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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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

 

이 책은?

 

이 책 추억으로 가는 당신<한국가요 100,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주현미 /이반석 정리로 엮어낸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우리나라 대중가요 47곡을 다음 주제별로 분류하여, 노래에 얽힌 사연, 가사에 얽힌 사연을 우리 가요계의 역사와 곁들여 풀어주고 있다.

 

1장 청춘은 봄 맞더이다

2장 목이 메일 정도로 사랑했다오

3장 어머니의 품을 닮은 노래

4장 추억으로 가는 당신

 

내용 중에 흥미로운 사연이 참으로 많이 보인다.

 

처녀 뱃사공

 

작사가 윤부길이 공연을 마치고 이동하는 중에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 그 때 그 나눗배를 젓던 사공이 갓 스물이 넘은 박말순, 박정순 자매였다는 것이다. 오빠가 젓던 나눗배를 오빠가 군대를 가는 바람에, 두 자매가 교대로 배를 저어 뱃사공 일을 했다는 것인데, 해서 나온 가사가 이렇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 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75)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과 그 사연 있는 가족이 저절로 눈에 어른거린다.

 

고모령은 어떤 고개인가?

 

고모령은 대구 수성동 만촌성에 있는 고개인데, 그 의미가 심장하다.

고모령은 어떤 의미일까?

고모령은 고모령(顧母嶺), 즉 어머님을 돌아보는 고개를 말한다. (148)

 

그래서 노래 가사는 이렇게 된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앤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구나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

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

어이해서 못 잊느냐 망향초 신세

비 내리는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 (149)

 

가사 한 절, 음미해 본다면

 

악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 노래에 관심이 간다.

다루는 악기가 색소폰이어서 그런지. 내 앞에 놓이는 악보는 대중가요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요즘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트로트 열풍에 내 악기가 고생을 한다.

 

음악은 어떤 장르든지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트로트 곡을 맛깔나게 연주하기 위해선 곡을 잘 해석해야 한다. 해석한다는 것은 가사를 음미하고, 그 가사에 맞춰, 소위 죽이고 살리는 부분을 잘 찾아내어 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사를 나름대로 음미, 해석해 오던 습관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대중가요 가사가 얼마나 정감있게 다가오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살펴보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 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

 

, 이 곡을 읽어보다가 작사가의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모를거야라는 두 번째 행 가사를 살펴보자.

그 사람은 모른다. 그 다음 어떤 말로 5개의 음을 채울 것인가?

그 사람은 모를거야, 했으니, 그 다음은?

 

내가 작사를 했다면, 그 다음 말은 어떻게 채웠을까?

모른다는 뜻이 통하되 더 강렬하게 그 뜻을 보완해 줄 말은?

 

알 리가 없어정도가 될 것인데, 그것으로 이어지는 가사를 채운다면

그 사람은 모를 거야 알 리가 없어.

 

이 얼마나 어색한 조합인가. 그런데 작사가는 그 말에 같은 뜻을 그대로 이어서 모르실 거야라고 채워놓았다. 그렇게 말을 이어가니, ‘내 마음을 모른다는 것이 반복되면서도 원망하는 기세가 붙어 나온다. 곡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 다음 줄,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젖는 대상의 다양함에 놀랍다.

 

에 젖고, 슬픔에 젖고, 눈물에 젖고.

 

2절에서는,

비에 젖고, 슬픔에 젖고 까지는 그대론데, 그 다음도 1절과 같은 가사를 가져다 붙인다면 이건 문제가 크다. 작사가의 언어 구사 능력이 딸린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텐데, 그러면 그 다음 무엇에 젖는다고 해야 좋을까?

 

작사가는 이렇게 이어간다.

에 젖고, 슬픔에 젖고, 아픔에 젖고

 

비에 젖고, 슬픔에 젖는 것까지는 우리 언어상 이해가 되는데, ‘아픔에 젖는다는 말은?

발상의 전환이 순간 이루어진다.

 

이렇게 가사를 한줄 한줄 뜯어 살펴보면서 노래를 부르다보면, 멜로디가 저절로 입에서 흘러 나올 것 같지 않은가? 이게 바로 대중가요, 노래의 힘이다.

 

다시 이 책은? - 역사는 이렇게도 기억된다.

 

마포 종점 (1968)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 하나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 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하나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이 노래 2절 가사에는 당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1968년에 운행이 중단되어버린 전차, 밤이 되면 보이는 강 건너 영등포의 수많은 공장 불빛, 이제는 서울 화력 발전소로 명칭이 변경된 당인리 발전소, 1971년에 폐쇄된 여의도 비행장 등 노래 곳 가사는 당시의 풍경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96)

 

전차도, 비행장도, 또 공장의 불빛도 시간이 흘러 사라졌지만, 노래는 남아있어 당시의 풍경을 전해주고 있다. 지금 누가 여의도를 지나면서 거기에 비행장이 있었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것들을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 그게 역사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그렇게 개인적인 감정도 담고, 거기에 또한 국가의 역사도 안고 간다, 특히나 625를 통해서 일어난 민족의 비극을 담아낸 많은 노래, 소개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그렇게 우리 민족의 애환을 싣고 가는 대중가요, 저자는 이렇게 책 제목의 의미를 말하면서, 대중가요의 의미를 말해주고 있다. 그게 이 책의 의미다.

 

추억이란 것은 지금 우리의 감정과 상태에 의해 상대적으로 다가오잖아요. 어떤 날은 슬픔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기쁨으로 와서 충만하게 합니다. 이 노래의 제목 - 추억으로 가는 당신 - 을 책 제목으로 지은 이유도 우리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이 책의 페이지마다 깃들어있기 때문입니다.(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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