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고 있네 스토리인 시리즈 5
황서미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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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쓰고 있네

 

이 책은?

 

이 책 시나리오 쓰고 있네는 에세이집이다.

저자 황서미가 삶의 궤적을 생생하게 적어내려간 실전 다큐멘터리 같은 에세이가 실려 있다.

 

저자 황서미는 <1999, 조그마한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강산이 대충 두 번이 바뀌는 동안 직업이 수없이 바뀌었고 현재는 이름 없는 고스트 라이터로 작업 활동을 하다 드디어 앞에다가 떡 하니 이름을 걸고 낸 첫 에세이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세상에 돈 되는 글은 다 쓰며 살기를 소망한다.>

 

독자들은 먼저 책의 앞날개에서 위애 소개한 저자 소개문을 비롯한 저자의 발언을 읽어보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하시기를!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을 홍보하는 카피에 자극적인 문구 - 숨 쉰채 발견 등 등 - 가 보이지만, 산다는 게 이런 거다. 빼고 더하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이거, 이게 인생이다. 저자는 그런 인생을 보여준다.

 

프롤로그에 저자는 '인생의 현재 스코어에서, 나는 남편이 다섯이다. 다섯 번째 남편이랑 지금 8년째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아주 오래 살았다'고 말하고 있다.

, 여기서 말하고 있다는 말 대신에 밝히고 있다라고 쓸 뻔 했다. 자판에 올려진 내 손가락이 순간 그쪽 길로 가려는 것을 내가 말렸다. 방향 급선회!

 

사실 그게 사는 모습 아닌가? 글이 그래야지, 은근 슬쩍 감추고 눙치고 해서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 손가락을 말리면서, 저자는 결혼을 다섯 번 했다 한다. 남들은 한 번도 못해보는 사람이 많은 요즘 세상인데, 재주도 좋다는 생각도 잠깐했다. '재주가 좋다는 말', 정말이지 좋은 뜻으로 쓴 거, 알아주시라.

 

저자가 살아온 궤적, 이 책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있다.

결혼 이야기는 물론이고, 수녀원 생활, 보험업, ‘치킨 대학에서 일했던 이야기, 면세점, 그리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를 쓰던 이야기까지.

 

그런 저자, 인생에서 하고 싶은 말이 어디 이 책 한권으로 가당키나 할까?

몇 권의 책도 모자랄 것이니, 이 책 후속편도 기대가 된다.

 

이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자의 입담에 우선 놀란다. 저자의 입담 수준 어느 정도인지 이런 이야기 먼저 읽어보자.

 

<불행의 쓰리 쿠션을 다 처맞던 2011. 나는 소주와 맥주를 가지고 차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자식이고 부모고 뭐고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싶다.

그러나 일본 소설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일본 자위대 선동에 실패한 후 할복자살을 하면서, 소설에서 그렇게도 할복에 대해 묘사하며 경외감마저 보였던 데 반해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처 계산하지 못했듯, 나도 차 안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나서 자살 시도를 할 때 방광이 그렇게 빨리 찬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번 한 번만 오줌 싸고 죽어야지, 한 번만 더 싸고 죽어야지 하다가 엄마 아빠한테 차 안에서 숨 쉰 채로 발견되었다.> (180)

 

죽음을 말하면서도,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는 여유, 단순히 입담이 좋네 어쩌네 하는 것을 넘어선, 그게 삶의 내공이 아닌가?

 

하기야 그런 내공이 쌓이기까지 저자가 겪었을 삶의 무게 또한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이 정도밖에.

 

<“저 눈도 이상해요. 맞아서 이런 건지 아니면 우연히 오늘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요.”

안과 연결해드릴게요.”

내 오른쪽 눈은 그날 이후 평생 맑은 하늘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갈비뼈는 두 대가 부러졌는데 깁스도 못 하고, 손 쓸 방도도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어두컴컴한 집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별 느낌 없이 움직이던 내 소유의 몸이 그날따라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생소했다. 내 몸은 내 것이다. 다른 이가 훼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와서 때린다고 해서 얼른 때리고 가라고 등 대주는 일은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67)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서 꾸역꾸역 다니는 것 같던 회사를 그만두고 > (232)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글에서, 우석훈 박사가 누구에게나 비극은 있지만,그 비극을 뒤틀어서 희극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한게 빈말이 아니다.

 

그러니 살면서 힘들다고 어쭙잖게 죽을 생각하지 마라. 죽은 후 오줌저린 모습으로 발견될지도 모르니!

 

다시, 이 책은?

 

글은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직접 경험이 백번 낫다. 남이 한 것을 자신의 것인양 껍데기만 바꿔 쓴 글보다, 직접 당해보고, 겪어보고, 저자처럼 죽어도 본 그런 날것 같은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난 글이 훨씬 낫다.

 

저자의 글은 그래서 잘 읽힌다. 술술, 입에서 나온 입말이 활자화 된 것이니. 이게 바로 진정한 에세이다.

 

거기에다가 이런 자세, 참 좋다. 글에 품격을 더해준다.

내가 나인 것을 다른 사람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괜찮다.”

 

저자가 인용한 말,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의 마지막 대사란다.

 

그 말 읽으니, 읽는 나도 당당해지는 느낌이다. 그래, 나는 나인걸, 누가 뭐래?

저자의 글 모두가 그렇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 누가 뭐래? 그런 저자에게서 나온 이런 글, 이런 책,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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