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문용포.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 / 소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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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에서 태어나고 줄곧 자란 나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였다. 부모님들도 저 멀리 북쪽이 고향인 실향민이셔서 방학동안 시골에서 지내고 오는 경험도 없다. 하지만 주말마다 아빠와 갔던 집 뒤 산의 약수터는 계절마다 내게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적에 우리집은 용마산을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에 있었다. 일요일 아침, 졸리고 더 자고 싶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내가 큰 불평 없이 항상 아빠와 약수 물을 뜨러 등산길에 올랐다는 것은 그곳에서 만나는 자연이 내게 따뜻함과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자연을 자주 즐겁게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우리들의 아이들은 순수하고 깨끗한 자연을 만날 기회가 드물다는 점이 항상 안타깝게 느껴진다. 삭막한 도심 속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과 만날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나 또한 입학하고 싶은 학교가 생겼다. 바로 머털도사 문용포 선생님의 곶자왈 작은학교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머털도사 문용포 선생님의 곶자왈 작은 학교는 아이들이 주말마다 모여 자연을 접하는 학교이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봄에는 나물을 캐어 부침개도 부쳐 먹고 여름에는 풀냄새를 맡거나 바닷가에 가서 조개껍데기를 줍기도 하며, 가을에는 자신들이 키운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겨울에는 장작불을 떼어 고구마도 구워 먹고 봄을 위해 잠을 자는 겨울눈을 관찰하기도 한다. 계절마다 접할 수 있는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며 아이들은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신비 등을 스스로 깨닫게 되며, 감성이 풍부하고 진정 사람과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된다.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곶자왈 학교 아이들과 문용포 선생님의 즐거운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속에 소개된 아이들의 사진과 관찰 일기, 시 등을 보면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와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하여 찾을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자연에 대한 지식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진정 숨쉬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순수함과 생생함을 통해 곶자왈 학교의 아이들은 진정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며, 순수한 감성을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수한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동이 아이들로 하여금 그 어떤 훌륭한 시인이나 문인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순수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시를 지을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빠와 어릴 적 갔던 산에서는 산딸기도 따 먹을 수 있었고, 계절마다 피는 갖가지 꽃과 다람쥐, 청설모 등의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만나는 꽃마다 아빠께 “아빠, 이 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빨간꽃.”, “노란꽃”이라고 대답해주셨다. 그것이 꽃의 진짜 이름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루는 아빠가 산에서 사마귀를 잡아 오셨는데 그 사마귀가 얼마나 무서워보였는지 모른다. 또 아빠께서 산에서 캐온 할미꽃을 화분에 심어 집 마당에 놓으셨는데, 할미꽃의 슬픈 전설이 생각 나 ‘혹시 그 꽃에 서린 할머니의 한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라고 두려워 할미꽃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기억도 난다.
 어릴 적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나에게도 이토록 꽃과 동물들을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공부와 학원, 영어 공부 등에 시달려 순수한 자연을 직접 만날 기회가 훨씬 더 적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될까? 아이들의 순수한 감성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 자연과 자주 접할 수 있는 곶자왈 작은학교와 같은 기회를 꼭 마련해주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머털도사 문용포 선생님과 곶자왈 작은 학교의 자연, 저도 입학시켜주시면 안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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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착한 부자가 될 테야 - 규철이의 좌충우돌 용돈 불리기
김양현 지음, 고영일 그림 / 다만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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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날인가 학원 아이 둘이 싸우고 있었다. 왜 싸우느냐고 물어보니 한 아이가 얼마 전 빌려 간 돈을 아직 안 갚고 있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500원이라는 적은 돈이었지만 빌려 간 아이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갚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 모양인데, 빌려준 아이이건 빌려간 아이이건 서로 기분이 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도 엄연히 그들만의 사회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사회에도 돈과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 어른들의 사회에도 돈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무척 민감하고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하듯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돈과 관련된 문제는 무척 민감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돈과 경제에 관련된 올바른 시각을 심어주어야 한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온 듯한 규칠이의 좌충우돌 용둔 불리기 『난 착한 부자가 될 테야』는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세워주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초등학생이 된 규칠이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용돈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자기가 먹고 싶은 불량 식품도 사먹을 수 있어서 신나하며 엄마에게 용돈을 올려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하고, 친구들과 뽑기 오락을 하고 싶어서 저금통과 엄마 동전통의 돈을 훔쳐서 크게 혼이 나기도 한다. 동생 규순이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시골로 이사한 규칠이는 엄마와 아나바다 장터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하고 은행에 가서 저금도 해보면서 점점 올바른 경제관념과 진정 착한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정말 바로 요즘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저자인 김양현씨가 자식이 있는 엄마이기에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규칠이가 그토록 사고 싶어서 엄마 몰래 사 놓았다가 혼났던 만능 망원경 이야기는 정말 바로 얼마 전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장난감이었다. 우리 학원 아이들도 몇 명이 만능망원경을 가지고 와 자랑을 해서 보았는데, 정말 어른들의 상술에 의한 허접한 장난감이었다.
 만능 망원경뿐만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유행에 민감하여 때마다 유행하는 장난감을 사기 위해 용돈을 마구 써버린다. 그리고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식품이나 값싼 과자들을 사먹는데 정신이 팔려 돈이 아까운 줄 모르고 다 써버린다. 이는 요즘 아이들이 돈에 대한 올바른 관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는 풍족한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경제관념에 대한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님들의 그릇된 자식 사랑에 의한 것이다. 아이들이 늦게까지 혼자 집에 있어야 함을 미안하게 여긴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거나 용돈을 마구 주어서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생기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규칠이의 친구 상철이의 경우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경우 돈에 소중함을 모르고 자라 결국은 낭비가 심해지고 어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상철이의 모습처럼 되지 않고 착한 부자가 되려고 하는 규칠이의 모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듯이, 아이들에게 첫 용돈을 주면서 꼭 이 책을 함께 선물해줘야 할 것 같다. 바로 자기 자신이나 친구들의 모습과 꼭 닮은 규칠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칫 어렵고 귀찮게 여겨질 수 있는 용돈 관리와 경제관념에 대해 재미있고 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학원에 들어서면서 한 손에는 요즘 유행하는 딱지를 한 손에는 슬러시나  쭈쭈 바를 들고 있다. 분명 오늘 하루 용돈을, 혹은 일주일치 용돈을 이미 다 써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사랑하는 우리 학원 아이들이 상철이의 모습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규칠이의 엄마처럼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난 착한 부자가 될 테야』를 읽으며 착한 부자가 과연 무엇이며 용돈을 알뜰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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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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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정말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물음표와 느낌표의 모양은 누가 정한 것이며, 언제부터 세계 공용으로 문장부호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난 한번도 이런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보았던 <짱구는 못 말려!> 애니메이션에서 짱구네 집에 잠깐 들어왔다가 간 떠돌이 고양이의 이름이 물음표였다. 그 이유는 고양이의 온 몸이 하얀색에 꼬리만 검은색에다가 꼬리를 낚시 바늘처럼 구부리고 다녔는데, 이것이 엉덩이의 항문과 연결된 모양이 꼭 물음표 같아서 짱구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 때 만화를 보며 ‘참 기발한 내용이군.’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던 모든 것들은 누가 처음 생각해낸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고 살아왔을까?

 읽는 내내 나의 무지와 호기심 없는 건조하고 안일했던 내 20대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 이어령 교수님의 「젊음의 탄생」은 대학 2.0 세대, 이제 대학에 입학하여 자율적이고 새로운 학문의 세계를 접하게 되는 20대 젊은이들의 두뇌를 진취적으로 깨우치게 하는 이 시대의 지침서이다.
 내 젊음의 탄생을 위한 9개의 매직 카드, 그것은 바로 맘껏 상상하고 창조하는 ‘카니자의 삼각형’, 생각하고 행동하는 ‘물음 느낌표’, 지치지 않고 탐색하며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개미의 동선’, 지식과 진리의 양면성을 모두 받아들이라는 ‘오리-토끼’, 섞고 패러디하고 낯설게 하는 ‘매시 업’, 균형 잡힌 사고와 언제든지 지우고 또 쓸 수 있는 사고를 지니라하는 ‘연필의 단면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퍼즐 같은 인생 ‘빈칸 메우기’, 배움을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라고 하는 ‘지의 피라미드’, 동양과 서양의 다름을 인정하고 전 지구적 시각을 가지라고 하는 ‘둥근 별 뿔난 별’이다.
 각각의 매직 카드의 이야기들이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젊은 언어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는 이어령 교수님의 폭넓고 깊은 지식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고루한 할아버지 교수님의 어려운 말들 때문에 정말 지루하고 읽기 싫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하였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기우는 책을 읽는 동안 점점 감탄과 즐거움으로 변하여 갔다. 각각의 매직카드를 읽으며 이어령 교수님의 해박하고 젊은 시각과 지식들에 놀라고 공감하며, 70대 노교수님보다도 꽉 막혀 있는 내 두뇌의 한계를 절감하기를 반복하였다.
 책의 앞표지에는 부엉이로 보이는 새가 덩굴손이 감겨 있는 붓을 오른쪽 발로 들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오르텔스를 위한 우의화>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림의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를 상징하며, 붙들고 있는 것은 신들의 사자이며 과학과 상업과 변론의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의 지팡이이다. 하지만 나는 이 그림을 이 책의 표지로 삼은 것을 다른 뜻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부엉이는 바로 이어령 교수님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지식을 탐구하고 배움과 가르침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오신,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해박한 지혜를 젊은 세대를 깨우치고 이끄는 것에 펼치고 계시는, 지혜와 지식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진정한 학자이신 이어령 교수님의 모습을 말이다.

 얼마 전 비 오는 날 창 밖을 바라보다가 비둘기 한 마리를 보았다. 그 비둘기는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건물, 저 건물의 날아다니던 비둘기는 아주 가까운 거리의 옆 건물로 날아갈 때도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포물선을 그리며 빙 돌아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저 비둘기 참 바보 같다. 그냥 일직선으로 날아가면 더 빨리 갈 텐데, 왜 저렇게 빙 돌아서 가지?”라고 하였다. 이 말에 옆에 있던 남편이 말해주었다. “저 건 일직선으로 가는 것보다 빙 돌아서 가는 것이 추진력이 생겨서 날아가기가 더 쉽기 때문인 거야.” 그렇다. 비둘기의 비행에도 심오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 내가 무심코 넘기거나 나만의 시각으로 대충 생각하고 넘어갔던 모든 것들에는 많은 원리와 의문들이 숨어 있음을 반성한다. 이제는 내 젊음에 물음느낌표를 달아야겠다. 그리고 마음껏 쓰고 또 지울 수 있는 지우개 연필의 사고와 내 인생을 새롭게 하는 빈칸 메우기, 내 인생의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지치지 않는 탐색의 열정을 지닌 탐구하는 진정한 젊음의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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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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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소설은 몽환적이다. 그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거나 환상을 겪는 듯 하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의 그녀는 일곱 살 때 미숙아로 태어났다가 장롱 속에서 죽은 남동생의 원혼과 함께 성장한다. 「내가 데려다 줄께」에서는 제자와의 성 스캔들로 인해 자살을 하러 온 남자가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환상을 경험한다.「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의 아내와 젊은 소년의 불륜을 상상하던 사진작가도 소년으로 인해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성숙을 겪는다. 「알리의 줄넘기」혼혈 소녀 알리는 남자들에게 항상 상처 받으면서도 사랑을 되풀이하는 고모와 흑인군인과 결혼해서 혼혈아를 낳은 할머니 제니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치유하며 받아들인다. 「노래하는 꽃마차」의 그녀 또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오빠를 비롯한 수많은 남자들로 인해 겁탈 당하면서도 자신만의 노래와 한 남자의 사랑이라는 환상 속에서 상처를 치유 받는다.

 그들은 모두 상처투성이이거나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진 사람들이다.
「내가 데려다 줄께」의 남자는 제자와 성관계를 맺고 사람들로 인해 자신의 권력, 지위, 자부심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는 늪 속에서 만난 계집애와 여자, 할머니에게서 상처를 치유 받고 다시 늪으로 빠져 든다. 「내가 쓴 것」의 그녀는 밀회를 나누던 10살 연하의 청년에게서 버림을 받는,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는‘학생들에게 조롱을 받는 퇴색한 여교수’이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의 그녀는 불쌍하게 죽은 남동생으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들 속에서 눈물이 마른 삶을 살아간다. 남동생의 천도제를 지냄으로 인해 그녀와 함께 했던 남동생의 원혼은 사라지며 가족들도 상처를 치유 받은 듯 하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의 사진작가도 아내의 젊음으로 인해 상처받으며, 「알리의 줄넘기」의 알리의 고모는 남자들에게 상처 받고 버림받기를 되풀이 한다.

 상처받고 무언가 결함이 있는 그녀 소설 속의 인물들은 무엇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극복할까?  그들은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치유 받는다. 「알리의 줄넘기」의 고모가 그토록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남자에게 버림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래하는 꽃마차」의 그녀도 오빠에게 겁탈당하고 숱한 남성에게 성적으로 희롱당하면서도 결국 한 남자와의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치유 받는다. 남동생의 원혼이 함께 해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의 그녀는 천도제로 남동생이 떠난 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게 되며 여자친구와의 사랑으로 눈물의 사용법과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랑에 상처 받으면서도 결국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치유 받는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무언가 나도 깊은 늪 속에 빠진 듯이 허우적거렸다. 모호함과 환상,  현실과는 완전 동떨어진 그녀의 소설 속 인물과 문체 속에서 멍하니 나 또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천운영,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좁은 문학적 식견으로 인해 아직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녀의 소설 속에서 나약하면서도 강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사랑으로 인해 그 모든 상처를 치유 받으며 강인해졌음을 나는 보았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이 나에게 친숙하게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지만, 나도 언젠가 성숙함과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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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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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몇 가지 후회하고 있는 것이 있다.

첫 번째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대학생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경제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래서 무언가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장래 희망이나 꿈을 꼭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없이 그저 그런 삶을 살았다. 공부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좋은 성적에 대한 성취감이나 욕심이 별로 없는데다가 사춘기까지 겹쳐서 공부를 등한시하였다.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폭넓은 다방면의 공부를 접하게 되자 공부가 너무 즐거워졌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무언가를 알아 간다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지를 ….

‘어쩜 나도 장회익 선생님처럼 뭔가 절실한 것이 있었다면 어려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장회익 선생님의 자서전 『공부도둑』을 읽으며 내내 생각해보았다. 가난한 집안 형편, 사는데 있어서 공부는 필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할아버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 반발심으로 집안일과 자식에게 소홀했던 그의 아버지, 그리고 6.25와 4.19 혁명. 이 모든 것이 그가 여러 가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한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는 앎에 대한 절실함으로 서울대를 합격하고,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는 삶을 살고 있다.
 아마도 그는 앎에 대한 절실함을 주었던 주변 형편과 더불어 타고난 지적 호기심,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이해를 지닌 곧은 심성이 더해져 지금의 존경 받는 석학의 위치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는 그가 자신이 합격하면 대신 누구 하나는 떨어져야 함을 안타까워하며 단지 누구 하나 실수해서 순서만 뒤바뀌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드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나 그의 인생 이야기 중 간간이 삽입되어져 있는 상할아버지와의 가상 대화 - 익살스러우면서도 뭔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 를 통해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자서전이라는 장르를 처음 읽게 되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약간의 반발심(?)도 조금은 생기게 되었었다. ‘뭐야? 결국 자기 자랑이야?’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단순하게 공부 잘한 저자의 공부 방법에 대한 소개서에 불과한 책이라는 약간의 오해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집안 이야기와 어린 시절, 그 어느 상황에도 앎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그의 삶에 빠져 들었으며, 감탄과 존경심으로 마음이 가득 차게 되었다. 아마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토록 앎에 대해 열정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존경스러울 정도의 강한 의지를 나는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는 대학을 못 다니신 것이 한이 되셨다. 집안의 장녀이셨던 어머니는 우등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남동생들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셨다. 약대를 나와 약사가 되는 것이 꿈이셨다는 어머니는 공부에 대한 못 다한 열정을 우리 자식들을 위해 베푸셨다. 그 덕분에 우리 네 자매는 모두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자식을 모두 출가시킨 어머니는 못 다한 공부에 대한 꿈을 이루시기 위해 방송통신대학 중문과에 입학하셔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셨다. 지금은 잠시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하셨지만, 대학에 등록하시고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을 뵈면 정말 우리 어머니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내가 중 고등학교 때 공부를 게을리 했다는 점이 무척 죄송하고 부끄럽다. 아마도 부모님이 베풀어주신 넉넉함의 고마움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드렸던 내 어리석음으로 인한 과오일 것이다.

 

 

 대학에 진학해서야 깨달았지만 공부라는 것은, 무언가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시도한다는 것에 대한 용기가 부족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커다란 결심을 못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책이 있다. 내가 공부도둑 장회익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고 무언가 마음의 동요를 느꼈듯이, 나머지 내 삶에는 앎에 대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복한 나날이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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