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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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이 책은?

 

6만 시간이란 제목. 먼저 궁금증을 자아낸다.

무슨 의미일까? 6만 시간이라면, 혹시 '일만 시간의 법칙' 운운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그건 아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대상이 청소년인 청소년 소설이다.

저자는 박현숙, 구미호 식당이란 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인데, 나는 처음 만난다.

 

이 책의 내용은?

 

아버지는 치킨집 사장이며 건물을 한 채 소유하고 있다.

엄마와 누나가 둘 있다.

주인공 나서일의 간단한 가족 소개가 그렇다.

 

큰누나는 재원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을 갔다가 그만 어떤 남자의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온다. 작은 누나는 공부에는 취미가 없고 연애만 하다가 조기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한다.

 

아버지는 그런 두 딸에 실망하여 건물을 물러주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막내이면서 아들인 나서일에게 그 건물을 넘겨줄 것인가?

 

소설은 그런 가정환경에 있는 주인공 나서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먼저 학교 폭력이 주제가 된다.

나서일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이유 없이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영준이란 아이가 친구가 되어서 가림막이 되고 그늘막이 되어준다.(17)

 

그런데 그러한 관계가 단순히 영준의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나서일은 영준의 보호를 받는 대신에 영준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일이 주어진다.

예컨대, 이런 일들이다.

 

같은 반 수경이란 여학생을 보석가게에서 목걸이를 훔친 도둑으로 오해받게 만든다거나, 오미진이란 여학생에게 이상한 소문을 덧씌운다거나, 설아라는 여학생을 커닝했다고 오해받게끔 일을 교묘히 꾸미는, 그러한 일의 실행자가 된다. 모두다 영준이 일을 꾸미고, 나서일은 행동으로 움직이는 행동책이 되는 것이다. 보호받는 대가가 그렇다.

 

그러면 영준은 왜 그런 일을 꾸며,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페미사이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두 번째 주제다.  

 

패미사이드 (Femicide) :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를 합친 말로, 직역하면 여성 살해를 뜻한다. 범행 동기나 가해자와 상관없이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점을 노리고 살해하는 것으로, 좁게는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도 여기에 포함된다.>

 

총명한 여학생 설아는 나서일의 행동을 보면서 그 뒤에 영준이 있다는 것을 간파해냈고, 영준의 의도까지 알아차린다. 바로 페미사이드, 여성혐오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영준이가 서지호한테 그랬다더라. 잘나지도 못했으면서 잘 난척 하는 여자아이들을 저주한다고. 그러니까 영준이는 나를 그런 여자아이로 봤던 거지. 잘나지도 못했으면서 잘난 척하는 아이, 그래서 커닝 페이퍼 사건으로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거야.”(175)

 

너와 영준이는 여성 혐오자들이야.” (176)

 

그렇다면 영준은 왜 그런 여성혐오 대열에 서게 되어 같은 반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이제 이 책의 세 번 째 주제가 등장한다.

바로 영준이 갖고 있는 출생이 비밀.

 

영준에게는 여자들을 미워하게 만드는 슬픈 가족사가 숨어있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겠다.

 

이런 줄거리를 가지고 진행되는 이 소설은 무심한 듯, 아무 것도 아닌 듯, 몇 개의 이야기들을 배치해놓고, 그 이야기 조각들이 서서히 맞춰지고, 결국은 마지막 부분에서 .....

 

또 하나의 주제가 있는데, 영준의 가족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론은?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결론이 제목에 드러난다. 바로 ‘6만 시간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어림잡아 6만 시간 정도였다. 6만 시간 동안 불을 끌어안고, 미움을 끌어안고 사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233)

 

나서일이 영준이 내막을 알게 된 후 들었던 생각이다.

그 생각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그 시간에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마무리가 뭉클하다.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무리다. 

 

꼭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 까지의 시간만 ‘6만 시간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 포함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모두, 이런 말에 밑줄 긋고 새기며 살아보자.

 

“6만 시간 중에 반은 허무하게 보냈거든. 놓친 게 많아.

그래서 6만 시간 중에 남은 시간은 가장 화려하고 멋지게 보내려고.”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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