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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그녀의 소설은 몽환적이다. 그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거나 환상을 겪는 듯 하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의 그녀는 일곱 살 때 미숙아로 태어났다가 장롱 속에서 죽은 남동생의 원혼과 함께 성장한다. 「내가 데려다 줄께」에서는 제자와의 성 스캔들로 인해 자살을 하러 온 남자가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환상을 경험한다.「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의 아내와 젊은 소년의 불륜을 상상하던 사진작가도 소년으로 인해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성숙을 겪는다. 「알리의 줄넘기」혼혈 소녀 알리는 남자들에게 항상 상처 받으면서도 사랑을 되풀이하는 고모와 흑인군인과 결혼해서 혼혈아를 낳은 할머니 제니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치유하며 받아들인다. 「노래하는 꽃마차」의 그녀 또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오빠를 비롯한 수많은 남자들로 인해 겁탈 당하면서도 자신만의 노래와 한 남자의 사랑이라는 환상 속에서 상처를 치유 받는다.
그들은 모두 상처투성이이거나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진 사람들이다.
「내가 데려다 줄께」의 남자는 제자와 성관계를 맺고 사람들로 인해 자신의 권력, 지위, 자부심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는 늪 속에서 만난 계집애와 여자, 할머니에게서 상처를 치유 받고 다시 늪으로 빠져 든다. 「내가 쓴 것」의 그녀는 밀회를 나누던 10살 연하의 청년에게서 버림을 받는,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는‘학생들에게 조롱을 받는 퇴색한 여교수’이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의 그녀는 불쌍하게 죽은 남동생으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들 속에서 눈물이 마른 삶을 살아간다. 남동생의 천도제를 지냄으로 인해 그녀와 함께 했던 남동생의 원혼은 사라지며 가족들도 상처를 치유 받은 듯 하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의 사진작가도 아내의 젊음으로 인해 상처받으며, 「알리의 줄넘기」의 알리의 고모는 남자들에게 상처 받고 버림받기를 되풀이 한다.
상처받고 무언가 결함이 있는 그녀 소설 속의 인물들은 무엇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극복할까? 그들은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치유 받는다. 「알리의 줄넘기」의 고모가 그토록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남자에게 버림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래하는 꽃마차」의 그녀도 오빠에게 겁탈당하고 숱한 남성에게 성적으로 희롱당하면서도 결국 한 남자와의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치유 받는다. 남동생의 원혼이 함께 해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의 그녀는 천도제로 남동생이 떠난 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게 되며 여자친구와의 사랑으로 눈물의 사용법과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랑에 상처 받으면서도 결국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치유 받는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무언가 나도 깊은 늪 속에 빠진 듯이 허우적거렸다. 모호함과 환상, 현실과는 완전 동떨어진 그녀의 소설 속 인물과 문체 속에서 멍하니 나 또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천운영,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좁은 문학적 식견으로 인해 아직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녀의 소설 속에서 나약하면서도 강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사랑으로 인해 그 모든 상처를 치유 받으며 강인해졌음을 나는 보았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이 나에게 친숙하게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지만, 나도 언젠가 성숙함과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