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문 산책 -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길
윤재웅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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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문 산책

 

이 책은?

 

이 책 유럽 인문 산책은 유럽의 길을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길>로 만들어, 걷고 그 길 위에서 새롭게 보여지는 것들을 기록한 인문 기행 에세이다.

저자는 윤재웅,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걷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니 걷는 것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이 책에서 저자는 걷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걸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준다.

 

걷기를 시작하면 맨 먼저 무엇이 보일까?

목적지? 주변의 경치? 아니다. 길이다. 길이 먼저 보인다.

 

저자는 길을 나서면서, 먼저 길을 본다. 돌길이다.

로마가 건설한 길,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는 그 길을 걷고 보여준다.

그걸 기록한 것이 <돌길과 신발, 강인한 흙길 위에 피어난 문명>이다.

 

저자는 걷기 시작해, 돌길을 보고, 신발에 생각이 미친다.

그 결과 이런 문장이 된다.

<돌길과 신발,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낮은 것을 통해 로마의 문명을 생각합니다.>(16)

 

그렇게 시작한 걸음에 대한 생각은 문득 아기였을 때 발걸음 떼던 집 앞의 마당을 떠오르게 한다. 저자는 그래서 인류의 고향이기도 한 모든 행인의 출발점이기도 한 길을 걷고, 보는 것이다.

 

이 책 중 가장 와 닿는, 아니 충격적인 글은? 151쪽의 다음과 같은 글이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겪은 일이다.

그는 1843년 파리에서 오를레앙으로 가는 기차 노선이 개통되었을 때,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다. 그 기록 여기에 옮겨본다.

 

<많은 사람을 싣고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철도 탑승 체험이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느낌을 무너뜨리는 것이지요. 그는 철도 여행을 통해 공간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속도가 오를수록 풍경은 시선에서 빠르게 벗어납니다. 길가의 나무들이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창밖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마침내 사람의 눈은 어떤 대상도 주목하지 못하게 되지요. 눈앞에서 공간이 죽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 겁니다.>(151)

 

속도를 내어 움직이는 것, 어찌보면 문명이 발달한 것처럼 보이나, 인용한 문장에서 보는 것처럼, 눈앞에서 공간은 죽고, 속도만 남는 것이다.

 

그런 반면 걸으면?

길가에 그려진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도 만날 수 있다.

길바닥에서 아마추어 화가가 그려놓은 그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다.(22)

 

저자는 걷는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그렇게 저자는 걸어가면서, 유럽을 보여준다.

그림을 보여주고, 사람을 보여주고, 건물을 보여준다.

 

해서 독자들은 피노키오도 만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도 생각하게 된다.

네루다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으며, 파리에서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도 들러본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나왔으니, 몇 자 더 적어보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서점이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 company). 그러니 그대로 번역하자면, ‘셰익스피어와 회사라는 말이 되고, 지금껏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그 서점과 인연이 있는 작가,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그래서 이 서점 이름은 셰익스피어와 그 친구들로 번역하는 게 더 좋을 듯 합니다라고 할 때, 나의 생각 역시 바뀌게 된다. company를 고지식하게 회사라고만 생각했을까? 하는 자책과 함께.

 

또 저자는 몽셀미셸도 보여준다. 노르망디 해변에 서 있는 몽셀미셸. 다시 가고픈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도 건네준다.

수도원 바닥 돌들에 새겨진 아라비아 숫자에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179)

내가 갔을 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하기야 그때 바닥, 길을 볼 새가 있었던가? 건물만 보고 걸어갔으니, 길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건축가 김원의 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체험을 이렇게 전한다.

 

젊은 날, 파르테논 기둥에 어깨를 파묻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침의 기둥은 황금빛으로 이글거립니다. 점심엔 새파란 창공을 배경으로 백색의 대리석이 눈부실 정도로 빛나지요. 노을 무렵엔 붉은 빛으로 타오르고 달밤에는 푸른색이 흘러내리지요.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에 넋이 빠져 거기서 꼬박 사흘을 보냈습니다. (125)

 

주마간산 격으로 파르테논 신전을 다녀왔노라 하는 여행은 여행도 아니다. 김원처럼 사흘동안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반나절은 거기 머물며,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알아야만 그걸 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다음 번, 유럽 여행은 저자가 한 것처럼, 걸어서 하자. 걸어보고, 앉아보고,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면, 무언가 다른 게 보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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