브>에 취직했지. 심리치료를 받고...(196)

 

이런 아픔을 간직한 저자가 쓴 책 제목이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이라니, 뭔가 있지 않겠는가?

 

제목처럼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 두 가지를 저자는 처음 문장, 처음 문단에 담아 내놓는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현관에서 내 반려견 튤라가 귀를 뒤로 눞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손님이 오는 모양이다.>(9)

 

그렇게 해서 반려견 튤라가 등장하고, 이어 나타난 반가운 손님 타일러가 소개된다.

그 둘, 정말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 거기에 해당한다.

 

반려견 튤라와 다섯 살 여자아이 타일러는 책 내내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다.

아니 책 속에서뿐만 아니라, 저자의 삶에서 아주 반짝이는 역할을 해낸다.

 

책의 말미에 타일러는 이제 여덟 살이 되고, 반려견 튤라는 죽는다.

그런 둘을 필두로,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일들, 사건들을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는 눈으로 차분히 서술해 나가는, 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책이다.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켜낸이라 말에 이 책의 방점 역시 찍혀있다는 점, 확실히 해둔다.

 

무례한 건 특히 남자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친밀함을 과잉으로 베푸는 척, 다가오는 사람들 태반이 남자들인데, 그런 무례한(無禮漢) - 또한 무뢰한이기도 한 - 들에게 대처하는 법, 저자가 경험으로 알게 된 방법, 알려준다.

 

인사를 한다고 다가와 달갑지 않은 포옹을 하려는 동네 남자에게!

 

팔을 들어 그 수작을 제지하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내 눈빛에서 뭔가를 읽은 그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다.

그는 으르릉거리는 소리를 알아듣고, 기가 죽은 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든 분노를 수치심과 절망으로 내면화 하는 대신, 바깥으로 표출하는 기분, 칼은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지 삼키는 게 아니었다. (52)

 

나이가 들면 후회도 하고 과거를 자주 회상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길을 찾으려 애썼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123)

 

여성운동은 두 가지 운명에서 나를 건져줬다.

분별력과 자존감을 기르게 해줬을 뿐 아니라, 삶에서 두려워하던 모든 걸 이해하도록 해줬다. (14)

 

살아가면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그게 옆집 남자의 무례함(52)일 수도 있고, 정중하게 추근대는 유명작가’(163쪽)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책은 읽을 필요가 있다.

 

책 속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침묵, 망명, 교활함.’ 이 세가지는 제임스 조이스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곤란에 빠진 예술가 스티븐 디덜러스에게 무기로 쥐어준 단어들이었다. (21)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대표작 변신 이야기에 나온 라틴어 명구 ‘Et ignotas animum dimittit in artes'를 번역해서 적어 둔 것도 있다. 순진무구한 글씨로 날려 쓴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을 미지의 예술로 향했다.’ (21)

 

이 말을 어디서 봤더라? 그 앞에 언급된 제임스 조이스의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다.

해서 그 책을 열었다.

글이 시작되기도 전인 제사(題詞)에 그 말이 등장한다.

 

‘Et ignotas animum dimittit in artes'

번역은? 이 책과 다르다.

<그리고 그는 미지의 기술에 마음을 쓰고자 한다.> (민음사,)

 

그 아래, 말의 출처를 밝혀놓고 있었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VIII 188

 

해서 다시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에서 해당 구절을 찾아보았다.

 

<이 말과 함께 다이달로스는, 그때까지 한 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는 것을 만들 궁리를 했다. 그는 이로써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변신이야기. 민음사,1, 343)

 

<이렇게 말하고 그는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기술에 마음을 쏟으며 자연법칙을 바꾸었다.> (, 341)

 

이런 식으로 책에서 만난 책을 찾아 읽으며 머리 훈련을 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제임스 조이스의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제사부터 다시 새롭게 새겨볼 수 있었으니.

 

이렇게 독자를 책의 세계로, 생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 좋은 책이다.

 

다시. 이 책은?

 

커다란 의자와 개들이 있는 집을 원했고,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온종일 머무는 사람은 없어야 하는 집을 원한’(103) 저자는 이 책을 '여성'에게 바친다고 한다 .(24)

 

먼저 가르시아- 강간당한 뒤, 총으로 강간범을 쏘아 죽인 그녀는 살인 혐의로 감옥에서 복역하지만 2년 후 평결이 뒤집혀 무죄 - 를 비롯하여 남자에게 희생당한 여성들 이름을 열거하며 그들에게 바친다는 헌사의 글이 한참 나온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상상했던 셰익스피어의 누이에게도 바친다.(25)

또한 소년들에게도!  좋은 남자로 자라가는 법을 배우라는!

 

그러니 소년들이여, 야망을 품는 것도 좋지만, 먼저 좋은 남자로 자라가는 법을 배우자! 이 책으로.  아 참, 나이 칠순이든 팔순이든, 철 안들면, 얘다.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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